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ngta      

'알았다' 문법 考

소요유 : 2014. 7. 15. 07:43


알았다.

마땅하지 않은 일, 또는 옳지 않을 일을 보고 지적을 하자,
상대는 사과를 하는 게 아니라 대개는 이리 말하며 지난다.

‘알았다.’

‘알았다’라는 이 말은,
이제 그 사실을 접수하였다는 지시 외엔,
외부로 전하는 아무런 정보 효과가 없다.

‘신호 도달’

그러니까,
잘못에 대한 사과는커녕,
신호 정보를 전하지 않은 측이,
외려 주의를 태만히 한 격이 되고 만다.

그렇지 않은가 말이다.
이제야 신호를 접수하였음이니,
신호 도달 이전의 사태는 자신의 책임이 아니지 않은가 말이다.

상대는 저 말로서,
책임 부재 현장으로 가벼이 이탈하고 만다.
외려 신호 전달의 책임을 해태(懈怠)한 과오가 말들이로 되돌려지고 있다.

그렇다면 이미 그런 신호를 쉼 없이 발하고 있는 문제 현장에서라면 어찌 되는가?

매번 되풀이 되는 현장,
이를 방비하고자 계고(戒告)의 글을 써 붙이고,
CCTV를 달고, 그 설치 알림판 세우고,
그리고 쇠줄로 울타리를 쳐서 사전에 충분히 고지를 날리고 있는,
현장이라면 어찌 달라질 것인가?

어느 날 참새가 날아와서 하룻 저녁 사이에,
저런 방비책을 채비하여 주는 것이 아니다.
며칠 공을 들이고 댓가를 치루며 만들어야 한다.

그러함인데도 간단없이 현장은 침탈당하고,
거긴 담배꽁초, 과자 봉지가 버려져 있고,
먹다 마신 막걸리 병이 버려져 있다.
기름이 자르르 흐르는 마지막 호박 하나,
저것을 따서 서울 집에 있는 집사람에게 가져다주어야지,
이리 벼르고 있었는데 하룻밤 사이에 없어지기도 한다.

‘알았다.’

이 말은 아주 비겁한 말이다.

곧 자신은 몰랐으니,
잘못이 없다는 내심의 의사 표시인 것이다.

더 나아가서는 상대를 질타하고 있기도 하다.
그까짓 일로 왜 남을 불러 세워 지적하느냐?
당신은 쩨쩨하고, 관용의 미덕이 없지 않은가?

여기 현장,
거긴 주객이 전도되고,
시비가 혼효(混淆)되며,
책임은 방기된다.

마치 세월호 유가족의 눈물을 닦아주는 것보다,
대통령의 눈물을 더 염려하여야 한다는 문법과 비슷하다.
저들은 시위 피켓을 가슴에 걸거나,
도로에 오체투지 몸을 부리며,
당사자에게 귀류(歸流)할 물줄기를 제 이해에 복무할 곳으로 돌린다.

나라면,
상대가 적일지라도,
진정으로 눈물을 흘린다면,
그를 지지하겠다.
그러함인데도 피해자의 눈물은 외면하고,
엉뚱하게도 책임 당사자의 그 눈물을 훔치고,
더 이상 흘리지 않게 하자고 선동을 하고 있으니,
참으로 해괴한 노릇이 아니랴?

그런데,
이보다 더 슬픈 것은,
이게 세상 사람들에게 잘도 먹힌다는 것이다.
초록은 동색이라,
책임지지 않을 사건 현장에,
함께 거(居)하며 세상을 농(弄)하며 즐기기 때문일 것이다.

난 말이다.

‘알았다.’

이 따위 철면피, 비열한 말을 듣고 싶지 않다.

‘죄송하다.’

거죽 치레라도 이런 뽐새 갖춘 말을 듣고 싶다.

이것은 최소한,
지적한 사람의 체면이라도 살려주는 예법(禮法)이 아니랴?

물론 저러하다한들,
나중에 다시 지켜질 공산은 거의 없지만.

난 사람들에게서 그 이상의 기대를 접은 지 사뭇 오래 전이다.

나는 기실 무단히 침탈해들어온 사실보다,
저리 책임을 면탈하려는 현장의 마음보들에게 분노한다.
저 비열함, 더러운 인격이 한없이 메스껍기 때문이다.

저들은,
미개한 족속들이다.

자존심이 없기에 저리들 하지 않겠음인가 말이다.
지켜야 할 자존심이 없다면 이를 어찌 사람이라 할 수 있으랴?

非人也!

난 사람을 별도로 구하지 않지만,
만약 만난다면 좀 정결한 사람, 스마트한 이들을 스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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