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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불신

decentralization : 2018. 4. 14. 12:14


최근 암호화폐 채굴장에서 직원들이 채굴을 한 후, 이를 개인 지갑으로 돌리며,

제 욕심을 채운 일이 있었다고 합니다.

사장이 기술적 이해가 없으면, 이를 제대로 관리할 수 없게 됩니다.

직원들이 이를 기화로 일을 저지른 것입니다.

이 이야기를 듣자 한 생각 일어 글로 남겨둡니다.

 

***

 

부하 직원으로부터 신뢰가 배반 당하였을 때,

느끼는 아픔은 남다릅니다.

 

오늘 이곳 oo에서 이런 배반의 말씀을 듣자, 

한비자에 나오는 고사가 생각이 납니다.

 

한비자는 법술(法術)이라 하여 法뿐이 아니라 術에도 밝습니다.

배반을 미리 읽고, 신뢰를 어찌 관리할 것인가 하는, 

구체적 실천술 내지는 사례 몇 가지를 한비자를 통해 알아보려 합니다. 

 

韓昭侯握爪, 而佯亡一爪, 求之甚急, 左右因割其爪而效之. 昭侯以此察左右之誠不.

(韓非子 內儲說上)

 

“한나라의 소후는 깍은 손톱 하나를 잃은 척하고, 심히 나무라며 찾게 했다. 

그러자 근신 중 한 사람이 자기 손톱을 잘라 내놓는 자가 있었다. 

그래서 소후는 그 자가 성실치 못하다는 것을 알게 됐다.”

 

한비자는 따뜻한 신뢰 대신 차가운 관리(管理,management)를 택했습니다.

특히 사람을 부리는 입장에 있는 군주는 선의에 의지해서는 아니 된다고 주장합니다.

선의는 순간적으로 연소해버리는 감정에 불과하다고 보았습니다.

인간이란 기본적으로 비정한 것이며, 상황은 시시각각 변하며, 

선의는 언제라도 악의로 변할 수 있다고 보았습니다.

 

그는 선의는 왜 지속되지 않는가?

이 미덥지 않은 것을 대신해서 무엇에 의지해야 하는가를 인간 본성과 사물의 이치를 

궁구(窮究)함으로서 찾아내고자 하였던 것입니다.

그게 법술(法術)로 귀착된 것입니다.

 

기실 한비자를 읽다보면, 별별 술수가 다 나옵니다.

하여 악인이 혹 이 책을 엿볼까 겁이 난 적도 있습니다.

하지만, 대저 악인은 대개 공부를 하지 않고,

현실에서 직접 부딪히며, 제 욕심을 채우기 급급하기에,

미처 그럴 틈이 없는 것이 다행이라면 다행입니다.

이제 말이 나온 김에, 하나만 더 알아보도록 합니다.

 

子之相燕,坐而佯言曰:「走出門者何白馬也?」左右皆言不見。有一人走追之,報曰:「有。」子之以此知左右之誠信不。

(韓非子 內儲說上)

 

“자지는 연나라 재상이었다. 

자리에 앉아 부러 거짓말을 꾸며 물었다.

 

‘문으로 달려 나간 것이 백마가 아닌가?’

 

좌우가 모두 보지 못하였다 하였다.

어떤 한 사람이 그를 추적하였다가 돌아와 보고를 하였다.

‘있습니다.’

자지는 이로써 좌우 측근들의 성실성 여부를 가늠하였다.”

 

제가 이 사례를 들어,

사람을 뒷전에서 들까부르고, 농락하라고 부추기려는 의사는 전혀 없습니다.

다만, 이 사례를 통해 혹자가 있어,

인간관리에 대한 새로운 시사점을 얻게 된다면 다행이겠습니다.

 

그럼 이제,

사람들은 법으로 금한 것인데도,

이를 무릅쓰고 지치지 않고 죄를 짓는 까닭이 무엇인지,

한비자를 통해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荊南之地、麗水之中生金,人多竊采金,采金之禁,得而輒辜磔於市,甚眾,壅離其水也,而人竊金不止。夫罪莫重辜磔於市,猶不止者,不必得也。故今有於此,曰:「予汝天下而殺汝身」,庸人不為也。夫有天下,大利也,猶不為者,知必死。故不必得也,則雖辜磔,竊金不止;知必死,則天下不為也。

(韓非子 內儲說上)

 

“초나라 땅 여수의 물속에서 금이 나온다.

많은 사람들이 몰래 금을 캤다.

