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ngta      

시골 촌것

소요유 : 2012. 8. 7. 11:41


시골로 내려오기 전,
거긴 마냥 낭만이 흐르고 인심이 고운 줄 알았다.
그러하나 내가 시골에 직접 와서 겪으니 이게 커다란 오해임을 알게 된다.

우선 시골 산은 아름답고 물은 역시나 곱다.
허나 이도 거기 사는 촌것들이 쓰레기를 버리고, 오물을 흘려 마냥 더렵혀지고 있다.
게다가 인심은 흉하고 사납기 짝이 없다.

전원일기란 드라마가 장수 프로로 인기를 누린 적이 있다.
시골 출신인 지인 하나는 전원일기를 보지 않는다면서,
대개 저것은 시골 현실과 사뭇 동떨어져 있다 했다.
거긴 가끔씩 사고가 터지긴 하지만 한결같이 인심은 곱고 발라,
늘 아름답게 마무리가 된다.

사물엔 明과 暗이 있다.
허나 전원일기類는 명을 앞세워 암을 감춘다.
또한 가령 전원을 그리는 블로그나 카페를 보면,
대개는 아름다운 이야기로 점철되어 있다.

굳이 헐은 것을 드러내 사람들을 불편하게 할 까닭은 없다.
우리가 거적데기로 앞을 가려 더러운 것을 숨기는 것은,
남을 속여 깨끗하다는 것을 드러내기 위함이 아니라,
고은 것을 뵈여 상대를 편히 모시기 위함이리라.
손님을 모심엔 이런 정성이 가상(嘉尙)하다 하지 않을 까닭이 없다.
하지만 손님을 모심도 아니오,
그저 다만 일상의 기록 행위에서도,
과연 이것으로 족한가?
이러면 모두 다 아무런 문제가 없는가?

시골에 들어간 사람의 블로그를 보자하니,
거긴 오색 구름이 흐르고, 새들은 고은 소리로 지저귄다.
이웃 인심은 살갑고 곱다.
자연과 친하고 사람과 정을 나누니 과시 별유천지비인간(別有天地非人間)이다.

그런데 그러한 주인장을 현실의 세계에서 만나면,

“거기 인심은 마냥 고은 것이 아니라 때론 사납고 흉하기까지 하다.
산천은 저들이 마구 버리고 태우는 쓰레기에 오염되어 있다.”

이리 증언하고 있다.
특히나 쓰레기 태우는 것은 전국적인 현상으로 우리의 산야를 더럽히는 악행이다.
무지렁이 깡패 농부들이 자행하는 것이지만,
이는 행정 공무원들의 안일과 태만에 그 책임의 태반을 물어야 한다.
나는 쓰레기를 제 밭, 남의 밭 가리지 않고 태우는 것을 보면,
분노가 삼천 장 솟구친다.
차마, 제대로 된 인간이라면 저짓을 어찌 태연히 저지를 수 있단 말인가?
차마 ...

그런데 왜 저들 블로그 주인들은 현실의 일부를 감추는 것일까?
거기를 들르는 이들의 마음을 편키 위함인가?

나는 두어 가지를 생각한다.
피흉추길(避凶趨吉)이라,
보통 사람들은 흉한 것을 피하고 길한 것을 추수한다.
이것을 나무랄 일도 아니며 당연한 인간의 성정이라 할 것이다.

헌데 이런 성정에 맞추면 블로그는 사뭇 고상한 곳으로 꾸며지고,
주인장의 인품도 제법 점잖고 넉넉하게 그려지게 된다.
게다가 요즘 블로그는 단순한 기록을 남기는 것을 넘어,
자신을 알리고, 나아가 경제적인 무엇인가를 꾀하려는 의도로 쓰여지는 경우가 적지 않다.
이러할 경우 블로그의 위상을 잔뜩 높이고 품격을 들어 올리려고,
짐짓 꾸미고, 가장하고, 치장하는 경우가 많다.

물론 다 그런 것은 아니다.
주인장을 만나보면 인품도 훌륭하고, 좇아 배우고 싶은 분도 계시다.
하지만 글은 늘 좋은 일, 아름다운 시간으로 꾸며져 있기 일쑤다.
난 이 지점에 서서 비판적 시각을 거두지 못하겠단 말이다.

시골 생활은 흔히 도시 사람들이 그리듯 그리 이상적인 곳만이 아니다.
그러함인데 저런 전원일기類라든가 지금 지적한 블로그의 글쓰기 태도가,
밖에서 이를 대하고 시골 생활의 면면을 짐작하는 이들을 오도하는 기능을 하게 된다.
가감 없이 명과 암, 이 양측 면을 드러내 세상의 실상을 밝혀야 한다.

물론 그가 처한 지역에 따라, 사람에 따라 형편이 달라질 것이다.
하지만 나의 경우엔 이곳 시골 사람들은 아주 고약스럽다.
내 평생 이러 저러한 사람들을 많이 겪어 보았지만,
이다지도 무지하고, 비열하고, 염치없는 사람들을 집중적으로 접한 적이 없다.
역시나,
말은 제주로 보내고, 사람은 서울로 보내란이 그리 허언이 아닌 것이라.
궁벽한 곳에 처하여 견문이 좁고,
인성이 설어 배움이 얕은 이들이 엮어내는 사회는 한계를 보일 수밖에 없다.

닦인 사람들이 모인 곳에선 설혹 다툼이 일어나도 이치에 기대고,
갈등이 생겨도 염치를 돌보며 교섭하고 타협하며 문제를 해결한다.
하지만 촌것들은 무경우, 몰염치하여 다만 자신의 이해관계에만 매몰되어 있다.

하여, 난 전원일기 따위의
좋은 게 좋다라는 식의 오색 그림 그리기를 경원한다.
또한 블로그나 카페의 밝은 면 일색의 비대칭적 이야기 풀어내기 방식도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물론 글 쓰는 이의 개인적 취향이나 자유를 제삼자가 어찌 탓하고 나무랄 수 있으리오만,
나는 다만 이 자리에서 저들의 태도로 인해 실상이 제대로 알려지지 않고,
일그러뜨려지는 측면이 있다는 것을 특별히 강조하며 지적해둔다.
아울러, 세상사람 사는 것이 도농을 불문 매 한가지라는 말씀도 동의하지 않는다.
시골 촌것들은 도시 사람보다 사뭇 격이 떨어지고 인품도 거칠고 닦이지 않았다.
하니 혹여 도시에서 시골로 내려온/올 사람들은,
덧칠하여지고, 오도된 시골 인심을 마냥 믿을 것만은 아니란 내 이야기를 새겨두어야 할 것이다.

역시나 한 치 걸러 두 치라.
하나라도 더 익히고 배운 사람은 사귀고, 대함에 사뭇 무리가 없다.
한즉 사람은 죽을 때까지 배워야 하는 것이다.
남으로부터 몰염치, 막무가내, 찌질이라는 평을 받는다는 것이,
얼마나 수치스러운 것인가?
차마 이러고도 하루라도 견딜 수 있음인가?
여기 시골 촌것들은 이조차 모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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