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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지삽

농사 : 2015. 8. 19. 01:11


녹지삽


블루베리 삽목법에는 녹지삽과 숙지삽 두 가지가 대종을 이룬다.

녹지삽(綠枝揷)은 여름에 하니, 말 그대로 푸르게 자란 가지를 잘라 삽목을 만든다.

숙지삽(熟枝揷)은 겨울에 하니, 말 그대로 묵은 가지를 잘라 삽목을 확보한다.


나는 삽목에 재주가 없어 실적이 별로 내세울 것이 없었다.

하지만 처는 나보다는 사뭇 실력이 좋다.

언젠가 처가 녹지삽을 하였는데 99% 이상 살아났다.

예상 외로 삽목이 많아져 수 천 그루를 얻게 되었는데,

이는 바라는 바가 아니었으되 버릴 수 없은즉 전부 살려,

하우스 안은 지금껏 많은 양이 남아 있다.


농원 개원 이래 수년이 지난 이제야,

시행착오를 거쳐 우리 밭에 알맞은 품종이 선발되었다.

품종에 대한 사람들의 평이란 대개는 주관적이기 십상이고,

재배지의 토성(土性), 기후 등에 따라 동일 품종이라도 이상(異相)을 보인다.

때문에 당해 농지에 적합한 품종은,

식재 후 수년이 걸려서야 비로서 확인이 된다.


실로 농사란 것이 대물려 짓지 않으면 어렵다는 것을 절감한다.

작물 생리에 대한 지식, 재배기술, 나아가 농경영 등은,

하루 아침에 습득이 어렵기 때문이다. 

농사란 이렇듯 시간 종속적이며 역사의 세례를 받아 익어가는 기술(art)이다.


주위에서 캠핑장을 운영하는 분이 어제 농원을 방문하셨다.

농사 뿐이 아니라 식당 역시 대를 물려가지 않으면 어렵다고 맞장구를 친다.


초기에도 무작정 심은 것은 아니로되,

좋다는 소문을 듣고 심은 품종들이,

모두 다 우리 농장에 적합 것이 아니었다.

해서 일부 만족스럽지 않은 품종의 것을 만부득 뽑아내었는데,

이로서 시간 손실이 적지 않았다.

발수(拔樹) 내내 나무에게 미안하기도 하였다.


이번에 녹지삽을 한 것은 우리 농장 토질에의 적합성과,

숙기(熟期), 당산비(糖酸比), 과중(果重), 경도(硬度), 보관성(保管性), 생산성(生産性)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품종에 집중하였다.


녹지삽은 당년도에 성장을 하고 있는 가지를 취하였기 때문에, 

생명력이 강하여 잠을 자고 있던 가지를 취한 숙지삽에 비하여 성공률이 높다.

처가 지난번에 한 녹지삽은 밀폐삽(密閉揷)을 준용한 것이었는데,

이번에도 그를 따랐다.

다만 시기적으로 좀 늦게 하였기 때문에 썩 만족스럽지만은 않다.


밀폐삽은 묘판을 넣은 비닐 터널을 완전히 밀폐하는 것인데,

이게 충분히 이뤄지지 않으면 실패하기 쉽다.

하지만 기밀(氣密)이 충분히 이뤄지면 이처럼 쉬운 방법은 찾기 어렵다.

한번 밀폐장을 만들어놓고 묘상(苗床)을 집어넣어두면 마지막까지 돌볼 일이 없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녹지삽을 할 경우 이파리를 일부 잘라주어 수분 과증산(過蒸散)을 막는다.

하지만 밀폐삽의 경우엔 굳이 이리할 필요가 없은즉,

삽목시 품이 많이 절감된다.

삽목을 상토(床土)에 다 꽂은 후 후,

물을 충분히 주어 완전히 적시도록 한다.

밀폐가 완벽하면 삽목 터널 안의 공중습도는 포화(飽和, saturation)상태가 된다.

때문에 잎의 과증산 때문에 건조가 일어나는 일은 생길 수 없다.

하기에 흔히 하듯 이파리를 부분 잘라줄 필요가 없는 것이다.


나는 과거엔 밀폐가 완벽히 되지 않을 것을 염려하여,

구석에 물이 든 통을 몇 개 비치하였었다.

허나 이것은 생각과는 달리 그리 큰 역할을 하지 못한다.


이번엔 터널 안에 관수 라인을 깔고,

탭(tap)을 내어 튜브 지선(支線)을 몇 개 이끌어내었다.

그리고 단말부엔 물안개(mist) 팁(tip)을 달아 미세한 물안개를 뿌릴 수 있도록 채비하였다.


이제 터널 안을 지켜보다 혹 건조가 의심스러우면,

외부로 노출된 관수 코크를 열고 통수(通水)하여 물안개를 뿜어줄 수 있게 되었다.

이로서 터널 비닐을 열지 않고도 수분을 공급할 수 있으므로,

삽목 터널 안의 수분 조건 환경을 안정적으로 유지할 수 있다.

다만 일없이 물안개를 뿌려주지 않도록 주의하여야 한다.

자칫 습관적으로 뿜어주면 과습을 초래할 수 있기 때문이다.


비닐 터널 위는 차광막을 설치하여 과도한 온도 상승을 막아야 한다.

한낮 기온이 급격히 오를 경우 터널 위에 물을 뿌려주면,

터널 안 온도를 내려줄 수 있다.

다만 이럴 경우 포화상태이기 때문에 이슬점 온도 이하로 내려가며,

바로 물방울이 맺힘에 유의하여야 한다.

물방울이 생기면 빛이 고르게 들어오지 않고,

소위 볼록렌즈 효과로 빛이 과밀속(過密束)되어,

묘체(苗體)가 타버릴 수도 있다.

또한 비닐 천장에 달라 붙은 수적(水滴)이 무거워지면,

어린 묘체나 묘상 위로 적하(滴下)된다.

한낮 예기치 않은 수분 교류가 나타나 나무 생리 체계에 과자극을 주게 된다.


가장 좋은 것은 애초부터 밀폐를 완벽하게 하여,

미스트를 쓸 필요조차 없도록 만드는 것이다.

노지에 삽목장을 만들 경우엔,

비닐 하단 자락을 흙으로 덮어두면 밀폐가 거의 완벽하다.

하지만 하우스 안에 설치할 경우,

바닥에 깔아놓은 방초포 때문에 아무래도 터널 밑에 틈이 생기곤 한다.

나는 이를 우려하여 미스트 장치를 채비한 것이다.


나중 발근(發根)이 확인되면 포트로 옮겨 개체별로 관리하는 것이 좋다.

묘판에 꽂혀 있는 상태대로 겨울을 나는 것이 좋다는 이도 있지만,

여기처럼 추운 곳은 별로 추천할 만하지 않다.

월동시 하우스 안에서 포트 상토가 해동과 결빙 상태를 오가는 동안 

유묘(幼苗)가 뽑혀 올라와 세근(細根)이 잘리는 등, 

활착이 편치 않기 때문이다.

중북부 이상의 추운 지역에서 묘판 채 월동을 하려면,

별도 정온 설비나, 보온 설비를 채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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