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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 이야기

소요유 : 2014. 5. 13. 10:45


내가 옥(玉)은 하나도 가진 바 없으되,
옥에 관련된 옛 글엔 관심이 좀 있어,
이와 관련된 문귀를 만나면 잘 새기려 노력한다.

왜냐하면,
옥이란 예로부터 귀한 것의 으뜸으로 삼는 것인데,
이에 대한 사람들의 생각들을 엿보는 것이 공부가 되기 때문이다.

말을 시작하기 전에,
앞서 적어둔 옥에 관련된 글을 먼저 소개해두련다. 

☞ 2008/02/15 - [소요유/묵은 글] - 문.무(文.武)의 진실과 그 화해를 위하여 
珠者,陰之陽也,故勝火;玉者,陽之陰也,故勝水;其化如神,故天子藏珠玉,諸侯藏金石,大夫畜犬馬,百姓藏布帛。不然,則強者能守之,知者能秉(牧)之,賤其所貴,而貴其所賤;不然,矜寡孤獨不得焉。

주(珠)는 음 가운데 양이라, 그런즉 불(火)을 이긴다.
옥(玉)는 양 가운데 음이라, 그런즉 물(水)을 이긴다.
이게 신처럼 떠받들어지게 된다.
고로 천자는 주옥을 감추고,
제후는 금석을 감추며, 
대부는 가축을 감추며,
백성은 포백을 감춘다.

이하의 문장은 기실 그 전의 앞선 내용을 알아야 제대로 번역이 된다.
앞서 관자(管子)와 왕의 문답이 있었음인데,
고금의 시속과 사람의 동정을 묻고 있는 중이었다.

지금 사치가 심하여 혼돈이 심하다.
이는 본말이 전도되어 유락에 빠졌기 때문인데,
귀히 여기는 것을 천하게 대하고,
천하게 여기는 것을 귀하게 대하면,
능히 세상 사람이 생업을 잘 영위하게 되리란 말씀이다.

그런데 여기 등장하는 주옥이니 금석이니 하는 따위는 다른 것이 아니라,
바로 재물, 돈을 가리키고 있음을 알아야 한다.

知者能秉(牧)之

여담이지만 나는 이 문장에 주목한다.
지자는 목우(牧牛)를 잘한다라는 말인데,
여기서 소를 잘 키운다는 말은,
곧 나랏 재정을 잘 관리하고 증식시킨다는 말로 독해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이런 표면적인 뜻보다는,
목민(牧民)으로 보아 백성을 관리한다는 말로 새길 수 있다.
그런데 목민은 얼핏 백성을 잘 살펴 그들이 생활의 질곡을 벗어나,
편안한 생활을 할 수 있도록 선정을 베푼다라고 이해들을 한다.

거죽으로는 이리 쓰고, 받아들인다.
하지만 위정자 편에 서서 보자면,
여긴 간과할 수 없는 진실이 숨어 있다.
즉 관리들이 세상의 이치를 살피고, 지식을 채우며 공부를 하는 까닭은,
세상의 권력을 갖기 위함인 것이다.

내가 중학교 때 한문 시간에 배운 내용을 나는 아직 기억하고 있다.

宋真宗勸學文
富家不用買良田,書中自有千鐘粟 
安居不用架高堂,書中自有黃金屋 
出門莫恨無人隨,書中車馬多如簇 
娶妻莫恨無良媒,書中有女顏如玉 
男兒欲遂平生志,六經勸向窗前讀

부자 되려 좋은 밭을 살 필요가 없느니,
책 가운데 천종의 곡식이 있다네.
편히 기거하려 높은 집을 얽을 일이 아니니,
책 가운데 황금집이 있다네.
문밖을 따르는 이 없다 한탄할 일 없나니,
책 가운데 수레와 말이 떨기처럼 많다네.
처를 얻는데 매파 없다 탓하지 말게,
책 가운데  옥 같은 여인이 있다네.
사내가 평생 뜻을 펴려면, 
육경을 창 앞에서 열심히 읽어야 한다네.

이게 권학문이지만,
사실은 공부하여 재물을 갖고, 미인을 얻으며, 권력을 쥐자는 이야기에 다름 아니다.

관자는 재물을 탐하고 유락에 빠진 시속의 폐단을 말하고 있지만,
그리고 이를 바로 이끌 왕이나 관리들이,
백성을 구하는, 즉 제민(濟民)코자 노력해야 한다고 점잖게 말하지만,
이들 역시 자신의 권력과 일신의 안일을 위한 방편일 뿐이다.

결국 지식을 얻기 위해 서책을 가까이 함은,
권력의지의 다름 아니다.
춘추전국시대 제자백가가 다투듯 일어나 쟁패를 벌인 것은,
이제 천하에 재물이 어느 정도 고였기 때문이다.
좀 부족할 때보다 언제나 차고 넘칠 때 이를 둘러싸고 다툼이 더 심하게 일어나는 것.
요즘 식으로 말하자면 부의 분배 문제가 대두된 것이다.
요즘 양극화 문제도 부족함의 문제가 아니라,
넘치는 시절이 도래하였음을 그 전제 조건으로 먼저 이해해두어야 한다.
1%가 독식을 하니 99%는 배를 곯지 않아도 언제나 허갈(虛渴)진 것이다.

이제 지식은 남보다 더 많은 주옥과 미인 그리고 토지를 갖는데 부역하게 되는 것이다.
공부를 한다는 것은 점잖게 백성을 구하려 함이라 말하지만,
속셈은 일신의 영달을 기하고자 함인 것이라. 

한창 사춘기 때라,
이성에 민감한 시절,
한문을 가르치시는 노선생님은,
저 구절을 소개하면서,
‘이 녀석들 공부를 열심히 하면 미인은 절로 따르는 것이야’
이리 말씀을 하셨음이라.

주옥을 상대로,
제 속셈을 감추며 이리 능갈치며 속이고 속이는 세상사인 바라,
하늘을 따르고, 우주의 이치를 밝힙네 열심히 공부를 하지만,
지식이란 결국 재물과 권력 때론 명예를 갖고 싶은 욕망의 차폐물이 아니런가?

난 이 모두 부족하니,
다만, 밭에나 나가보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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