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ngta      

청학동

소요유 : 2013. 10. 11. 17:01


나를 두고 청학동에 계신 분 같다는 이르는 말씀을 들은 적이 있다.
얼핏, 내가 가끔 한문을 인용하곤 하니 이리 지레 짐작하신 것일 터이다.

허나, 설혹 거죽으로 엇비슷하다 한들 다 같은가?
난 청학동이라 견주임을 받자 기분이 사뭇 언짢아진다.

내가 청학동 사람들을 싫어한다는 것이 아니라,
나는 어디 비견될 그릇이고 싶질 않기 때문이다.

게다가 청학동이란 견줌 말은 제대로 알지 못하는 이들에겐,
그저 막연하니 고루한 옛 이미지를 일으켜내는 감정 유발 장치에 불과하다.
청학동이 과연 그런 편협하고 안일한 이미지에 갇힐 주제인가?
난 이들에 대하여 별로 아는 바가 없다.
하지만 저들이라 할지라도 이리 값싼 평가의 지평에 놓이는 것이 썩 달갑지는 않으리라.

난 청학동 패들과는 같고 다르고의 비교 현장에 놓여지길 사양한다.
그들과 친소(親疎), 이동(異同)의 관계 현장의 평가 내용이 어떠하든,
난 우선 남과 겨눠지는 것마저 제법 불쾌하기 짝이 없다.

게다가 내가 얄팍하니 거죽만 훑어 흘러가는 부박스런 세간 일에 벗어나 있지만,
그렇다한들 저이들보다 현대 학문에 소홀하지는 않은 형편일 것이다. 

나를 청학동에 계신 분과 같다는 말을 해주신 분에 대하여,
내가 댓글로 받아 모신 장면을 여기 덧붙여 둔다. 

......

그렇다면 기실 청학동엔 제가 있는 것이 아니라,
그리 말씀하시는 분들이 거기 계신 것이 아닐까요?

저는 청동 거울을 들고 있다한들 오늘을 낱낱이 비추이고 있습니다.
오늘 사람들은 눈만 뜨면 아이폰 미러를 종일 들여다보고들 있지만,
기실 옛일은커녕 오늘 한 치 앞도 모르지 않습니까?
그 창 밖을 벗어나면.

이런 사람들이야말로 청학동에 갇힌 사람들이라 불러 하등 어색함이 없지요.
아이폰 빼앗으면 단 한 걸음도 걷기를 주저할 겁쟁이들이니 말입니다.
현대의 골골 골목마다 청학동이 부지기수로 널려 있음입니다.
제 눈에 저들은 모두 거기 틀여 박힌 상투 틀고, 갓 쓴 고루한 인사들로 보입니다.

제가 사실은 전공이 IT 분야입니다.
하지만 여기 구속되지 않고,
과거를 조자룡 창 다루듯 오늘에 빌려 쓰고 있습니다.
그리 현재를 불 밝히고 있는 것입니다.
이게 되지 않으면 다 겉치레 반쪽들이지요.

내가 여기 시골에서 장을 보는데,
어느 대기업 마트를 가끔 이용하곤 한다.
저들은 카운터에 선 객손을 두고는,

“포인트 카드 있는가? 
현금 영수증 필요하냐?”

이리 연신 묻는다.

나는 이게 도시 마뜩치 않아,
나에겐 묻지 말라고 요구한다,

나를 알아본 몇몇 직원은 
이리 묻지 않고 바로 처리해주곤 한다.

도대체가 내가 내 돈 주고 물건을 사고 나오는데,
왜 그리 절차가 복잡한가 말이다.

난 저들이 내던진 그물코, 낚시 바늘에 꿰이고 싶지 않다.
아니 그럴 지위에 놓여질 까닭이 없다.

오늘 마침 잘 아는 직원과 잠깐 말을 나누었다.

그이는 나에겐 이리저리 귀찮은 말을 하지 않고 바로 통과시켜준다.
도대체가 내가 물건 사갖고 나오는데 왜 그리 수속이 길고 귀찮은가?
난 이를 거부한다.

“그이가 내게 청한다.
포인트 카드 하나 만드시지요.”

이제 그이와는 면이 익어 농담을 주고받곤 한다.

내가 짐짓 표정을 굳히며 어깃장을 부려 답한다.

“그러면 다시는 여기 오지 않을 수 있지,
난 당신들에게 코를 꿰이고 싶지 않다.”

“서로 코를 꿰이고 궤며 사는 것이 아닌가요?”

난 이 이야기를 듣자 이 분을 다시 쳐다보게 된다.

응구대첩 말씀이 제법 사리를 꿰고 있질 않은가 말이다.

“그런가?
난 누구 코를 꿰고 싶지도 않고,
내 코를 저들에게 맡기고 싶지 않다.”

“인터넷 하시지 않는가?
거기 보면 회원제로 전부 남의 코를 꿰고 있질 않는가?”

“난 내 코를 남에게 꿰이고 싶질 않듯,
남의 코를 꿰고 싶지 않다.”

“나 같이 남의 코에 꿰지도 않고,
남을 꿰려 하지도 않으며,
게다가 연신 드나드는 이가,
사실은 그대 회사에 득이 되는 손님이다.
묻지 않고 바로 카운터를 통과 시키니 품도 덜고 운영 경비가 절약된다.
허니, 나 같은 이를 십분 우대해야 한다.”