금 캐는 일을 금하는 법에 걸리면,

즉각 찢어 죽여 시장에 내걸었다.

 

그 (죽임을 당한) 수가 대단히 많아,

(시체가) 물을 막아 갈라져 흐를 지경인데도,

사람들은 몰래 금을 캐는 짓을 멈추지 않았다.

 

무릇 죄가 찢어 죽이는 형벌보다 더 한 것이 없는데도 불구하고 멈추지 않는 것은,

반드시 잡히지는 않는다는 생각 때문이다.

 

그런즉, 이제 여기에 한 사람이 있어, 말하기를,

 

‘자네에게 천하를 주고서는 그대를 죽여 버리겠다’라고 한다면,

 

보통 사람들은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다.

무릇 천하를 얻는 것은 큰 이익이지만,

오히려 그를 받아들이지 않는 것은,

반드시 죽는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그런고로, 

반드시 붙잡히지 않는다면,

비록 찢어 죽임을 당한다 하여도,

도적 금 캐는 짓을 그치지 않을 것이다.

 

반드시 죽을 것을 안다면,

천하를 얻는다 하여도 하지 않을 것이다.”

 

본디 법가는 사람을 불신의 존재로 보았습니다.

그렇다 하여, 법가에 속한 사람들이 성품이 모질고 악하다고 할 수는 없습니다.

다만, 저들은 사물의 본질, 인성의 본래 모습을 그리 보았던 것입니다.

 

미국 수정헌법도 인간 불신을 전제로 하고 있습니다.

미국 수정 헌법 성립사를 보면 이를 극명하게 살펴볼 수 있습니다.

영국, 유럽으로부터 저들이 도망치듯 아메리카 대륙으로 건너왔을 때,

국가나 개인 절대 권력자들로부터의 폭압을 배제하는 방법을 심각하게 고민하였습니다.

나는 여기서 두 조문을 살펴보기로 합니다.

 

수정 헌법 제2조 : 국민 무장 권한

수정 헌법 제8조 : 잔인하고, 이상한 형벌의 금지 등

 

수정 헌법 제2조

잘 규율된 민병대는 자유로운 주(State)의 안보에 필수적이므로, 무기를 소장하고 휴대하는 인민의 권리는 침해될 수 없다.

A well regulated Militia, being necessary to the security of a free State, the right of the people to keep and bear Arms, shall not be infringed.

 

수정 헌법 제8조

과다한 보석금을 요구하거나, 과다한 벌금을 과하거나, 잔혹하고 비정상적인 형벌을 과하지 못한다.

Excessive bail shall not be required, nor excessive fines imposed, nor cruel and unusual punishments inflicted. 

 

저들은 인간 불신을 전제로 국가를 건설하였습니다.
(※ Thomas Jefferson의,
“In questions of power, let no more be heard of confidence in man, but bind him down from mischief by the chains of the constitution.”
이 언명처럼 권력을 가진 자는 더욱 더 믿음의 대상이 되지 못한다 하겠다.
그런즉 헌법의 사슬로 묶어 두어야 한다.
죄를 짓고 옥에 갇힌 정치인들을 툭하면 사면하자고 나대는 한국의 위정자들은,
실로 헌법 파괴자에 다름 아니라 하겠다.)

오늘날 총기 사고 때문에 개인 무장에 대한 논란이 많지만,

원래 개인이 총을 보지(保持)할 수 있다는 것은,

곧 남을 신뢰의 대상으로 보지 않겠단 말입니다.

개인의 침해를 스스로 방어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존치한 이유는,

본질적으로 여기에 터하고 있는 것입니다. 

 

묵가(墨家)만 하여도 형정(刑政)이 필요하다고 주장합니다.

유가는 군사부일체(君師父一體)를 말하고, 선왕의 덕을 끊임없이 말합니다.

저들은 사람에 대한 믿음을 강조합니다.

하지만, 법가도 마찬가지지만, 

이점에 있어, 묵가 역시 사람을 믿음의 존재로 보지 않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물론 그들이 겸애(兼愛)를 말하고 있지만,

그것은 이것과는 차원이 다른 과제일 뿐입니다.)

 

이것 도리 없이 슬픈 일입니다.

하지만, 이 슬픈 일을 통제하고, 관리하는 일을 소홀히 할 수 없습니다.

이로써, 차후엔 좀 더 나은 세상을 전망할 수 있으리란 기대가 있기에,

우리는 슬픔을 딛고 그 다음을 준비하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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