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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생재배(草生栽培) 완성

농사 : 2014. 5. 10. 22:15


초생재배(草生栽培) 완성

나는 초생재배를 농원 개설이후 줄곧 시행하고 있다.
초기엔 제법 고생을 하였으나,
작년엔 거지반 초생재배 작법 체계가 완성이 되었다 판단되었다.
올해는 날씨가 예년과 다르게 일찍부터 푸근하니 풀도 제법 많이 자랐다.
해서 올해는 지난해보다는 일주일 정도 이르게 예초 작업에 나섰다.

최근 이틀을 설겅설겅 해보았는데,
작년의 판단이 옳았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첫째는 해마다 품이 줄어들고 있음을 실감할 수 있다.
처음엔 일도 설고 풀도 억세어 예초기 작업대가 고장이 날 정도였으나,
이젠 거지반 달려가며 예초를 해도 가능할 정도로 일이 수월하다.
이는 해마다 풀의 식생(植生)이 바뀌면서,
억센 풀이 사라지고 다루기 편한 풀로 교체되고 있기 때문이다.
내가 D구역이라 부르는 곳은 남에게 빌려주었던 곳으로,
비워두고 5년 째 풀을 키우며 정화시키고 있었다.
이 구역은 애초 피가 많이 자라고 풀이 억세어,
그야말로 나무를 자르듯 일이 고된 곳이었다.
헌데 올해엔 외려 풀이 너무 적게 자라 걱정이 될 지경이다.

이리 풀의 식생 환경이 바뀌고 있는 이유는,
내가 수년간 선별적으로 예초 작업을 행하였기 때문이다.
억센 풀이나 블루베리 키우는데 방해가 되는 종별은 제거해나갔다.
반면 그리 억세지 않거나 다루기 수월한 것은 설겅설겅 처리하였다.
가령 피라든가, 환삼덩굴, 나팔꽃, 바랭이 따위는 각박하게 다스리고,
칼씀바귀, 민들레 따위는 형편껏 걸리는 대로 대하였다.
다만 이 경우라도 지하 뿌리가 강한 것은 이랑 위에 올라서는 것은 허락하지 않았다.

지상의 블루베리 근원부(根圓部)엔 멀칭이 되어 있기에,
지금 시절엔 거의 풀이 나 있지 않다.
나중 여름철엔 다소 솟아나게 되는데,
미리 유체(幼體) 시절에 다스리면 얼추 해결이 된다.

난 풀밭에 서면 마냥 기분이 편해진다.
하지만 부직포 따위의 방초망이 깔린 다른 농장에 들어서면,
숨이 차오르며 가슴이 답답해온다.
내가 앞에서 이야기한 선별 제초는 기실,
기술적인 일이라 제일의적인 문제 해결 방책이 아니다.
무엇보다 초생재배에선 풀을 적대시 하지 않는 마음이 바로 서야 한다.
이런 자세가 갖추어지면 저런 따위의 기술적인 처리 방책들은,
엄격하게 적용되어야 할 금과옥조가 도대체가 아닌 것이다.
들판 형편껏 또는 예초기를 등에 메고 나선 그날의 기분에 따라,
즐기듯 들판을 휘 만보하듯 거닐면 처리할 요량이 그저 절로 서는 것이다.

아시는가?
예초시 막 잘린 풀대에서 연둣빛 생명의 술 넥타(nectar)가 분무처럼 뿌려지며,
이 때 삽상(颯爽)한 바람 한줄기라도 불작시면,
마음은 깃털 되어 언듯건듯 실려 떠오르며 천년 열락지경으로 들어간다.

도대체가 풀 하나도 용납하지 못하겠다는 그 각박한 마음보로,
어찌 별유동천(別有洞天)으로 들어갈 수 있으랴?
내가 예초기를 메고 블루베리 밭으로 들어가자,
뭘 모르는 이들은 입을 비죽대거나 고생을 한다고 혀를 찬다.
보보심입(步步深入)
걸음걸음 별유천지(別有天地),
저 은밀한 안짝 뜨락으로 깊이 들어가고 있음을 그 누가 알랴?

天地人神 그리고 초목, 축생 모두 어우러져 살아가는 것.
작금의 세태를 보자하니,
인구가 준다고 모두들 걱정이 태산이다.
정치인들은 이리 되면 필연적으로 GDP가 떨어진다고 야단이다.
자전거 폐달을 연신 밟지 않으면 이내 고꾸라진다.
그러함이니 끝장이 어찌 나든 일단 달려가야 한다는 식이다.
 
거긴 天地神이 다 빠져 있고 오직 人만이 남아 있다.
요즘 일어난 세월호 참사는 또한 말하고 있다.
人도 아닌 그저 나만이 잘 살면 그만이다란 사고가 질펀하다. 
 
노자의 도덕경에 등장하는 소국과민(小國寡民)은,
기실 무릉도원의 원형(原形)이 아니겠는가?

雞犬之聲相聞,民至老死,不相往來。

닭과 개의 소리가 들리는 상거지간에,
백성이 늙어 죽도록 살며,
서로 왕래가 없다.

노자는 이런 세상을 그려내었음인데,
현대는 아이폰 따위로 외려 전지구인을 가까이 모아두기 바쁘다.
사람들은 눈 뜨고 나서 쉴 틈도 없이,
조그만 이이폰 화면에 코를 들이 박고 스스로를 감옥 안에 가둔다.

소국과민(小國寡民)이 아니라,
대국다민(大國多民)을 향해 치닫고 있다.
여긴, 전국시대의 왕도 그러하지만 본원적으로 욕망이 내재되어 있다. 
그런데 이 와중에 희한하게도,
사람들은 더 이상은 못살겠다고,
스스로 애를 낳질 않는다.

무릉도원(武陵桃源)은 그 무대가 춘추전국시대를 시대 배경으로 한다.
각국 왕들은 하나 같이 대국(大國)을 꿈꾸고, 다민(多民)을 원했다.
그러하자니 제일 쉬운 방법은 다른 나라를 병탄(倂呑) 하는 것이다.
나중에 진(秦)으로 통일이 되지만,
그 통에 죽어나가는 것은 일반 백성이었다.
이들의 염원이 그려낸 것이 무릉도원이 아니겠음인가?
현실에선 있지도 않은 그 꿈같은 세상 말이다.

우리 한국에선 정치인들은 나라 걱정한다면 애 낳으라고 성화이다.
헌데 정작 사람들은 애를 낳지 않는다.
세상은 대국(大國)으로 나아가야 살 수 있다고 몰아가는데,
사람들은 외려 과민(寡民)으로 대응하고 있다.

그러함인데,
사람들은 아직도 풀만 보면 악착같이 뽑아내려고 혈안이 되어 있다.
이게 무슨 뜻인가?
下回分解
그 풀이는 다음으로, 아니 각자에게 미뤄둔다.

내가 보기엔 애를 낳지 않고 있지만,
아직도 마음엔 대국다민(大國多民)의 족쇄(足鎖), 항가(項枷)가 채워져 있다.
거죽으로는 과민으로 나아가고 있는 양 싶지만,
실인즉 자신만큼은 마음의 대국다민(大國多民)의 일원이 되고 싶은 것이다.

마음보가 이러함인데,
어찌 애를 낳지 않는다 하여,
그리고 풀을 원수처럼 뽑아내고서야, 
동천(洞天)에 들어갈 수 있으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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