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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드킬 ⅲ

생명 : 2015. 10. 12. 13:12


로드킬 ⅲ


내가 여름 한 철 시골에 거할 때는 농사일에 힘이 들지언정,

마음은 다소 간이라도 여유가 있었다.

해서 도로 한 가운데 너부러져 있는 동물들을 보면,

대개는 차를 세우고 이들을 길 갓으로 들어내곤 하였다.


그런데 이즈음 서울을 오가며 일을 하다 보니,

시간에 쫓기고 심적인 여유가 없어졌다.

이젠 차를 세우고 뒤로 되돌아오는 것이 부담스럽다.

해서 죽어 있는 동물들을 빤히 보면서도 지나치고 만다.


얼마 전 일이다.

농원 가까운 곳에 전곡중학교가 있다.

근처를 지나 서울로 오는데 길 한가운데 고양이가 쓰러져 있다.


횡사(橫死)

(※ 참고 글 : ☞ 2009/09/08 - [상학(相學)] - 횡재(橫財))


여긴 주택들이 많이 들어서 있기에 주민 차들이 길 양편으로 주차해있다.

따라서 차들은 겨우 중앙 차로를 빠끔히 뚫어 서행을 하게 된다.

그런즉 고양이가 길을 가로지른다한들 그들을 칠 확률은 적다.


그러함인데도 고양이가 한 복판에 너부러져 있으니,

어떤 녀석이 차를 험하게 몰았음이 틀림없다.


나는 차를 갓길에 대고 트렁크에서 목장갑을 꺼냈다.

서둘러 고양이를 들어내는데 몸이 아직도 따뜻하다.

아기 고양이다.

꿈틀대는 것이 아직 살아 있다.


따스한 그의 온기가 손 안으로 전해져 온다.

바르르 떨며 잔명(殘命)을 겨워하고 있다.

아,

생명이란 이리도 따스한 기운으로 연결되어 있구나.

그와 사람을 나눠 가를 수 없는 뚜렷한 징표(徵表)가,

바로 이 따스함이 아니겠는가?


갓길에 내놓고 마음속으로 합장을 하다.

가슴이 울렁거린다.

이 풍진 세상을 이리 속절없이 맞아 가엾게 스러지고 말다니.


박상륭은 이리 말하였다.


"나거든 죽지 말지닙,

죽거든 나지 말지닙“

(박상륭, 죽음의 한 연구, 문학과 지성사, 1997)


그가 죽어가고 있음이니,

다음번엔 필히 나지 말기를 빌어본다.


마침 동네 주민이 나를 지켜보고 있었다.

그에게 뒤를 부탁하고 차에 올랐다.


성질이 급한 나.

그날은 차를 천천히 몰며 새벽바람을 가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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