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쥐 잡는 황제

소요유 : 2015. 10. 24. 14:15


황제는 절대 권력자다.

그들 중엔 시서화에 정통한 지적인 사람이 적지 않다.

하지만 좀 별난 짓을 한 사람도 나타나곤 한다.

고대엔 비천한 직업이 많았다.

이런 일에 편집증적으로 집착한 이들의 면면을 살펴본다.


한영제(漢靈帝) 유굉화(劉宏和)와 남조 송나라의 어린 황제 유의부(劉義府)는,

황궁 안에 시장을 개설하여 상인 복장을 하고서는 친히 물건을 사고 팔았다.


남조 제나라의 폐제(廢帝) 숙보권(蕭寶卷)은 사치가 심하고 낭비벽이 있었다.

그는 18세에 피살을 당했다. 

어릴 때 공부를 하지 않았고, 쥐를 잡는 것을 낙으로 삼았다.

황제 위에 오른 후 황궁 후원에 교역 시장을 개설하였다.

또한 시장관리기구도 설립했다.

반귀비(潘貴妃)를 총관에 임명하고서는,

자기는 스스로 관리인원(管理人員)이 되었다.

돼지고기를 파는데 저울이 굳이 필요하지 않았다.

황제는 손대중만으로 정확히 무게를 재었다.


북조의 제나라 후주 고위희(高緯喜)는 거지 노릇 하는 것을 즐겼다.

후궁에 빈곤촌을 설립하고서는 스스로 찢어진 넝마를 입고서는 거지 노릇을 하였다.

거리를 거닐며 구걸을 하면서 자극을 구했다.

무료함을 이리 달래며, 헛되이 시간을 낭비하였다.


당현종(唐玄宗) 이륭기(李隆基)는 희곡에 얼이 빠졌다.

이원(梨園)에 희곡을 연출하는 장소를 열고서는,

스스로 무대 화장을 하고 등장하였다.

이 이후 이원(梨園)은 희곡계를 가리키는 말이 되었다.

또한 이로서 당현종은 희곡계의 조사(祖師)가 되었다.


선재동자(善財童子)는 화엄경(華嚴經) 입법계품(入法界品)의 주인공이다.

그는 보살도(菩薩道)를 수행하기 위해 문수보살처(文殊菩薩處)를 따라 남행을 한다.

53인의 선지식(善知識)을 만나며 수행을 한다.


比丘、比丘尼、優婆塞、優婆夷、童子、童女、天神、天女、婆羅門、

長者、商人、醫師、船師、國王、仙人、佛母、王妃、地神、樹神


그는 이처럼 각기 다른 여러 신분의 선지식을 만난다.

이를 선재오십삼참(善財五十三參)이라 부른다.


선재동자는 처음에 우선 덕운(德雲) 비구를 만난다.

그로부터 염불삼매법문(念佛三昧法門)을 배운다.

이후 여러 사람을 만나며 종종적법문(種種的法門),

즉 제 각각 종류가 다른 법문을 듣게 되는 것이다.


여기서 중간 과정은 다 훑지는 못하겠지만

최후에 보문국(普門國)에 도착한다는 사실은 짚어두고 싶다.

결국 이는 보현보살(普賢菩薩)의 도장에 발을 들이게 되는 것인데,

보현보살은 실천행을 대표하는 보살이다.

구체적 실천행으로써 불법의 진제(真諦)를 체현한 것이다.

물론 선재동자는 거기서 문수사리를 먼저 뵙는다.

하지만 선재의 운수(雲水) 남행은,

구도의 실천적 모습을 보다 중점적으로 보이기 위한 장치라 하겠다.


이에 반해 문수보살은 지혜를 상징한다.

선재동자가 마지막에 보문국에 도착한다는 것은,

현실 속에서 구체적인 행으로서 보살도를 완성한다는 의미가 있다 하겠다.


원래 선재동자(善財童子)는 출생시 집안에 허다한 진귀한 재보가 생겨났다하여,

그리 이름이 취해진 것이다.

(※ 觀察善財以何因緣而有其名?知此童子初入胎時,於其宅內自然而出七寶樓閣,其樓閣下有七伏藏,於其藏上,地自開裂,生七寶芽,所謂:金、銀、瑠璃、玻瓈、真珠、硨磲、碼碯。)

허나 선재동자는 속세를 달관하여 재물을 분토(糞土)처럼 여기고 수행에 나섰던 것이다.


위에서 살펴본 황제들은 그저 무료함을 어쩌지 못하여,

유희로써 정력을 소비하고, 시간을 축내었을 뿐이다.


선재동자가 만난 婆羅門、長者、商人、醫師、船師、國王 등은,

각자가 자기 자리에서 나름 법문을 펴고 있음이니 실인즉 법의 당체이기도 하다.

사람들이 각자 자신이 처한 자리에서 그 역할에 충실하다면,

이 또한 실(實)답고 법(法)다운 일이 아니겠는가?

선재동자가 53인을 만나 보살도를 성취하였다면,

53인 역시 보살이어야 한다.

그런데 왜 53인으로 한정할 필요가 있는가?

