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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위(無爲) 농법

농사 : 2016. 8. 5. 18:49


얼마전 시골 이장님으로부터 전화가 왔다.

 

“읍사무소에 가서 직불금 신청을 하라.”

 

“저는 직불금 신청을 하지 않고 있습니다.”

 

“이번 것은 예전 것 하고는 다른 것이오.”

 

그러니까 흔히 행해지는 직불금과는 다른 것이니,

신청을 하라는 말씀이다.

 

이게 마감이 07.29인데,

한 2주 정도의 시간이 남아 있다.

 

읍사무소 담당자에게 전화를 거니,

그가 자세한 안내를 해준다.

이번에 블루베리가 FTA 피해보전금 지급 대상 품목으로 선정되었다는 것이다.

 

한국에선 이제 블루베리가 막 자리를 잡고 생산이 되고 있는 마당인데,

수입 때문에 피해가 많으니 이를 정부에서 보전을 해주겠다는 말이다.

농정이 뭐 완전 엉망으로 흘러가고 있다.

게다가 농장을 폐원하면 지원금을 주기도 하는가 보다.

농부가 불쌍하니 도와주겠다는 것인지,

아니면 어서 폐원하라고 부추기는 짓인지 모르겠다.

 

이쯤이면 정부 당국으로 보아서는,

농부들은 완전 내놓은 인간들이다.

혹여 울며불며 땡강이라도 놓을까봐,

알사탕 던져주며 달래기 바쁘다.

 

하여간 직원의 안내대로 수속을 밟기로 하였다.

조사차 직원이 농원으로 찾아왔는데,

농원은 완전 풀밭이라 여느 곳과 다른가 보다.

그가 어느 다른 곳을 들며 관리가 잘되어 있다 한다.

이는 곧 이랑 전체가 방초망을 덮여 있어 풀이 제압되어 있는 모습을 가리키고 있음이다.

 

사람들은 풀을 보면 질색을 한다.

어떤 블루베리 농장주는 풀은 곧 적이라 하였다.

그러하니 풀을 원수 대하듯 하며 갖은 수를 다 부려 없애려 한다.

앞의 저 농장은 방초망으로 전 밭을 덮었은즉,

일응 깨끗하게 보일 수 있다.

그러하니 제법 잘 관리가 되고 있다는 인상을 줄 수 있다.

 

힘이 부치면 제초제라도 뿌리려 한다.

실제 외국 블루베리 농장을 보면 고랑에 풀 하나 없이 깨끗하다.

이는 제초제가 뿌려졌기 때문인데 이를 보고 보기 좋다하면 참으로 민망한 노릇이다.

내가 아는 블루베리 농장 하나는 친환경, 유기농 운운하며 선전을 하대고 있으나,

제초제를 서슴없이 뿌리고 있다.

 

내가 그 직원에게 한 말씀 드렸다.

 

“현대 농법이란 그리 풀을 제압하며 작물을 키우려 하지만,

나는 이를 따르지 않는다.

나는 외려 풀을 키운다.

농부가 자신의 농철학을 가지고 농사를 짓는다면,

이는 존중의 대상이지 나무랄 일이 아니다.”

 

실제 저분의 농장은 축분(畜糞)을 넣고 블루베리를 키운다.

이는 아주 마땅치 않은 일로 블루베리는 축분에 많은 인산의 요구량이 아주 적다.

외려 이 성분이 많아지면 철(Fe)의 결핍을 야기하여 성장을 저해할 수 있다.

축분은 c/n율이 20 정도로 이 역시 블루베리엔 적합하지 않다.

 

직원이 사무소를 방문한 블루베리 작목반 회장에게 말하길,
마트에서 산 수입 블루베리 거죽에 붙은 하얀 가루가 못미더워 씻어 먹는다 하였단다.
그러자 회장은 그것은 씻지 말고 그냥 들어도 된다고 하였단다.
이 과분에 대하여는 내가 진작 이곳에서 다룬 적이 있다.

하지만 하나만 알고 둘을 모르면 일을 그르친다.
수입산은 거지반 밭에 제초제를 친다고 보아야 한다.
때문에 차라리 씻어 먹는 것이 안전할 수 있다.
하지만 냉동 블루베리인 경우,
이게 물로 씻으면 이내 녹아 흐물흐물해진다.
이러면 사뭇 맛도 떨어진다.

수입산은 우리와 작기(作期)가 달라,
여기서 생산이 되지 않을 때도 공급이 되어 맛을 즐길 수 있다.
하지만 긴 수송 기간 중 열매의 호흡으로 인해 사뭇 맛이 떨어지곤 한다.

국내산일지라도 대개는 수확 후, 2~3일을 견디지 못하고 물러진다.
이에 대하여는 내가 이곳에서 기왕에 다룬 적이 있다.
우리 초원의 빛 블루베리 농원에서 키워진 블루베리는 잘 물러지지 않는다.
지금 이 글을 쓰면서 3주가 지난 생(生) 블루베리를 먹고 있는데,
일부를 빼고는 아직도 탱탱한 모습을 유지하고 있다.

