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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자일소(去者日疎)

소요유 : 2011. 12. 3. 16:48


去者日以疎  生者日以親
出郭門直視  但見丘與墳
古墓犁爲田  松栢摧爲薪
白楊多悲風  蕭蕭愁殺人
思還故里閭  欲歸道無因

떠난 이는 나날이 잊혀지고,
남아 있는 이는 나날이 가까워지네,
성문을 나서 바라보니,
오직 보이느니 언덕과 무덤뿐이네,
옛무덤은 갈아엎어져 밭이 되고
송백은 잘려 땔감이 되네.
백양에 스치는 구슬픈 바람소리,
소소하니 마음에 사무치네.
떠나온 고향 돌아가고 싶어도,
갈 수 없는 신세로세.

<작자 미상 - 문선(文選)>

生者日以親는 來者日以親로 쓰여지기도 한다.
전자라면 앞 귀의 去者가 곧 死者로 읽히운다.

살아있는 이는 가까이 하고 있으니 날로 친해지지만,
돌아가신 이와는 그나마 남아 있던 정도 나날이 흩어진다.
과연 그런가?
死者가 아니고 去者라면 다시 만날 기대가 있으니 덜 할런가?
아니, 死者는 그 기대조차 불가능하기에 외려 절절 사무치는 것은 아닐까?

古墓犁에서 犁는 쟁기를 뜻한다.
혹 黎로 쓰여진 경우도 있으나,
나는 여기선 犁를 취한다.
고분도 오래되어 돌보는 이가 없으면,
봉분은 허물어지고 비석은 깨진 채 나뒹굴고 만다.
실제 1호선 녹천역 지경엔 버려진 내시 무덤총이 많다.
이게 지금은 어찌 정비되었는지 모르지만,
20여 년 전만 하여도 그대로 방치되었었다.
허물어져 형체도 없는 무덤 곁에 주민들이 텃밭을 일구곤 했다.
항차 송백인들 어찌 무사하리.

고향을 그리워 함은,
곧 여기가 슬프다는 것 아니겠는가?

저 멀리 떨어진 거기엔 무엇이 있관데?
갈수도 없으면서,
고향으로 돌아가는 꿈을 꾸는가?

아니, 혹 이게 돌아갈 수 없기 때문에 그리운 것은 아닐까?

그렇다면,
고향을 그리워함은,
여기가 슬퍼서인가?
아니면, 거기로 돌아갈 수 없기 때문인가?

여기서 고향은 꼭이나 대상이 공간일 필요는 없다.
이미 사라져 버린 지난 과거의 시간, 혹 인연이어도 수연(愁然)함은 매한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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