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ngta      

화(火)

소요유 : 2011. 11. 27. 22:57


언짢거나 못마땅하면 화를 낸다.
대개는 남 때문에 그리 되었다고 자신을 속인다.
그런데 내밀하니 감추어진 일의 갈피를 조심스럽게 헤집고 보면,
대개 그것은 자기 자신을 향한 전도된 투정일 뿐인 것을.
이는 곧 한마디로 자학(自虐)에 다름 아니다.
세상 사람은 다 알아도 정작 당신 자신은 모른다.
아니 알면서도 알고 있지 않다고 자신을 기망(欺罔)한다.
내겐 이것들이 모두 저들의 비굴함 또는 나약함의 신호로 포착된다.
a sign of weakness
참으로 딱한 노릇이다.

그러하니 화는 결국 남을 빌려 핑계를 만드는 것임이라.
못나고 어리석은 자는
그리 슬픈 짓으로 하루를 지운다.
이 얼마나 부끄러운가?

오늘,
청한 바도 없음에,
농원에 한 부끄러운 자가 들었다.

흡사, 포수에 쫓기는 짐승처럼.
그리 긴 그림자를 드리우며.

마치, 천둥번개에 놀란 새처럼.
비바람에 찢긴 날갯죽지로 처마밑에 숨어들 듯.

그자를 위해 기도한다.

언필칭 세상을 둥글게 살아야 한다고 주문하는 것은 
제 추접스런 삶의 부끄러움을 가리고,
더럽혀진 양심을 위장하기 위한 것임이라,
핑계인즉슨,
밝은 해를 맞이할 준비가 아니 된 것일 뿐.
기실은 바르게 사는 것이 두려울 뿐.
참으로 단작스런 인생인 것임이라.

결국 ‘둥글게’라는 허울 속에,
자신의 서푼짜리 자존심을 구겨 숨기고,
취생몽사(醉生夢死) 한 철을 갈지자로 건널 뿐인 것을.

저 가련한 영혼을 용서하소서. 

(※ 참고 글 : ☞ 2008/07/07 - [소요유] - 방(方)과 원(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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