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ngta      

나는 촌놈이 싫다.

소요유 : 2016. 5. 2. 20:41


나는 촌놈이 싫다.


내가 시골에 인연을 짓고서는 땅과 함께 한지 근 10년 가까이 된다.

시골 땅은 좋은 데, 사람은 영 그렇지 않다.

속이고, 욕심 부리고, 약속 지키지 않고, 경우 없고, 

쓰레기 마구 버리고, 동물을 물건보다 못하게 막 대하고 ...

내 살면서, 이런 엉터리 일색의 사람들을, 그것도 떼로 대해본 적이 거의 없다.


어제 농원에 갔다.

일주일 전에 그곳 상인과 오늘 물건 인도를 약속을 하였는데,

아무리 기다려도 연락이 없다.

전화를 하였다.

안주인이 받는다.


‘오늘 물건 설치해주시기로 하였다.’


‘다른 일로 출타하였다.

그이는 바쁘다.’


이러면, 최소 죄송하다는 말이 나와야 되는데,

그냥 공문서 통보 수준이다.


시골 생활 초기엔 저런 대응 방식이 도저히 이해가 되지 않았다.

약속을 하면 이행이 되어야 하고,

이를 지키지 못하였으면 응당 사과를 하여야 하지 않겠는가?

그런데 저들은 약속 방기하는 것을 일상으로 하고,

차질에 대하여 사과를 하지 않는다.


내 소싯적에 초등학교 선생님이 ‘코리안 타임’에 대하여 지적을 하셨었다.

그런데 저들은 수십 년이 지났는데도,

여전히 약속 시간을 지키지 않는다.

식언을 밥 먹듯 한다.


자기 집안만 빼고는,

온 시내 길거리가 왼통 쓰레기통이다.

스스럼없이 휴지, 쓰레기를 길바닥에 그냥 내버린다.

담배 공초, 쭈쭈바, 컵, 음료통, 농약통, ....

정말 천박한 촌놈들이다.


농원 근처에 판잣집 두 채가 있다.

커다란 베니어판이 제 집 앞 길바닥에 넘어져있다.

이것을 트럭으로 그냥 질겅질겅 밟아 너덜너덜 조각이 났는데도 치우질 않는다.

내가 이것을 어제 낑낑거리며 조그마한 파편까지 죄다 주었다.

그 집 앞에 손바닥만 한 화단이 있는데,

저들은 그 안에 온갖 오물, 쓰레기를 되는대로 버린다.

그리고는 그 안에 화초를 심고, 고추, 들깨 따위를 심어 먹는다.

일 년 열두 달 제 집 앞을 한 번도 빗자루로 쓴 적이 없다.

그러하고도 얼굴은 뽀얗게 칠하고 다닌다.


도저히 가까이 할 사람들이 아니다.

그렇다고 내가 저들을 처음부터 백안시 한 것이 아니다.

경우 껏 차려 대하고, 예의 껏 대우를 하였음이나,

이게 헛됨을 한참 후에나 알아차리게 되었다.

이들의 정모(情貌)를 별도의 글을 통해 확인해보라.

(※ 참고 글 : ☞ 2009/11/15 - [소요유] - 불한당(不汗黨))


禮不下庶人,刑不上大夫。

(禮記)


“예는 서민 아래로 내려가지 않고,

형은 대부 위로 미치지 않는다.”


천한 이에겐 예법이 통하지 않는다.

그저 형벌로 다스릴 뿐이다.


貴人夢之即為祥,賤人夢之即為妖,君子夢之即為榮,小人夢之即為辱。

(潛夫論)


“귀인은 꿈을 꾸되(그를 꿈꾸되) 상서로움을 위해(상서로움으로 삼고),

천인은 꿈을 꾸되 요사스러움을 위해,

군자는 꿈을 꾸되 영광을 위해,

소인은 꿈을 꾸되 욕됨을 위한다.”


내가 지나는 골목길에 구멍가게가 하나 있다.

인상에 남는 인물 하나가 있는데, 

지나면서 자주 보게 된다.

이 자가 거기서 복권을 사는데,

무엇인가 긁적이는지, 

머리에서 흰 김이 솟도록 열심이다.

승복을 입었은즉 참으로 가관인데,

혀를 차다가도 이내 측은해지고 만다.

아, 중생이란 승속을 가리지 않고,

이리도 애달프게 살아가고 있음이고뇨.


겨우내 보이더니만,

봄이 되자 슬그머니 자취를 감추었다.

저것 백날 긁어 보았자,

별반 효험이 없다.

그저 좋은 꿈꾸었을 때,

재수나 시험해보면 모를까?

저리 온몸으로 대들어보았자 복이 굴러 들어오는 게 아니다. 

게다가 복이라는 것이,

거저 돌아다니는 것으로,

잠자리채로 낚아채 잡는 것인가?


승복 입고, 저 짓을 할 양이면,

무엇 때문에 그 푸른 청춘을 싹둑 자르고,

배코 치고, 잿빛 가사를 입었는가?


하기사 저 정도면, 남에게 해를 끼치는 것이 아닌 이상 나무랄 일도 아니다.

술 먹고, 도박하고, 권세에 아부하는 권승(權僧)에 비하면 아무 것도 아니다.


夫高,故賤人也,無識於理,貪欲無厭,求利不止,列勢次主,求欲無窮,臣故曰殆。

(李斯列傳)


“무릇 조고(趙高)는 천한 사람인고로,

도리를 아지 못하고,

염치없이 탐욕스럽습니다.

이를 탐하는데 그침이 없고,

권세를 부리는데, 군왕에 버금가고,

욕심을 구하는데, 그 끝이 없습니다.

신은 그러한즉, 이를 일러 위태롭다(殆)하는 것입니다.”

(※ 조고 : 진나라 멸망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 인물.)


사람 간에 서로 품고, 아끼고, 사랑하며, 용서하는 것은 아름답다.


하지만, 천한 이를 미리 단속하지 못하고 있다가,

이사(李斯)처럼 모함으로 죽임을 당하고 만다면,

너무 허망한 노릇이다.


천인(賤人), 소인(小人)은 그저 멀리 두고 볼 일이지,

행여라도 인정을 헤프게 풀 일이 아니다.


見利思義,見危授命,久要不忘平生之言,亦可以為成人矣。

(論語)


"이를 보면, 의로움을 생각하고,

위기에 처하면, 목숨을 바친다.

오랜 곤궁 가운데에서도 평소의 약속을 잊지 않으면,

역시 된사람이라 할 수 있다."


제 잇속만을 밝혀서야 되겠음인가?

비록 빈궁할지라도, 
평상시에 한 약속을 잊지 말지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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