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ngta      

제왕학

소요유 : 2015. 8. 12. 21:01


중국엔 부자들이 적지 아니 늘어나고 있다.

이들은 넘치는 부를 자식 교육에 쏟아 붓고는 한다.

게다가 1가구 1자녀 정책에 따라,

샤오황띠(小皇帝)라 불리는 독자(獨子)들의 양산으로,

여러 사회 문제가 야기되고 있다.

일부 부자들은 자녀들을 특수 사설 학원에 넣어 교육을 시키는데,

재미있게도 거기서 제왕학을 가르친다.


후계자를 키울 요량으로 경영학쯤이야 가르칠 만도 하지만,

저들이 아이들에게 제왕학을 가르친다고 주위에 전하니,

듣는 이마다 신선한 충격을 받았다고 한다.


부모에 의해 그리 동원된 아이들이 열심히 따르면 좋으련만,

꾸벅꾸벅 졸며 한눈을 파는 장면을 보면,

역시나 사람 일이란 남이 시킨다고 되는 것이 아니라,

모두 제 할 탓이라 할 것이다.


여기 그 으뜸 교육과정 중엔 한비자(韓非子)가 중심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내가 만약 저들 앞에 설 기회가 있다면, 고분(孤憤), 오두(五蠹), 세난(說難) 편도 좋지만,

주도(主道)편을 가르치며 제왕학의 그 실제 요의(要義) 그 첫번째를 소개하며,

부모들이 저들 아이들을 학원에 보낸 뜻을 채워주리라.


내가 블루베리 농원이 있는 시골에 잠시 기거를 하게 됨에,

입구에 방문(榜文)을 걸어 학동들을 모아 지도하며,

촌에 의탁하게 된 신세를 보갚고자 하였다.


여긴 군내 제일 가는 읍이지만,

위인들이 식견이 협착(狹窄)하며,

성벽(性癖)이 편벽(偏僻)되고,

품성(品性)이 고루(固陋)하여,

어른들에겐 만사 기대난망(期待難望)인지라,

아이들이라면 혹 변화를 구할 수 있을까 싶었던 것이다. 


허나, 아직까지 아무런 성과도 없다.

우선은 저들과 접촉 자체가 시원치 않았다.

한비자가 누구인지도 모르는 이가 거지반이다.

어떤 이는 한비야를 말하느냐 하는 이도 있다.

나의 기획 의도는 좌절되었다.


대신 여기 지면을 통해 주도(主道) 일부를 소개해둔다.

현대 경영학 이론은 대개 상하 신뢰를 쌓고, 소통을 기하길 적극 강조한다.

게다가 권한과 책임의 하향 이양을 적극 권장한다.

허나 법가의 주장은 이와는 사뭇 궤를 달리하고 있다.

법가는 인간을 근본적으로 신뢰의 대상으로 보고 있지 않다.

혹간 인간을 악한 존재로 본다는 오해도 있으나,

이는 바르게 보았다 할 수 없다.

정확히 말하자면 선악(善惡) 차원의 문제의식을 갖는 것이 아니라,

인간을 이해(利害)에 매인 존재로 볼 뿐이다.


... 故輿人成輿則欲人之富貴,匠人成棺則欲人之夭死也,非輿人仁而匠人賊也,人不貴則輿不售,人不死則棺不買,情非憎人也,利在人之死也。


... 고로 수레를 만드는 이가 수레를 만들면, 사람이 부귀해지길 바라고,

관 짜는 이가 관을 만들면, 사람이 요절하길 바란다.

이는 수레 만드는 이가 어질고, 관 짜는 이가 흉악한 적당이기 때문이 아니다.

사람이 귀해지지 않으면 수레가 팔리지 않고,

사람이 죽지 않으면 관이 팔리지 않는다.

사람을 미워해서가 아니라,

사람이 죽는데 이익이 있기 때문이다.


鱣似蛇,蠶似蠋。人見蛇則驚駭,見蠋則毛起。漁者持鱣,婦人拾蠶,利之所在,皆為賁、諸。


장어는 뱀과 비슷하고, 누에는 벌레와 비슷하다.

사람이 뱀을 보면 놀라고, 벌레를 보면 머리털이 곤두서며 소름이 돋는다.

어부가 장어를 손으로 잡고,

아낙네가 누에를 주워 만진다.

이익이 있는 곳엔 모두  맹분(孟賁)이나 전저(專諸)가 되고 만다.

(※ 맹분, 전저 : 춘추전국 시대의 장사(壯士))


사정이 이러한데, 어찌 선악으로 사람을 갈랐을까 보냐?

