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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명경인(ㄧ鳴驚人)

소요유 : 2016. 2. 17. 22:26


오늘 뉴스를 보니,

안철수 보좌관이 야릇한 글을 남기고 그의 곁을 떠났다고 한다.


안철수 국민의당 상임대표의 한 보좌관이 사직서를 제출하고 당을 떠나면서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조선 후기 실학자 이익의 <성호사설>을 인용한 글을 남겨 관심을 모으고 있다. 이 보좌관은 16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간언하는 신하를 두려면… <성호사설> ‘간쟁하는 신하 일곱 사람’”이라는 제목의 장문의 글을 올렸다.

(http://www.hani.co.kr/arti/politics/assembly/730827.html?_fr=mt2)

내가 그 글을 모두 직접 대하진 않았지만,

간쟁하는 일곱 사람 운운하는 기사를 보고는 다음 이야기를 떠올렸다.


曾子曰:「若夫慈愛、恭敬、安親、揚名,則聞命矣。敢問子從父之令,可謂孝乎?」子曰:「是何言與,是何言與!昔者天子有爭臣七人,雖無道,不失其天下;諸侯有爭臣五人,雖無道,不失其國;大夫有爭臣三人,雖無道,不失其家;士有爭友,則身不離於令名;父有爭子,則身不陷於不義。故當不義,則子不可以不爭於父,臣不可以不爭於君;故當不義,則爭之。從父之令,又焉得為孝乎!」

(孝經)


“증자가 여쭙다.


‘자애, 공경, 부모를 편히 모시고, 이름을 떨쳐야 한다는 효도의 의미를 잘 알았습니다. 

감히 여쭙습니다. 

자식이 무조건 아버지의 영을 따르는 것을 효라 이를 수 있겠습니까?’


공자께서 말씀하시다.


‘그게 무슨 말이냐? 그게 무슨 말이냐? 

옛날엔 천자는 일곱 간관이 있어, 비록 도를 버려도 천하를 잃지 않고, 

제후는 다섯 간관을 두어, 비록 도를 버려도 그 나라를 잃지 않았으며, 

대부는 세 명의 간관을 두어, 비록 도를 버려도 그 일가를 잃지 않았다.

선비는 충고하는 친구가 있어, 자신의 아름다운 명예를 잃지 않을 수 있었다.

아버지에게는 간하는 자식이 있으므로, 몸이 불의에 빠지지 않을 수 있었다.

그런고로 불의에 빠졌을 때는,

자식은 아버지를 간언하지 않아서는 아니 되며, 

신하는 군주를 간언하지 않아서는 아니 된다. 

그런즉 불의에 빠졌을 때는 

그를 간하여야 한다.

아버지의 영을 무작정 따르는 것을 

어찌 효라 하겠느냐?’”


아마 저 보좌관이 말하는 저 부분은 본디 이 이야기가 출전이 아닌가 싶다.


그러니까 흔히들 이를 두고,

간쟁하는 일곱 신하만 있어도 나라가 망하지 않는다는 식으로 이야기를 하곤 한다.


헌데, 과연 자신 옆에 있는 자가 간신(奸臣)인지, 간신(諫臣) 알 도리가 있겠음인가?

일곱이 아니라 백, 천일지라도 그게 간쟁인지, 간사한 소리인지 구별할 수 있겠음인가?

군주가 이를 분별할 능력이 아니 되면 백, 천이 다 무용지물인 게라.


荊莊王立三年,不聽而好讔。成公賈入諫。王曰:「不穀禁諫者,今子諫,何故?」對曰:「臣非敢諫也,願與君王讔也。」王曰:『胡不設不穀矣。」對曰:「有鳥止於南方之阜,三年不動不飛不鳴,是何鳥也?」王射之曰:「有鳥止於南方之阜,其三年不動,將以定志意也;其不飛,將以長羽翼也;其不鳴,將以覽民則也。是鳥雖無飛,飛將沖天;雖無鳴,鳴將駭人。賈出矣,不穀知之矣。」明日朝,所進者五人,所退者十人。群臣大說,荊國之眾相賀也。

(呂氏春秋)


(※ 不穀 : 글자 뜻은 不善, 즉 선하지 않다. 현명하지 않다라는 뜻.

