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ngta      

말채나무

소요유 : 2012. 4. 29. 23:59


어떤 모임이 있었다.
모임에 앞서 그가 가져온 말채나무가 울타리용으로 좋다고 하는 이야기를 듣다.
마침 울타리용 나무를 이리저리 알아보고 구하는 중이라 시의 적절한 정보였다.

모임이 끝나자 이젠 소용이 닿지 않는 말채나무를 그에게 허락을 받고 갖고 나오다.
너댓 되는 굵은 가지를 한 손에,
수십 되는 가는 가지는 또 다른 한 손에 나눠 쥐고.

헌데 뒤 미쳐 따라 나온 이가 대뜸 다발을 움켜쥐며 나눠 갖자고 한다.
본시 내 것이 아닌데 나누는 것이 무엇이 어려우랴?

그는 다발가웃을 넘어 근 7할을 거머쥐었다.
내가 놀라 슬쩍 당겨보았더니,
5척 단신인 그의 손아귀 힘이 바위처럼 단단하다.

나눠주길 청하기도 전에 와락 거머쥐는 것도 사뭇 괴이쩍은 짓이다.
게다가, 우리 같으면 두 푼, 세 푼 정도 덜어내는 것으로 만족하고 말 터인데,
참으로 저자의 살림살이가 알뜰하고나 싶다.

아, 이런 자와는 친구가 되긴 어렵겠구나 싶다.
나는 그냥 그에게 넘겨주었다.

그러자,
다른 이가 내게 달겨들며 또 나누자고 한다.
이번엔 나머지를 한 사람, 두 사람에게 기꺼이 나눠주었다.
마지막 한 사람이 와서 한 손에 든 나머지를 모두 다 채어간다.
나는 다 내주었다.

문화(文.化.)를 떠올리다.
文으로 化되지 못한 이들의 세상.
(※ 참고 글 : ☞ 2008/03/04 - [소요유/묵은 글] - 무늬, reality, idea)

50, 60이 넘어서도 여전한 저 갈등의 현장.
갈등(葛藤)이란 갈(葛)과 등(藤)이니,
곧 칡과 등나무를 가리킴이 아니던가?
덩굴이 얽히고설킨 모습이 여전하고나.

야만(野蠻),
저들은 저리도 처절하니 생생(生生)하고나.

문득 당랑규선(螳螂窺蟬)이 떠오른다.
매미 < 사마귀 < 까치 < 장자 < 산지기 ...
장자는 집에 돌아와서는 3개월간 두문불출했다.
(※ 참고 글 : ☞ 2010/09/26 - [소요유] - 뱀, 그리고 꼬리를 무는 단상.)

나는 그날 한참 밭일을 하고 모임에 참석하여 피곤도 했지만,
일찍 잠자리에 들었다.
장자를 본받아 3개월은 칩거하지 못할망정,
하룻밤 정도 일찍 이부자리에 몸을 어찌 숨기지 못할쏜가? 
 
애시당초,
저 나무를 탐하지 말았어야 했음이다.
나의 잘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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