선악, 시비가 문제가 아니라, 

진짜배기 사람의 현실태에 집중하고 있는 것이다.

법가라 하여 선을 나쁘다 이르고, 악을 좋다하는 것이 아니다.

흔히 오해하기를 법가가 무자비하고 악을 긍정한다고 여기는 것은,

법가를 제대로 모르기 때문에 하는 소리다.


입으론 선을 강조하지만 행이 미치지 못하면 위선이 된다.

말로는 악을 미워한다지만 행이 따르지 못하면 비겁해진다.

유자(儒子) 중 이런 자들을 견유(犬儒)라 이른다.


법가는 구체적 실천 현실에서 선악을 초월하여, 

사람들의 행위 원리를 제 이해에 복무하는데 있다고 보는 것이다.

따라서 이를 법(法)으로 규율, 조직하고,

술(術)로 부리며, 

세(勢)를 장악하는 것이,

당시의 시대적 중심 테제인 부국강병(富國强兵)의 요체로 보았다.


여기서 세(勢)란 무엇인가?

勢重者,人君之淵也。

세라는 것은 군주의 연못이라.

연못을 떠나서는 그 지위를 유지할 수 없다 하였다.

魚不可脫於深淵。

물고기는 깊은 연못을 빠져 나올 수 없다.

‘인물이 아니라 자리가 권세를 만든다’는 속언이 있다.

이것을 남에게 빼앗기면 두 번 다시는 얻을 수 없다.


賞罰者,邦之利器也

상벌이란 나라의 이기임이라.

邦之利器不可以示人。

나라의 이기를 남에게 보이는 것은 불가하다.

상벌권을 부하에 이양하여,

흔히 권한과 책임을 분산 시키라고,

현대 경영학은 가르치지만,

법가는 이를 남에게 넘기면 자신을 해친다고 경고하고 있다.


자, 이제 마지막으로 주도의 일부를 여기 소개해두며 마친다. 


도란 만물의 시원(始元)이며, 시비의 근본이다.

그러므로 명군은 시작을 지킴으로써 만물의 근원을 알며,

근본을 다스림으로써 일의 성패 그 단서를 알게 된다.


고로 허정으로 기다려, 이름을 스스로 명명케 하며,

일로써 그 성과를 스스로 정하게 한다.

(군주는 나서지 말고, 

신하 스스로 자신이 주장할 명분을 내세우게 하고,

일한 성과로써 그 공적을 드러내게 하여야 한다는 뜻.)

 

허(虛)한즉 그 실의 정황을 알 수 있고,

정(靜)한즉 움직이는 것의 참된 본디의 형체를 알 수 있다.


말하는 자는 스스로 말하게 되고,

일하려는 자는 스스로 실적이 드러나게 된다.


실적과 말한 바가 일치하는지 대조해보면,

군주는 아무 일을 하지 않아도,

그 실정의 돌아가는 바를 알 수 있게 된다.


그런즉 군주는 자신이 바라는 바를 밖으로 드러내지 말아야 한다.

군주가 그 바라는 바를 드러내면, 신하가 스스로를 꾸미려 할 것이다.


군주는 자신의 뜻을 밖으로 드러내지 말아야 한다.

군주가 그 내심의 뜻을 드러내면, 신하는 스스로 특이한 것을 드러내려 할 것이다.


고로 말하거니와,

(군주가) 좋아하고 싫어하는 바를 없애면,

신하는 그 본바탕을 드러낼 것이며,

(군주가) 재주 피지 않고, 지혜를 버리면,

신하는 바로 대비를 할 것이다.


그러므로 지혜가 있어도 꾀를 내지 않으며,

만물로 하여금 그 처신할 바를 알도록 한다.


현명하더라도 행하려 하지 않고,

신하의 소질을 관찰할 뿐이다.

용기가 있더라도 분발하지 않고,

신하로 하여금 무용을 다하도록 한다.


道者、萬物之始,是非之紀也。是以明君守始以知萬物之源,治紀以知善敗之端。故虛靜以待令,令名自命也,令事自定也。虛則知實之情,靜則知動者正。有言者自為名,有事者自為形,形名參同,君乃無事焉,歸之其情。故曰:君無見其所欲,君見其所欲,臣自將雕琢;君無見其意,君見其意,臣將自表異。故曰:去好去惡,臣乃見素,去舊去智,臣乃自備。故有智而不以慮,使萬物知其處;有賢而不以行,觀臣下之所因;有勇而不以怒,使群臣盡其武。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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