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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 놈

농사 : 2016.01.27 11:44


큰 놈


내가 농부가 되어 농업기술 센터나 군청에서 주관하는 농민 대상 강의에 참여해보지만,

도시 이게 무슨 낮도깨비 짓인가 싶을 때가 많다.


누렇게 뜬 농부들 모아놓고는 농가 당 1억 소득 운운하며,

대꼬챙이에 붉은 깃발 꽂아 흔들며 가여운 혼을 앗아간다.

1억 소득을 올리려면 지금 보다 더 땅을 늘려야 한다.

늘리는 방법은 딱 하나다.

소농이 땅을 팔고 떠나고, 이를 대농이 흡수하여 덩치를 키우는 수밖에 없다.

지금도 시골 동네 촌부들은 벼농사 지으면 농약, 비료 값 대기도 벅차다고 한다.

이런 마당인데 1억이 가당키나 한 노릇인가?


게다가 스토리텔링이란 요사스런 짓거리를 가르친다.

스토리를 번지르르 하게 꾸며 만들어야 농산물을 잘 팔 수 있다는 것인데,

이야말로 본말이 뒤집힌 것이라 참으로 우습다.

농산물을 잘 지어야 스토리가 나올 터인데,

잘 지을 생각은 뒷전이고 이야기를 그럴 듯하게 꾸밀 궁리나 트고 앉았으니,

이게 다 도시민 속이는 짓거리가 아닌가 말이다.


지금 농정의 큰 방향은 농지를 작은 놈으로부터 빼앗아 큰 놈에게 몰아주는 것이다.

저들은 이리 하여 경쟁력을  확보하지 않으면 아니 된다는 논리를 편다.

큰 놈에게 농지를 팔아넘기고 남은 농부는 어찌해야 하는가?

타지로 나가거나 큰 놈 밑에 기어들어가 밑품을 팔아야 한다.


소농은 아예 씨를 말리려 하고 있다.

지원금이나 보조금 같은 것도 큰 놈이나 연고 가진 이에게 유리하지,

소농이나 낯이 설은 이는 냄새도 맡기 힘들다.


도시를 보면 작은 점포는 다 큰 놈에게 넘어가 있다.

동네 골목마다 있던 구멍가게는 지금 하나도 남겨져 있지 않다.

모두 재벌가의 마트에 상권이 넘어가버렸다.

청년은 물론 멀쩡한 아주머니, 아저씨들은 여기 시급 4, 5천 원짜리 알바로 고용되어,

다리 사이에 비파소리 나도록 돌아다니기 바쁘다.

이러한 형편인데도 재벌가 2세들은 떡볶이, 빵집까지 진출하여,

저인망식으로 바닥 상권까지 훑어가려 하고 있다.


금수저를 물고 태어나지 않으면,

공부를 잘하여 전문직이 되거나,

운 좋게 공무원이나 대기업 정규직으로 취업이 되어야 한다.

헌데 지금 재벌가들은 사내 유보금을 탑처럼 쌓아 놓고 있지만,

투자를 하지도 않고, 정규직을 새로 뽑지도 않는다.

하다못해 비정규직도 직접 뽑질 않고, 하청, 재하청 회사를 상대로 하기 때문에,

비정규직이란 더 이상 오늘을 설계하고, 미래를 꿈꿀 처지가 아니 된다.


이러한 형편인데도, 부자는 감세해주고,

서민을 상대로는 간접세로 묵은 혈채인 양 앗아가기 바쁘다.

가령 담뱃세 인상에 따라 작년에 세수가 10조 이상 늘었다.

이는 예년에 비해 3조 4000억 증가한 것이라 한다.


농지를 큰 놈에게 몰아주면,

소농은 당장은 목돈을 받을 수 있지만,

더 이상 농부로 살아갈 수 없다.

다만 지역에 남아 큰 놈의 밑에서 품이나 팔아야 한다.

이게 도시의 비정규직이나 알바의 처지와 다를 게 있겠는가?


