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ngta      

쓰레기보다 곱절은 더 천한 치들

소요유 : 2014. 5. 15. 18:45


내 시골에 들어와 토목 공사할 것까지는 없지만,
이리저리 언덕을 깎고, 터를 내어 비닐하우스를 앉히는 등,
토역(土役) 일을 벌이게 되었다.

헌데 이 일을 하는 이들을 보고는,
온갖 정이 다 떨어지고 차마 가까이 할 이들이 아니란 생각을 갖게 되었다.
하나하나 만나보면 눈망울도 선하고, 심성도 순한 듯하지만,
하나도 예외 없이 쓰레기를 마구 버린다.

먹던 우유 곽도 아무데나 휙 던져 버리고,
담배꽁초는 사타구니에서 살비듬 떨어뜨리는 것과 하등 다름없이 예사로 버린다.
내가 일을 맡겼으니 예를 차린다고 쫓아다니면서,
저들이 버린 것을 묵묵히 주어내었다.

이게 내가 일을 맡긴 이들만 그러한 줄 알았더니만,
여기 시골에 있으면서 저들을 관찰해보니,
이 모두 저들 일반의 행태 양상이었음이라.

어찌 저리도 무심할 수 있음인가?
저들이 버린 담뱃갑, 빵봉지 따위는 하염없이,
파헤쳐진 땅속으로 함께 쓸려 들어간다.
내 저것을 보자하니 살이 떨리고 치가 떨리며,
그만 오만정이 다 떨어지고 말았다.

그러함인데,
이웃에서 집을 짓는다고 인부들이 밭 안으로 들락거린다.
내 저들 일하는데 방해가 될까봐 가까이 가는 것도 삼가고 있는데,
멀리서 보니 녀석 하나가 밭두둑 위를 질겅질겅 밟고 올라선다.

내가 이랑을 건너 갈 일이 있을 때는 코앞이지만,
두둑을 밟지 않으려고 수 십 미터를 외돌아 다닌다.
그러함인데 녀석이 감히 두둑을 밟고 다닐 수 있음인가?

내 다가가서 주의를 주었음인데,
그가 물러난 자리를 보니 우유 곽 같은 것이 버려져 있다.
순간 화가 솟구쳐 올라 큰 소리를 치며 호통을 쳤다.

‘쓰레기를 왜 함부로 버리는가?
돌아다니면서 전국토를 네들이 다 더럽히고 있지 않은가?
네 녀석들은 쓰레기보다 더 못한 녀석들이다.’

내가 저들이 공사하는 동안 근처에서 흘러든,
각종 쓰레기를 묵묵히 주워내고, 버린 꽁초를 연신 주어내었음인데,
오늘은 절대 용서할 수 없음이라.

생길 때마다 주머니에 넣어 두었다가 쓰레기통에 버리면 될 것인데,
왜 아무데나 버리는가?
참으로 천박한 치들이다.

공사 감독을 맡은 이는 건축업자 아들 녀석인데,
녀석이 말하길 저들은 태생이 그렇단다.
내가 보기엔 네 녀석도 하나도 다르지 않아 보인다.

저 신축 건물이 들어설 땅 속은 밑으로 4겹의 비닐이 켜로 쟁여져 있다.
앞서 그 땅을 빌려 농사를 지은 불한당 녀석이,
년년세세 비닐을 걷지 않고 그냥 갈아엎고 농사를 지었기 때문에,
거긴 쓰레기 밭과 하나도 다름이 없다.
내가 이 내력을 알기에 집을 짓기 전에 먼저 이를 거둬내야 할 것이라고,
충고를 하였지만 우이독경(牛耳讀經)이라, 오불관언(吾不關焉)이다.

별장을 짓는다고 설치지만,
집 밑엔 비닐이 켜켜로 쟁여져 있음인데,
그저 때려 짓는 것에만 혈안이 되어 있다. 
난 거저 살라고 하여도,
거기 누워있을 생각 만하여도 등짝이 거칠거칠 편치 않아 사양하리라.

거죽만 멀쩡하면 무엇 하는가?
건물이 들어설 밑은 물론, 정원(庭園) 요량 모든 곳이 비닐이 켜로 쟁여져 있다.
건물을 짓고 나서는 무슨 정원수를 심겠단다.
이런 우라질 녀석아,
정원수 아냐 금목(金木), 은목(銀木)을 키운다 하여도,
땅이 그리 쓰레기 밭인데 거기서 무슨 보람을 키우고,
살림을 영위할 수 있겠음인가?

쓰레기를 여기저기 버리는,
쓰레기보다 더 못한 녀석들을 나는 결단코 용서하지 못하겠노라.

내 밭은 비닐 조각 하나도 용납하지 않고 있다.
내방객은 담배도 피우지 못한다.
여기 전장(田莊)은 입에 들어갈 청정 과일을 재배하고 있는 터전인 바라,
어찌 허술히 대할 수 있으랴?
반도체 공장의 클린룸은 수율을 위해 그리 채비하고 있지만,
나는 그보다 몇 백, 몇 천은 더 주의를 하고 있음이다.
반도체는 기껏 전자기기를 만드는데 소용이 되지만,
블루베리는 몸과 마음을 북돋는 음식인지라,
어찌 한 치, 한 시라도 소홀히 할 수 있겠음인가?
 
앞서 농토를 빌려간 이가 어지럽힌 것을
7년 동안 하루도 거르지 않고 연신 주어내었다.
연천군에서 제일 깨끗한 곳은 주거지, 농경지 불문,
우리 농장이 유일하다고 자부한다.

어디 감히 천박한 치가 내 밭에 오물을 버리도록 할 수 있겠음인가?
녀석들은 도대체가 의식이 썩어 문드러진 불상것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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