천인이든 만인이든 각자는 각 자리에 선지식으로 서있는 것이다.


齊景公問政於孔子。孔子對曰 君君,臣臣,父父,子子。公曰 善哉!信如君不君,臣不臣,父不父,子不子,雖有粟,吾得而食諸? (論語)


제경공이 공자에게 정치에 대하여 묻자, 공자가 답하여 이리 말하다.


"임금은 임금답고, 신하는 신하답고, 아버지는 아버지답고, 아들은 아들다운 것입니다“


경공이 말하다.


“좋습니다. 진실로 임금이 임금답지 않고, 신하가 신하답지 않고, 아버지가 아버지답지 않고, 아들이 아들답지 않다면, 비록 곡식이 있다고 한들 내가 그것을 먹을 수가 있겠습니까?”


오늘날 연예인이나 재벌가 사람들이 원정 도박이나 상습 마약 때문에,

심심치 않게 물의를 일으키곤 한다.

저 황제들처럼 사는 것이 무료한 것이다.

자신의 자리를 일시 차고 나가,

저천(低賤), 낮고 천한 곳을 기웃거리며,

사치하고, 낭비하고, 타락하며,

시간을 허공중에 날려버리고 있는 것이다.

그들은 한쪽 발은 황제 자리에 여전히 놓아 두고 있다.

이리 구속되어 있으면서 다른 한쪽 발로 연출을 하고 있을 뿐,

결코 위험, 고초 따위를 모두 담부(擔負)하지 않는다.


선재동자가 이들과 다른 것은 무엇인가?

그가 처음 덕운(德雲) 비구를 만나,

염불삼매법문을 배운 바,

이는 향후 53인을 만나는 이유와 근거가 된다.


聖者!我已先發阿耨多羅三藐三菩提心,而未知菩薩云何學菩薩行?云何修菩薩行?乃至應云何於普賢行疾得圓滿?我聞聖者善能誘誨,唯願垂慈,為我宣說:云何菩薩而得成就阿耨多羅三藐三菩提?


선재동자가 덕운 비구를 처음 만나자 묻는 장면이다.

보리심을 내었지만, 보살행을 어찌 배운는지, 어떻게 닦는지, 그 방법을 여쭙고 있다.


難中之難。


그러자 덕운은 그 길은 어려운 가운데 더욱 어려운 일이라 말한다.


저 황제들처럼 무료함을 달래려 한다든가, 사치, 방일하고자,

뜻을 일으키고, 남행길에 나선 것이 아님을 알 수 있다.


漸次南行


선재동자는 한 사람 한 사람을 만나고 다음 차 남행길에 든다.


이것을 space series 또는 time series로 볼 것이 아니라,

병렬적 내지는 병발적(竝發的) 사태로 보아야 한다.

53인은 하나로서 완전하다.

다만 선재는 아직 만나는 이 하나 하나를 개별체로 대하고 있다.

역으로 53인 각자는 자신을 발보리심(發菩提心)을 일으키고,

發大悲心,發大慈心,發安樂心,發饒益心,發哀愍心,發無礙心,發廣大心,發無邊心,發寬博心,發清淨心,發智慧心을 내고,

끝내 普入一切智慧海하는 그 당체로 보아야 한다.

헌데 이를 어찌 53인으로 한정할 까닭이 있으랴?

사람 하나하나는 모두,

53인 중의 하나요,

천인(千人) 중의 하나며,

만물(萬物) 중의 하나일 뿐인 것을.


여기 그 증거가 있다.


一一塵中,出一切世界微塵數佛光明網雲,周遍照耀 ....


見普賢身一一毛孔,出一切世界微塵數光明雲,遍法界、虛空界、一切世界,除滅一切眾生苦患,令諸菩薩生大歡喜 ...


입법계품(入法界品) 마지막에 오면,

一一塵中, 一一毛孔로 시작되는 글귀를 만날 수 있다.


가령 보현보살 털구멍 하나하나에 일체 세계 수 없는 광명 구름이 나와,

법계, 허공계, 일체 세계 두루 일체 중생의 고통과 우환을 없애고,

제보살이 대 환희심을 내게 하며 ....


여기 일대다(一對多)를 넘어 일즉다(一卽多)의 짜릿한 세계가 펼쳐지고 있다.

게오르크 칸토어(Georg Cantor, 1845∼1918년) 

그는 부분이 전체와 같을 수 있다는 것을 증명했다.

물론 이는 무한의 세계에 통용이 된다.

세상과 벽을 쌓은 단절된 유한의 폐쇄계에선 통하지 않는다.


무한과 하나


一中一切多中一

一卽一切多卽一


하나 가운데 일체가 있고, 많은 가운데 하나가 있다.

하나가 곧 일체고, 많은 것이 곧 하나이다.


一微塵中含十方


티끌 하나 가운데 시방 세계가 머금어져 있다.


저 괴상한 황제들은 세상을 상대로 흉내를 낼 뿐,

세상을 소비하며 자신을 기망할 뿐인 것을.


선재동자는,

漸次南行하며,

一卽一切 多卽一을 직접 체험하며,

證入一切佛微塵數三昧法門

법문으로 증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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