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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ignal, noise, carrier

소요유 : 2016. 2. 9. 18:45


signal, noise, carrier


최근 네이트 실버의 ‘신호와 소음’이란 책을 읽었다.

방대한 자료를 섭렵하고 다수의 사람들을 인터뷰한 역작이라 하겠다.

출판사의 이 책에 대한 소개는 이렇다.


‘통계학을 기반으로 어떻게 잘못된 정보(‘소음’)를 거르고,

진짜 의미 있는 정보(‘신호’)를 찾을 것인지에 대한 책이다.‘


세상은 신호와 소음이 서로 섞여 있다.

그런데 저자는 소음을 줄이고 신호를 어떻게 걸러낼 것인가에 대하여,

역사적 내력을 검토하고 자신의 경험을 토대로 탐구한 과정을,

장황하니 기술하고 있다.


여기 소개되는 베이지안(Bayesian)은 흥미로와 다시 한 번 공부를 하게 되었다.


“주관주의 확률 이론 - 

 객관적인 확률이란 하나의 환상이어서 존재하지 않으며,

 확률은 개인적이며 주관적인 믿음의 정도일 뿐이라고 주장한다.”


베이지안 추론은 입수되는 정보 또는 보다 정확한 확증으로,

기히 가정된 확률을 업데이트해나간다.

이는 전통적인 빈도 추론(frequentist inference, 頻度 推論)과는 다르다.

즉 반복된 표본 샘플링으로 모집단의 확률을 추론하는 것과는 다르게,

주관적인 믿음을 기초로 출발하되, 

추가로 얻어지는 새로운 정보로서 확률을 업데이트해나간다.

따라서 시간이 지나면서 보다 진실에 근접해간다.


이 책을 읽는 동안 18년 전에 읽었던 ‘신을 거역한 사람들(피터 L. 번스타인)’이 떠올랐다.

간밤에는 누워서도 책 이름이 떠오르지 않아 이게 아직도 책장에 꽂혀 있는가 궁금하였다.

나는 그 동안 가지고 있던 책을 많이 처분하였기 때문에 혹 없애버리지나 않았을까 염려를 하였다.

저녁에 평소보다 일찍 잠이 들어 한밤에 잠이 깨고 말았다.

궁금함을 참지 못하고 일어나 책장을 뒤졌다.

다행히 이 책은 남아 있었다.

화려한 문체와 함께 리스크(risk)의 역사를 섬세하게 탐색한 명저다.

이 책을 읽을 때의 감동은 ‘신호와 소음’보다는 한결 더하였던 기억이 난다.

기실 ‘신호와 소음’은 소문과 다르게 별반 남는 것이 없다.

공력을 들인 것은 인정하겠지만 좀 산만하고 깊이가 부족한 느낌이다.


신호와 소음은 원래 전자공학 용어이다.

이에 대하여는 내가 앞의 글에서 잠깐 언급한 적이 있다.

(※ 참고 글 : ☞ 2015/07/12 - [소요유] - signal)

‘신호와 소음’의 책에서 소홀히 취급되거나 거의 다뤄지지 않은 것이 있다.

그것은 signa(신호)l, noise(소음)를 다룰 때 반드시 논해야 하는 carrier(搬送波)이다.


그러니까 나의 지적은 signal은 때론 carrier에 구속됨을 외면하여서는 아니 된다는 것이다.

가령 똑같은 말(signal)이라도 어머니가 한 말과 아버지가 한 말은,

감수자(感受者)에게 달리 수용될 수 있다는 말이다.

실제 carrier의 주파수(frequency)가 signal 주파수보다 작을 경우엔,

signal을 제대로 전달할 수 없게 된다.

이 때 signal은 아예 전달불능이 되거나,

전달되었다한들 noise로 전락하고 만다.


(http://techsource-asia.com/Marketing/enews/Feb2012/Academic_Fig1.png)


가령 말(carrier) 위에 사람(signal)이 탔을 땐 서울에서 수원까지 갈 수 있다.

하지만 쥐 위에 사람이 타고서야 대문 밖인들 나갈 수 있겠음인가?

오늘날 정보통신학에선 이런 역량을 주파수 대역폭(frequency bandwidth)으로 가늠한다.


