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ngta      

산채가 작음이 한이다

소요유 : 2014. 5. 23. 18:24


내가 견문이 작고, 교류 범위가 협착된 소이겠지만,
인터넷 카페를 드나들며 가만히 관찰해보니,
어줍지 않은 인사들이 적지 않다.

카페 존립 목적 주제에 관련된 지식이나 정보는 
남다르게 지녔을지 모르지만,
인품이랄까, 풍모랄까, 하다못해 개성이라도,
사뭇 놀라운 면모를 가진 이를 목격하기 힘들다. 

내 어디에 매인 바 없으니,
꼴사나운 모습을 보면,
점잖게 한 말씀 이르곤 한다.

하여 저들을 충동하고, 때론 격분케 한다.
사실은 이로써 의도한 바도 없이,
자연 저들의 국량(局量)을 거량케 되는데,
과시 지켜보기 가관인 경우가 많다.

그 중 대표적인 유형 하나가 있다.
이와 가끔 마주치게 된다.
그 때마다 수호지(水滸志)의 다음 장면을 떠올리게 된다.

看看飲酒至午後,王倫回頭叫小嘍羅取來。
 三四個人去不多時,只見一人捧個大盤子,裏放著五錠大銀。王倫便起身把盞,對晁蓋說道:“感蒙眾豪傑到此聚義,只恨敝山小寨,是一洼之水,如何安得許多真龍?聊備些小薄禮,萬望笑留,煩投大寨歇馬,小可使人親到麾下納降。”晁蓋道:“小子久聞大山招賢納士,一徑地特來投托入夥,若是不能相容,我等眾人自行告退。重蒙所賜白金,決不敢領。非敢自誇豐富,小可聊有些盤纏使用。速請納回厚禮,只此告別。”王倫道:“何故推卻?非是敝山不納眾位豪傑,奈緣只為糧少房稀,恐日後誤了足下,眾位面皮不好,因此不敢相留。”

양산박에 조개(晁蓋) 일행이 들어간 직후의 장면이다.
양산박 두령인 왕륜(王倫)은 술은 내놓았으나 자리는 주지 않으려 했다.

이제 술을 먹은 지 막 오후에 접어들었다.
왕륜은 졸개를 불러 오게 하였다.
몇 몇이 가더니만 얼마지 않아,
한 사람이 큰 쟁반에 커다란 은덩어리 5개를 받쳐 들고 왔다.
왕륜은 몸을 일으키고, 잔을 쥐고는 조개에게 말한다.

“이번에 여러 호걸께서 의를 합치고자 이리로 오셔서 너무 감격스럽습니다.
다만 산채가 피폐하고 작은 것이 한입니다.
사방이 물로 둘러싸인 웅덩이 같은 곳이라,
어찌 용 같이 비범한 영웅호걸을 편히 모실 수 있겠습니까?
가까스로 조그만 성의를 준비하였습니다.

바라거니와 웃으면서 받아주십시오.
보다 큰 산채로 옮겨 가시지요.
소인은 그 밑에 들어가 따르도록 하겠습니다.”

조개가 말한다.

“소인들은 듣건대 산채에서 의로운 사람들을 맞아 주신다 하더군요.
그래 특별히 이곳에 몸을 의탁하려 하였음입니다.
만약 용납하시지 않으신다면 저희들은 스스로 물러나겠습니다.
내려주신 백금은 결코 받을 수가 없습니다.”

그런데 재미있는 것은,
앞서 임충이 양산박에 처음 들었을 때도,
거의 비슷한 장면이 연출되었다.
여기서 잠깐 그 장면을 다시금 음미해본다.