모든 경쟁업체가 한날 한 시 작정하고 이 짓을 삼가기로 하면,
서로 간 아무런 손해가 나지 않는다.
그러나 자기만 이 짓을 하지 않으면 공연히 혼자만 손해가 날까 염려하며,
손님들을 괴롭히며 여기 동참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나는 기실 이 문제를 말끔하게 해결하는 방법을 안다.
문제는 내가 이를 집행할 위치에 있지 않다는 것이다.
내 인식 망에 걸려드는 이런 따위의 사회적 문제는 헤아릴 수 없이 많다.
얼핏 사소하게 느껴질 수 있는 이런  문제들을 하나 하나 발겨 제대로 바로 잡으면,
사회는 훨씬 맑고 건강해질 것이다.
감수성이 예민한 사람들을 다치게 하는 사회는 그저 단순히 무딘 것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종내엔 불손, 무례하고 나아가 폭력적으로 변해가고 말 것이다. 
나는 이 너절하고 거친 세상을 떠나,
보다 섬세하고 정제된, ... 아름다운 영혼을 가진 사람들을 만나고 싶다.
아니 굳이 만나길 원하진 않는다.
다만 그런 사람들이 사는 스마트한 세상을 그려볼 뿐이다.

다시 말을 잇는다.
게다가 포인트를 적립한다는 구실을 대며 한껏 괴롭히다가,
나중에 상으로 보상해준다고 생색을 내지만,
따지고 보면 그만큼 물건 값을 미리 더 올려 받은 셈이 아니더냐?
결국 제 돈 적립했다가 찾아가는 격이다.

왜 손님들이 그리 성가신,
그리고 저리 교활한 상인이 강제하고 있는 통과의례를 치루고,
제 돈을 돌려받는 짓에 동원씩이나 되어야 하는가?

난 돌려받는 돈을 포기하여도 좋으니,
다만 매번 두 번씩 거푸 심문이라도 당하듯,
점검 당하는 욕(辱)으로부터 해방되고 싶다.

천하인은 모두 일떠 일어나,
저 질곡으로부터 벗어나야 한다.
해방 선언을 하고는,
투쟁을 벌여나가야 한다.
 
상인들의 탐욕에 포로가 되어,
노예로 전락하지 않았다면,
왜 드나들 때마다 검문을 받듯 포인트 카드 번호를 읊조려야 하며,
적립이 얼마나 되었는가 설레이는 가슴을 다독이며 옭은 안 셈을 하면,
저들이 펴놓은 그물 속에 스스로 갇혀버리고 있음인가?

도대체가 코를 꿰고 꿰이는 이런 구조의 사회는 얼마나 무서운가?
게다가 대개는 그런 모습을 자각도 하지 못하고 살아들 가고 있다. 
남의 코를 꿰기는커녕, 그대들은 부지불식 간에 길들여지고 있는 것이다. 

난 이런 어이없는 작태, 교활한 횡포를 거부한다.
참으로 고약한 세태로고.

“나중 한가하면 나를 찾아오라.
이 문제에 대하여 진지하게 토론을 한번 해보자.”

모든 사람들이 하나 같이 코를 꿰고, 꿰이며 살아가고 있다는 함은,
예지의 말씀이언가? 
아니면 체념의 결과인가?
또는 세상의 구조에 영악하게 적응하여 가는 모습이라 일러야 하는가?

붕어빵 틀처럼,
어떤 모습을 보면 무작정 청학동 사람이라 규정하고,
마트를 드나드는 손님들은 자청하여 포인트 적립에 누락될까 안달이 난다.

이 양자는 일견 사뭇 다른 차원의 문제 같지만,
난 거기 숨어 있는 불편한 진실을 바로 짚어내고 만다.

그것은 한 마디로 ‘안일함’이라 규정하고 싶다.
이는 환언하면 주체 의식의 포기라 이를 수 있는데,
사물에 임하여 주체적으로 자각/인식하는 노력을 포기하고 마는 모습을 연상하지 않을 수 없다.
아니 노력이 애시당초 시도조차 행해지지도 않는다 하는 편이 더 근리(近理)하리라.
이게 게을러서 그럴 수도 있지만,
원천적으로 문제의식이 유발되지도 않는 당자의 심각한 제한 조건 때문일 수도 있다.

이것은 이젠 더 이상 어찌 해볼 도리가 없다.
데려다 가르칠 수도, 점잖게 충고할 형편이 아니지 않는가 말이다.
어린 아해도 아닌 한. 

역으로 내가 타인으로부터 이러한 평가 대상이 되고 있다면,
이 얼마나 치욕스럽고 고통스러울까?

하기에 사람은 죽을 때까지 배워야 한다.
活到老, 學到老
그리고 배운 것을 바르게 실천해야 한다.
學以致用

이게 아니 되면 자신에게 욕됨은 물론이거니와,
언제나 곁을 스쳐지나가는 다른 이들에게 폐를 끼치게 된다.
이 얼마나 수치스러운가 말이다.
실로 끔찍하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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