                군주가 자신을 자칭하는 겸양의 말. )


“초장왕 3년 곁말만 좋아하고 듣지를 않았다.

성공가(成公賈)가 궁에 들어가 간하였다.

왕이 말하다.


‘내가 간하는 것을 금하였는데, 그대가 지금 간하는 것은 무슨 까닭인고?’”


답하여 아뢰다.


‘남쪽 흙산에 머물고 있는 새가 있는데, 

삼년 동안 움직이지도 않고, 날지도 않고, 울지도 않습니다.

이게 무슨 새인줄 아십니까?’


왕이 건너짚고 말하다.


‘남방에 머무르고 있는 새가 그 삼년 동안 움직이지 않음은,

장차 뜻이 있어서이며,

날지 않음은 장차 크게 날갯짓을 하려 함이며,

울지 않음은 장차 치도의 도리를 살피고 있음이라.

새가 비록 날지 않으나, 장차 난다면 하늘을 높이 날 것이며,

비록 울지 않지만, 장차 운다면 사람들을 놀라게 하리라.

성공가는 물러나가라.

내가 이를 아느니라.’


이튿날 조례시 다섯을 들이고, 열을 물렀다.

(※ 다섯에게 벼슬을 주고, 열은 잘랐다는 뜻.)

군신은 크게 기뻐하였고, 초나라 백성은 서로 경하하였다.”


이는 소위 삼년불비우불명(三年不飛又不鳴)의 고사이다.

너무 유명하여 다수의 고전에서 다루고 있다.

지금 저것은 여씨춘추(呂氏春秋)에 나오는 것을 소개한 것인데,

한비자(韓非子), 사기(史記), 오월춘추(吳越春秋) 등에도 등장한다. 


(※. 三年不飛又不鳴

여씨춘추(呂氏春秋)에서는 이 고사의 주인공이 초장왕(楚莊王)이나,

사기(史記)에선 초장왕뿐이 아니고, 

비슷한 이야기가 제위왕(齊威王)을 주인공으로 하여도 그려지고 있다.

)


초장왕은 짐짓 삼년 동안 술 먹고, 여색을 탐하며 정사를 돌보지 않았다.

이 때 간신들은 이를 부추기며 초장왕 비위 맞추길 게을리 하지 않았다.

하지만 충신들은 이를 간하며 정사를 돌보길 간청하였다.

이에 초장왕은 앞으로 간하는 자는 용서하지 않겠다고 엄포를 놓았다.

이런 상황인데, 이글은 성공가(成公賈)가 나타나 은근슬쩍 풍간을 하며 떠보는 장면이다.


초장왕도 알고, 성공가도 알고 있음이다.

이에 초장왕은 자리를 털고 일어나 정사를 돌보기 시작하였다.

제일 처음 한 일이 충신 다섯을 세우고, 간신 열을 내쳤다는 것이다.


결국 바른 신하를 감별하기 위해,

삼년 동안 짐짓 꾸며 울지 않고, 날지 않고, 움직이지 않았음이다.

매일 술 먹으며 연회를 열고, 정사를 돌보지 않으며 수하를 시험을 하였던 것이다.


이러함인데,

누군가는 그 수하 사람들이 하나, 둘 자리를 버리고 떠나고 있다면 이것은 심상치 않은 일이다.


초장왕은 후에 소위 춘추오패(春秋五霸)의 하나가 되어,

중원 땅에 그의 위덕을 떨쳤다. 


안철수, 그에게 한 때 나랏 사람 여럿이 희망을 걸었었는데,

이젠 곁에 있던 이까지 떠나고 있다면,

어디에서 차질이 생긴 것일까?

초심(初心)을 한번 점검해보면 어떠할까?


초장왕은 일명경인(ㄧ鳴驚人)이라,

애초 황음방탕한 이로 보여졌음이나,

한번 크게 울자 온 천하 사람을 놀라게 하였다.


그러함인데,

안철수는 먼저 앞서, 토크쇼 한다면 연일 울면서, 전국을 돌아다니며 천하인을 놀라게 하였다.

그러던 그가 이젠 악을 쓰고 큰 소리를 하여도 듣는 이조차 드물어졌다.

천하 인재는 귀한 것인데, 이를 보고 있자니 안타깝기 짝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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