... 托出五十兩白銀、兩匹紵絲來。王倫起身說道:“柴大官人舉薦將教頭來敝寨入夥,爭奈小寨糧食缺少,屋宇不整,人力寡薄,恐日後誤了足下,亦不好看。略有些薄禮,望乞笑留﹔尋箇大寨安身歇馬,切勿見怪。”林沖道:“三位頭領容復:小人‘千里投名,萬里投主’,憑托柴大官人面皮,逕投大寨入夥。林沖雖然不才,望賜收錄。當以一死向前,并無諂佞,實為平生之幸,不為銀兩齎發而來,乞頭領照察。”王倫道:“我這裏是箇小去處,如何安著得你?休怪,休怪。”朱貴見了,便諫道:“哥哥在上,莫怪小弟多言。山寨中糧食雖少,近村遠鎮,可以去借﹔山場水泊木植廣有,便要蓋千間房屋,卻也無妨。這位是柴大官人力舉薦來的人,如何教他別處去?抑且柴大官人自來與山上有恩,日後得知不納此人,須不好看。這位又是有本事的人,他必然來出氣力。”

... 백은 오십 량과 저포 두필을 내오더니만,
왕륜은 이리 말한다.

“시대관인(시진)이 임교두를 추천하셔서 산채로 들어오셨습니다만,
산채가 좁고 작아 어찌하겠습니까?
게다가 머무르실 곳도 미처 준비가 아니 되었고,
사람들도 적습니다. 
잘못 모실까 걱정이 자못 크옵니다.
이 또한 저희의 못난 모습입니다.

약소한 성의지만,
바라거니와 웃음으로 용납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보다 큰 곳을 찾아 몸을 의탁하심이 어떠하겠습니까?
그러하니 결코 저희를 나무라지 마십시오.”

바로 이것을 다시 상기하였으리라,
임충이 격분한다.
그 장면을 이제 다시 이어 음미해보자.

說言未了,只見林沖雙眉剔起,兩眼圓睜,坐在交椅上大喝道:“你前番我上山來時,也推道糧少房稀。今日晁兄與眾豪傑到此山寨,你又發出這等言語來,是何道理?”吳用便說道:“頭領息怒。自是我等來的不是,倒壞了你山寨情分。今日王頭領以禮發付我們下山,送與盤纏,又不曾熱趕將去。請頭領息怒,我等自去罷休。”林沖道:“這是笑裏藏刀,言清行濁的人!我其實今日放他不過!”

말이 끝나자마자,
임충의 양 눈썹이 바짝 치켜 올라가며,
양 눈을 크게 부릅뜨고서는 의자에 앉은 채 대갈한다.

“너는 전번에 내가 산채에 처음 왔을 때도,
양식이 적고, 방이 없다고 핑계를 대었다.”
....
....

임충이 말한다.

“이,
웃음 속에 칼을 품고,
말은 고결한 척하지만, 실은 더러운 놈아!
내 오늘은 너를 용서치 않으리라.”

王倫見頭勢不好,口裏叫道:“我的心腹都在那裏?”雖有幾個身邊知心腹的人,本待要來救,見了林沖這般凶猛頭勢,誰敢向前。林沖即時拿住王倫,又罵了一頓,去心窩裏只一刀,肐察地搠倒在亭上。可憐王倫做了多年寨主,今日死在林沖之手,正應古人言:“量大福也大,機深禍亦深。”有詩為證:獨據梁山志可羞,嫉賢傲士少寬柔。只將寨主為身有,卻把群英作寇讎。酒席歡時生殺氣,盃盤響處落人頭。胸懷褊狹真堪恨,不肯留賢命不留。

...
 
임충은 왕륜을 향해 한 차례 욕을 퍼붓더니만,
가슴 속에 칼을 박아 넣었다.


옛 말씀이 이러하다.

“量大福也大,機深禍亦深。”

“도량이 크면, 복도 크다.
은근히 재고 따지며 속셈을 차리면,
그 화도 크리라.”

林沖早把王倫首級割下來,提在手裏,嚇得那杜遷、宋萬、朱貴都跪下說道:“願隨哥哥執鞭墜鐙!”

임충은 벌써 왕륜의 수급을 잘라 손에 들었다.
으름장에 놀란 두천, 송만, 주귀는 모두 무릎을 꿇고 이리 빈다.

“말 채찍을 잡고, 등자를 받치며 형님들을 따르겠습니다.”

***

千金市骨
(※ 참고 글 : ☞ 2008/08/10 - [소요유] - 곽외(郭隗)

가만히 앉아서,
천금으로 말을 사는 것.

말을 구하려,
천금을 물처럼 뿌리는데,
항차 인재를 두고 더이상 무엇을 이르랴?

도도처처에 왕륜이 그득하니,
임충 손은 언제나 피로 젖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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