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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인농부(哲人農夫)

소요유 : 2015. 11. 16. 13:33


어제 농원에 갔다 왔다.


근처에 콩 밭이 하나 있다.

원래 율무 밭이었는데, 몇 년 전부터 콩 밭으로 바뀌었다.

연천은 전국에서 제법 이름이 난 율무 주산지 중에 하나인데, 

얼마부터인가 율무를 심지 않고 다른 작물로 바꿔가고 있다.

그 사정은 잘 모르겠지만 콩이나 고추 따위로 환작(換作)하고 있는 것으로 보아,

아무래도 율무에 대한 수요가 감소하고 있는 게 아닌가 싶다.


그 콩 밭으로 가보았는데,

한 쪽에 농약 통이 수 십 개가 마구 버려져 있다.

이것들은 대부분 봄부터 뿌려댄 제초제 일색이다.

거기 농부 녀석을 몇 번 보았는데,

쓰던 장갑, 휴지도 아무 데나 휙 버리길 예사로 한다.

매 년 보지만 농약 통을 저리 밭에다 버리고는,

이듬해 밭갈이 할 때도 치우질 않아 그냥 농토 안으로 쓸려 들어간다.

법이 있다면 당장 녀석 손모가지에 쇠고랑을 채워 잡아가, 

영원히 농토로부터 멀리 격리시키고 싶다.

그저 밭두렁에 퍼질러 앉아 통곡이라도 하고 싶은 심정이다.

정녕 우리가 이리 살아도 되겠음인가?


농부는 무지렁이가 되어서는 아니 된다.

생명의 가치를 알고, 

땅, 하늘, 지구를 사랑하는 사람이 담당하여야 한다.

플라톤의 철인정치(哲人政治)처럼,

농사도 철인농부(哲人農夫)에게 맡겼으면 한다.


제 어미도, 처도 식구도 나서 수확을 하는데,

그 중 하나라도 나서 이를 말려야 하지 않겠음인가 말이다.

어찌 이리도 엉망으로 농사를 지을 수 있음인가?

저것을 도시민들이 보았다면 콩을 사다 먹을 기분이 들겠는가?


농토는 저리 더렵혀지고,

농약이나 비료로 처발라지며,

이악스런 농민들에게 쉼 없이 유린당한다.

마땅히 법으로, 그리고 강력한 집행력으로 막아야 한다.


또 다른 이웃 농토가 얼마 전부터 성토(盛土) 작업을 하고 있더니만,

어제 보니 현수막이 걸려 있다.


‘단지형 명품 분양’


논도 밭도 이젠 그 본연의 가치를 인정받지 못하고,

우리 곁을 떠나 사라져버리고 있다.

한 번 없어져버리면 다시 되돌리기 어렵다.

특히 논의 경우엔 회복이 거의 불가능하다.

지금은 경제 논리에 의해 논밭을 천대하고 있지만,

언젠가는 몇 배 셈을 치루며 되우 혼이 나고 말리라.


하기에, 논밭은,

돈보다, 

국가 안보, 국토 환경 보전,

그리고 생명 가치 차원에서,

굳굳하게 지켜내야 한다.


아, 참으로 슬픈 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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