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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란(抱卵)

농사 : 2012. 7. 16. 22:14


여름 내내 새가 하우스 안으로 들락날락하였다.
입에다 벌레를 물고는 스프링클러 줄 위에 앉아 있곤 하였다.


새끼를 키우는 것도 아닐 텐데,
내게 먹을 것을 자랑하려 함인가?


그랬던 것인데,
어느 날부터는 철제 수납가(收納架) 속으로 드나들기 시작했다.
지상으로부터 5단 높이니 사람 키를 넘는 곳이다.
그 정도라면 위험으로부터 면피(免避)가 될 만하니 제법 자리를 잘 물색한 편이다.
알을 나으려하는가 싶어 부러 무심히 대했다.


그런데 어제 목제 책장에서 물건을 꺼내는데,
무엇인가가 후다닥 뛰쳐나오며 하늘로 날아 올라가 버린다.
책장 맨 위 예초기 부품 박스 안에다 녀석이 새집을 어느 새 지어놓고 있었던 것이다.
하필이면 연장이라든가 작업용 부품을 넣고 수시로 이용하는 곳에다 자리를 잡다니,
녀석이 고르고 고른 곳이 먼저보다는 사뭇 못한 곳인 줄 헤아리지 못했음이라.


분명 포란(抱卵)을 하고 있을 것이다.
야단이다.
녀석이 자리 잡은 곳은 내가 수시로 지나며 작업 용품을 꺼내는 곳이다.
앞으론 발뒤꿈치를 들고 조심스럽게 다녀야 할 판이다.
일하느라고 자세히 관찰할 틈이 없으나 대체로 어미는 종일 포란에 열중하는 것 같다.
녀석이 장하다.
덩달아 나도 기분이 좋아진다.


사진을 찍는 것은 그리 급하지 않다.
자칫 녀석에게 위협이 되지나 않을까 저어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슬그머니 넘겨 엿보고 싶은 호기심도 인다.
잠깐 쉬는 시간에 얼핏 새집을 올려다보니 어미가 자리를 비웠다.
조심스럽게, 그리고 재빠르게 새집을 넘겨다보았다.


새알이 세 개가 보인다.
흰 바탕에 황토색 반점이 점점이 흩어져 있다.
잠깐 눈이 부시다.
그리고 사뭇 대견스럽다.




저 아래 쪽으로 최소 하나 정도는 더 있을 상 싶지만,
나는 무리하지 않고 그냥 물러선다.

우리 집사람은 저 새가 곤줄박이인 것 같다 한다.
박새는 푸른기가 도니 아닌 것이 분명하되,
붉은 기운이 도는 것을 보니 십중팔구는 곤줄박이일 것이다.

앞으로 부화(孵化), 육추(育雛), 이소(離巢)에 이르기까지 기나긴 나날이 남았다.
그 때까지 어미가 힘을 내길 바란다.
나 역시 조용히 그러나 뜨겁게 녀석을 응원하기로 한다.


(※ 참고 글 : ⑤ ☞ 이소(離巢)

                     ④ ☞ 아기 새들

                     ③ ☞ 육추(育雛)

                     ② ☞ 부화(孵化)

                     ① ☞ 포란(抱卵) - 본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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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사 : 2012. 7. 16. 22:1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