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ngta      

피싱과 열락

소요유 : 2013.02.06 17:40


어제 한참 일을 하는데 메시지가 왔다.

다날)250,000원 결제완료/익월요금합산청구/결제취소 문의전화 070784750** 

왜냐하면, 최근 결제한 일도 없지만, 070 이것이 결정적으로 어색한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다.
1588도 아니고 다날 정도의 회사가 인터넷 전화를 사용할 까닭이 있으랴? 

척 보아도 피싱 메시지일 터이지만, 은근히 장난기가 발동하여 전화를 해본다.

“본인이 맞으십니까?”

“네, 그렇습니다.”

목소리에 연변댁 억양이 묻어난다.

그러한데 시간이 한동안 흐르도록 아무런 반응이 없다.
공연히 더 기다리다간 국제전화 요금으로 처리되는 게 아닌가 싶어 바로 끊었다.
다날에 문의를 하니 070으로 시작되는 전화는 자신의 회사는 사용하지 않는다고 한다.

또한, 승인번호 등을 입력하지 않으면 결제처리는 되지 않는다고 한다.
하지만 국제전화 요금 처리 관계는 통신사에 문의를 하라고 한다.

귀찮아서 통신사에 확인하지는 않았지만,
공연히 호기심 때문에 추가로 시간/돈을 낭비할 일은 없다 하겠다.

나로선 사기 수법을 들어두고 싶었을 뿐이다.
내가 배워 사기를 치려는 것이 아니라 저들의 배짱과 기술을 관찰하여,
그 이치를 분석하고 따져 공부를 해두고 싶었기 때문이다.
이것은 피해를 당하지만 않는다면 한편으론 흥미롭기까지 하지 않은가 말이다.

대개 저들의 수법에 당하는 이들은 욕심이 많거나 겁이 많은 사람들이다.

중국의 바둑 高手인 마융(馬融)은 이리 말했다. 

“怯者無功 貪者見亡(겁자무공 탐자견망)  
겁 많은 자는 공을 못 이루고 욕심이 많은 자는 망하고 만다.” 

내 이제까지 네다바이에 얽힌다든가, 피싱에 옭힌 적은 없지만,
이번엔 호기심 때문에 혹여 국제전화 요금으로 망신을 당하지나 않을까 싶다.

(※ 참고 글 : ☞ 2009/07/10 - [소요유] - 야바위 환술(幻術))

호기심은 고양이를 죽인다는데,
그 대가가 생사에 이른다면 자못 승부가 크다.

내가 나서서 저들의 은신처까지 급습하여 박살을 낼 형편이 아니라면,
이쯤에서 그치는 것이 온당하겠다.

하지만, 혹여 자신이 유한족이라면,
마지막까지 승부를 결하며 즐기기엔 이보다 더 짜릿한 것이 어디에 있으랴?

가령,

“아무한테도 연락하지 말고 현금인출기까지 달려가 기 백만 원을 빨리 송금하라,
아니면 네 가족이 위험하다.”

이런 사기꾼과 마주쳐,
마지막까지 짐짓 속아주는 듯 저들을 가지고 놀면, 
유한(有閑)의 그 한가로움을 자미롭게 달랠 수 있을 것이다.

저들 사기꾼에게도 잠시 잠깐이나마 한껏 달콤한 기운에 달뜨는 것은,
여염집 이웃 계집과 숨어 함께하는 열락(悅樂)이어듯 여간 황홀한 경험이 아니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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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은유시인 2013.02.07 09:22 PERM. MOD/DEL REPLY

    저도 큰 금액은 아니지만
    인터넷에서 클릭 잘못하는 바람에 몇만 원씩 몇 번 날린 적이 있습니다.
    기기묘묘한 방법으로 남의 주머니를 터는 도둑놈들이지요.
    그렇게 번 돈으로 맛있는 것 사 먹고 자식들에겐 선심도 쓰겠지요?
    추악하고 더러운 놈들.....
    그렇게 살다간 말년에 길바닥에서 얼어죽을 놈들.....

    사용자 bongta 2013.02.07 14:39 신고 PERM MOD/DEL

    무슨 짓을 하며 산다 한들,
    "자식들에게 선심 쓰겠지요?"
    바로 이 말씀 앞에 서면 부끄러워지기 마련입니다.

    이 말간 부끄러움을 가만히 치어다보면,
    이내 일어나던 제 흉한 마음을 거둘 수밖에 없지요.

    그런데 이 경계를 넘어서버리면 다시는 되돌아올 수 없게 됩니다.
    마치 유비가 촉으로 피신하면서 유일한 통로길 그 잔도(棧道)를 다 태워버리듯,
    다시는 되돌아 나오기 어렵게 됩니다.

    그러한데 저들은 이미 잔도를 다 태워버렸기에 이젠 거칠 것이 없습니다.
    저라도 저 지경에 이르면 도리가 없을 것입니다.

    하룻 밤 잠을 자도 몽중 내내 새로운 사기치는 수법을 연구할 것입니다.
    깨어서도 새것을 궁리트고자 일로매진 할 것입니다.
    오매불망 남 등쳐먹을려고 노심초사 온 몸이 달아오를 것입니다.
    이를 어찌할런지?

    하기에, 군자대로행인 것이지요.
    차마 그 어둔 길로 들어설 수 없는 것이지요.
    아무리 탐이 나도 그길은 내 길이 아니니까.

    때문에, 군자이기에 대로행인 것이 아니라,
    대로행이기에 군자인 것이라 여전히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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