주식을 놓고 볼 때,

정보를 내부자가 내게 전해준 것 하고,

장삼이사가 내게 전해준 것이 비록 내용이 같다한들,

이 정보에 대한 수용자의 신뢰성 수준은 천양지차이다.

오늘날 효율적시장가설은 정보의 즉각적 전파, 수용을 가정하지만,

현실 시장엔 크고 작은 비효율이 상존하고 있다.

이는 signal이나 noise 자체의 문제에서 발생되기도 하지만,

carrier에서 초래되는 경우도 많다는 것을 간과해서는 아니 된다.


digital이라는 것은,

signal의 분해능을 사전에 실용 목표 한계내로 제한시켜,

noise로부터 자유를 확보하는 기술이다.

하지만 분해능 제한 수준만큼 정보의 정도(精度, precision)를 희생하여야 한다.

(※ 참고 글 : ☞ 2008/02/15 - [소요유/묵은 글] - code - ①)

반면 analog는 noise가 필연적으로 따르지만, 

사전에 signal의 정도(精度)를 제한하진 않는다.

다만 정보 수용측에서 signal과 noise를 어떻게 갈라내는가 하는,

별도의 문제가 남아 있게 된다.


이렇듯 signal, noise 문제 외에 carrier 문제를 외면할 수 없다.

앞서의 책 '신호와 소음'에선 이 문제를 소홀히 하고 있어 아쉽다.

digital은 현실 적응 한도 내에서 유익할 뿐, 

noise를 완전히 해결한 것은 아니다.


손자병법을 보면 정보 전달체인 carrier에 대한 정밀한 분류법이 소개되고 있다.


故明君賢將,所以動而勝人,成功出于眾者,先知也;先知者,不可取于鬼神,不可象于事,不可驗于度;必取于人,知敵之情者也。

故用間有五:有鄉間、有內間、有反間、有死間、有生間。五間俱起,莫知其道,是謂神紀,人君之寶也。鄉間者,因其鄉人而用之。內間者,因其官人而用之。反間者,因其敵間而用之。死間者,為誑事于外,令吾間知之,而傳于敵。生間者,反報也。

(孫子兵法 用間)


“총명한 군주와 현명한 장수가 움직이면 남을 이기고, 

성공이 남보다 뛰어난 것은 먼저 알기 때문이다.

먼저 안다는 것은 귀신에게 취할 수 없으며,

일로부터 추상할 수도 없으며,

법도로부터 증험할 수도 없다.

반드시 적의 사정을 아는 사람으로부터 취해야 한다.


그런즉 간자를 쓰는 데는 다섯 가지가 있다.

향간, 내간, 반간, 사간, 생간이 있다.

다섯 간자가 모두 일어나도(활동하여도) 그 방법을 아지 못하는 것을

신묘하다 이르며, 군주의 보배인 것이다.


향간은 그 적국의 지방 사람을 말미암아(이유로) 쓰는 것을 말하며,

내간은 그 적국의 관리를 말미암아 쓰는 것을 말하고,

반간은 그 적국의 간자를 말미암아 쓰는 것을 말하며,

사간은 밖에서 거짓 일을 꾸며 아측의 간자가 알고는 이를 적에게 전하는 것이며,

(이럴 경우 대개는 적국 간자는 적국에 의해 살해되고 만다. 그래서 사간이다.)

생간은 돌아와 보고하는 것이다.

(사간과 다르게 무사히 임무를 마치고 귀환한다.)”


그러니까 정보 관리 상, signal(信號)을 어떻게 입수하는가 문제를 천착하고 있는데,

이는 적의 정황, 즉 적정(敵情)을 잘 아는 사람으로부터 취할 일이라 하고 있으며,

이를 다섯 가지로 분류하고 있는 것이다.

이는 곧 carrier를 중시하는 태도라 하겠다.


그 외 신호를 발(發)하고 해석하는 것에 대하여는,

손자병법에선 다른 편에서 상세히 논하고 있는데,

오늘 이 자리는 carrier에 집중하고 있으므로 논의를 사양한다.


※ 예측에 대해 보다 기술적으로 접근한 서적으로 다음을 추천한다.

Makridakis, Spyros G. - Forecasting, methods and applicatio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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