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첨첨밀밀(甜甜蜜蜜)

소요유 : 2014.02.23 23:30


선생님 한 분이 계셔 내게 꿀을 보내주셨다.
헌데 내가 겨울엔 농장에 없는 것을 모르시고,
택배로 보내주셨으니 꿀이 한동안 한데에 홀로 있었다.

내 어제 농장에 가서 바로 꿀을 수습하고는,
사진까지 박아두었다.
내 좀처럼 사진을 찍지 않는데,
주신 물건이 사뭇 귀한 바로,
이를 잊지 않고 새겨두고자 이리 했다.

그리고는 한 술을 뜨는데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진액(津液)이 너무 진하여 숟가락을 수차례 빙글빙글 돌려도,
겹겹이 올라붙으며 층층이 겹살을 이룬다.
마치 밤새도록 가마솥에 곤 것인 양,
바짝 졸아 아래로 흐르지 않고,
연신 숟가락에 경단(瓊團)처럼 엉겨 붙는다.

어려서 먹던 진짜 꿀을,
실로 수십 년 만에 대하고 있는 것이다.

요즘 시중에서 구할 수 있는 꿀은 대개 수상쩍다.
주르륵 물처럼 흘러내리기 때문에,
한 수저 푸면, 그저 한 수저 양밖에 더 구할 수 없다.
이게 도대체 설탕물인지 꿀물인지 분간이 아니 된다.

그러한데,
선생께서 주신 꿀은 수저를 돌리는 대로
마치, 눈사람처럼 굴리면 굴리는 대로 커가듯,
그리 덩어리가 지며 붙어 늘어난다.

감격스러웠다.
이런 꿀이 아직 세상에 남아 있다는 것이.

내가 아침 급히 오느라,
조반이 조촐하였다.

귀한 것이라,
두 손으로 바쳐 모시며,
한 수저 입으로 머금다.

자르르 향이 흐르며,
이내 따사한 기운이 온몸을 한 바퀴 휘 돌며,
화(和)하니 흐렸던 정신까지 바짝 멀쩡해진다.

이것은,
또 얼마나 경이로운가?

그래 사진기를 내어 다시 정면을 찍었다.
만인을 위해 거기 양봉원 표찰을 살펴 두지 않을 수 없다.

첨첨밀밀(甜甜蜜蜜)

이런 꿀 같은 경험을 하게 되다니,
어젠 진종일, 
입은 달고, 
가슴은 사랑에 젖었다.

감사합니다.

그런데 문제는,
사진기를 농장에 두고 온 것을,
서울 집에 도착하여 차에서 내리자,
그 때서야 깨닫게 되다. 

다음번에,
다시 사진을 챙겨 올리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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