이는 무엇보다도 비료를 넣지 않고, 풀과 함께 키운 덕분이다.
탄질율이 높기 때문에 잘 물러지지 않고, 시간이 지나도 썩지도 않는다.
열매의 맛, 향, 색깔 이 3 요소는 기실 한가지 근원 물질로부터 발현된다.
야생 상태를 본받아 재배할 때, 이게 최상으로 유지된다.

다음번 글에선 이를 주제로 좀 생각해보도록 한다.

 

아는 이 중에 식당을 하면서 블루베리 농장을 꾸려가는 이도 있다.

이 분에게 그리 일렀음에도 툭하면 달걀 껍질이 많은데 이를 밭에 넣어도 되는가 묻는다.

블루베리는 대표적인 혐석회 식물(Calcifuge)로 칼슘 요구량이 적고, 그 해가 크다.

기본이 되어 있지 않으면 끊임없이 무엇인가를 해주려 한다.

 

유위(有爲)

 

작위적인 짓을 하는 것이 자신을 위한 것인지,

상대(작물)를 위한 것인지 분간을 못하고 있는 것이다.

자신은 이로써 태만하지 않고 열심히 농사를 짓고 있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그 행위가 과연 작물에게 도움이 되는지 해가 되는지는 모르고 있다.

공부가 따르지 못하면 이로부터 벗어날 수 없다.

무지를 넘어 이는 자기기만이다.

 

나는 애초 공부도 없이 단순히 나의 소신내지는 철학만으로 농사를 시작하였다.

 

'가급적 손을 대지 않는다.'

'자연을 따른다.'

 

그러다 블루베리 공부를 하게 되면서,

내 애초의 철학이 잘못된 것이 없음을 확인하게 되었다.

 

有為於事,廢於自然;有為於義,廢於仁;有為於色,廢於精神也。

(老子河上公章句)

 

“일을 도모하려 하면, 자연을 폐하게 되고,

의를 행하려 애쓰면, 인을 폐하며,

색을 꾸미려 하면, 정신을 폐하게 되느니라.”

 

내가 올해 블루베리를 키우며 느낀 것 중에 하나는,

우리 블루베리는 확실히 맛이 있다는 것이다.

재차 주문하는 이들이 이구동성으로 하는 말씀은,

여느 것과는 사뭇 맛이 다르다는 것이다.

어떤 분은 이젠 마트 것은 더는 사먹지 못하겠다 하신다.

 

무슨 노하우가 있는가 물으시지만,

이리 답한다.

기실 이것 외에 달리 드릴 말씀이 없다.

 

‘나는 특별한 기술을 가진 것이 없다.

‘다만, 아무런 짓을 하지 않았을 뿐이다.’

 

為道者日損,損之又損之,以至於無為,無為而無不為也。

(莊子)

 

“도를 위하는 자는 날로 덜어낸다.

덜어내고 또 덜어내어 무위에 이르니,

무위로써 하지 못할 것이 없다.”

 

방초망 깔아 거죽으로 깨끗하게 보이지만,

나는 저런 농장을 보면 가슴이 답답해지며 이내 달아나고 싶어진다.

 

마치 코르셋(corset)으로 몸뚱이를 조인 미인처럼 거죽으론 그럴싸하지만,

저게 다 엉터리인 바라 혈행(血行)이 막히고, 통기(通氣)가 되지 못하여,

속으론 기능 대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건강을 크게 해치게 된다.

 

마찬가지로 방초망으로 풀을 나지 않게 하면,

일응 그럴싸하게 보이지만,

하늘 기운(天氣)이 내리지 않고,

땅 기운(地氣)이 퍼지지 못하여,

안으론 난(亂)이 일어나고 있음을 알아야 한다.

 

失道而後德,失德而後仁,失仁而後義,失義而後禮。禮者,道之華而亂之首也。

(莊子)

 

“도를 잃고서 덕을 말하고,

덕을 잃고서야 인을 말하며,

인을 잃고서 의를 말하여,

의를 잃고서 예를 거론하게 된다.

예란 도를 꾸민 것이고,

어지러움을 일으키는 으뜸이다.”

 

이 이치를 깨우치지 못하면,

자나께나 식물을 괴롭히며,

비료 처넣고, 농약 뿌리며, 들풀을 뽑아내려고 기를 쓰게 된다.

 

이 때, 방초망을 쳐서 거죽으로 그럴싸하니 보이게 꾸미게 되느니,

이를 두고 코르셋으로 몸을 조인 여인네와 비교하는 것에 어찌 무리가 있겠음인가?

하기에 일찍이 장자는 이런 사태를 두고,

禮者,道之華而亂之首也。

이리 노래하고 있었음인 것이다.

 

농장 꼬락서니가 그럴듯하게 관리되고 있는 표징으로,

방초망을 친 것을 자랑하고 있다면,

그것은 장자가 말하는 예의 실상인즉,

바로 도의 거짓 꾸밈이며, 난(亂)의 으뜸 수장인 것을 알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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