기실 농가 당 1억 소득은 불가능한 것이 아니다.

소농을 쓸어버리고 대농 위주로 판을 다시 짜면,

까짓 1억이 문제이겠는가? 

10억은 왜 아니 못 달성하겠는가?


농정 담임 관리라는 이들은 농민 편이 아니라, 제 앞가림하기 바쁘다.

저리 대농으로 몰아가면 관리하기가 여간 편하지 않으리라.

게다가 외양 상 실적도 높게 올릴 수 있다.


이리 밀려난 도시민이나, 농민들은 모두 단자화되어 그 존재가 드러나 보이질 않는다.

뒷골목을 보아도 거대 재벌의 마트가 의젓하니 자리 잡아 있고,

산동네에 자리 잡았던 달동네도 없어져 버렸다.

뒷골목에 있던 구멍가게, 달동네에 살던 이들은 다 어디로 갔는가?

그들이 갑자기 부자라도 되어 큰 점포, 큰 집으로 옮겨가기라도 하였는가?

아니다.

모두 파편화 되어,

재벌가의 마트에 알바로 뛰거나,

고시촌, 쪽방에 숨겨져 있을 뿐인 것을.


진승, 오광처럼 착취 받던 이들이 뭉쳐 있으면,

저들처럼 혁명이라도 일으킬 수 있지만,

요즘엔 모두 갈기갈기 찢겨져 외톨이로 흩뿌려져 있다.

돌틈에 낀 두꺼비처럼 그저 눈만 껌뻑이며 잔명(殘命)을 이어갈 뿐이다.

(※ 참고 글 : ☞ 2016/01/09 - [소요유] - 진승과 오광)


지금 한우 시장을 보면 예년에 비해 소비자 가격이 50~80%는 올랐다.

도축 경매인 이야기를 들어보니 소규모 축산 농가를 줄이고,

대규모 축산 기업 위주로 판을 짰기 때문이란다.

소농은 축출 당하고, 이 때문에 공급량이 부쩍 줄어들었다.

게다가 대농의 가격 주도력이 높아 등귀하고 있는 것이다.

아마 한우 전문 음식점들 중에 한우 대신 수입육으로 전향하는 이들이 많이 생길 것이다.

결국 이는 한우 소비층을 줄이는 결과를 초래해,

장기적으로 한우 축산업 자체의 규모를 줄이는 요인이 될 것이다.


기업농들은 철저하니 이윤 추구 동기로 농사를 시작하기 때문에,

농약을 거리낌 없이 투하할 것이며, GMO 작물도 거침없이 도입하려 할 것이다.

이에 따라 농산물 안전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우리의 땅은 돌이킬 수 없게 황폐화할 것이다.


소농을 키워야 한다.

농민들이 자족적인 생활을 할 수 있도록 정책을 짜야 한다.

자부심을 가지고 땅을 일구고, 제대로 된 농산물을 가꿀 수 있도록 유도하여야 한다.

이 때라야 국민 건강도 바로 지켜질 수 있다.

기껏 10만 원짜리 직불금 알사탕을 입에 물려주며,

뒤도 돌아보지 않으며 제 할 일 다 했다 할 일이 아니다.

(※ 참고 글 : ☞ 2015/10/26 - [농사] - 눈깔사탕)


1:99


1%의 사람들이 국부 99%를 가졌다.

나머지 1%를 99%의 사람들이 각축을 벌이며 나눠 가지려 경쟁한다.

이런 실정이니 사람들에게 대의(大義)를 걱정하라 권하는 것조차 사치이다.

저희들끼리 소리(小利)라도 다퉈 노리지 않으면 생존조차 힘든 세상이다.


모름지기 바른 정치란 99%를 아파하고 부축하여야 한다.

그러함인데 1%를 아껴 저들의 세금을 감해주고,

99%를 쉽게 부릴 수 있도록 법을 고쳐 지원해주려 하고 있다.

과시 낮도깨비 같이 엉뚱한 처사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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