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흉장만상(胸藏萬象)

농사 : 2016. 10. 6. 18:07


이글은 본디, 제가 홀로 사모하는 선생님께 드리려던 글인데,

댓글로 적기엔 너무 길어지기에 여기 베껴 남겨두는 바입니다.

그 분과의 대화 글이긴 하지만,

기실은 저의 농작 태도를 밝힌 것이기도 한즉,

이 자리에 옮겨두었다고 그리 심히 나무라지는 않으실 것을 기대해봅니다.


***


단일종 재배 그리고 밀식은 식물 다양성과 상호 밀접한 관련이 있습니다.


블루베리 묘목을 구입할 경우,

요즘은 대개 혹파리 유충이 함께 묻혀 들여올 가능성이 많습니다.

이게 널리 전파되어 전국적으로 전염이 되어 있는 형편입니다.


저의 경험을 하나 말씀드립니다.

외부로부터 묘목을 사들여 비닐하우스 안에다 넣었는데,

이듬해, 게서 혹파리가 나타나 해를 입었습니다. 

일부는 밭에 식재를 하였기에 전 포장에 혹파리가 퍼질까 염려를 많이 하였습니다.

자연재배라 농약은커녕 비료도 일체 넣지 않는 형편이니,

저것을 방제할 수단을 어디에서 구처하기 어려웠습니다.


헌데 놀라운 일이 벌어졌습니다.

포장에 간간히 날아다니던 혹파리가 이듬해 자취를 감춰버렸던 것입니다.

하지만 비닐하우스 안에는 여전히 혹파리가 남아 있었습니다.

하우스 안엔 바닥에 간이 방초망이 깔려 있습니다.

다른 블루베리 농장엔 쐐기, 총채벌레 따위로 인해 곤란을 받곤 합니다.

하지만 제 밭엔 이런 해충들이 없습니다.

아니 있어도 별반 피해가 없으니 제가 의식을 못하고 있다고 하여야 옳을 것입니다.


노지 본밭에 이런 일이 벌어진 것은 무엇 때문입니까?

저희 밭은 블루베리가 심어진 곳 외에는 전부 온갖 자생 풀로 덮여 있습니다.

관행농은 말할 것도 없고, 

유기농을 한다는 곳도 풀이 나지 말라고 부직포 따위로 고랑을 덮습니다.

온 천하, 거의 대부분의 농장이 이런 실정입니다.

이리 되면 기실 블루베리 말고는 밭에 살고 있는 생물은 다 쫓겨나고 만 것입니다.


이런 농장은 혹파리가 한 번 침입하면,

거의 절단이 나고 맙니다.


저의 경우도 여느 농장처럼 블루베리외 다른 작목은 심질 않았습니다.

이게 오늘날 농장의 일반 행태입니다.


단일종 재배.

이것이 기실 만 가지 문제의 근원입니다.


저는 이를 극복하려고 다양한 자생 풀을 키우고자 한 것입니다.

이런 최소한의 노력이라도 하지 않으면,

농장은 집단 수용소와 다를 것이 없습니다.

사과든, 복숭아든 그리고 블루베리든,

이들은 마치 적군에게 잡힌 포로처럼,

집단으로 영어(囹圄)의 몸이 된 폭이거든요.


그런데, 바로 말하자면,

못난 제가 지혜가 있어 처음부터 저런 생각을 하였다기보다는,

기실은 제 농업 철학 자체가 인위적 노력을 배제하는 것을 으뜸 가치로 여기기 때문에,

자연적으로 저리 된 것이라 하여야 옳을 것입니다.

농부가 되기 전부터 저는 만약 농사를 짓는다면 저리 짓겠다고 생각하였기에,

기실 저의 농철학은 농업에만 국한 된 것이 아니라, 

제 삶 전체를 관통하는 삶의 태도이기도 합니다.


가만히 저들 입장에서 살펴보면 실로 참담한 노릇이란 것을 바로 깨달을 수 있습니다.

배나무는 철사 줄에 사지가 찢겨 벌려져 매양 눈물 흘리며 고통에 신음합니다.

복숭아, 사과는 한 해 스무 번, 서른 번 농약 세례를 받아가며 질긴 생을 이어갑니다.

식재된 단일종 말고는 눈을 씻고 보아도 거기 밭엔 다른 생물이 살아남아 있지 않습니다.

생물 다양성이 확보되지 않은 농장엔,

불쌍한 포로와 폭군 인간만 서로 척을 진 채 살아갑니다.

실상이 이러함인데도, 

농부들, 그리고 축산인들은 말합니다.

어느 날 재해를 입어 저들이 죽어 가면,

‘자식 같이 키웠는데 ...’ 운운 하며 가증스런 눈물을 흘립니다.


하여간 저런 농장엔 반드시 병충해가 끓게 됩니다.

왜 그런가?

이 부분은 제가 다른 곳에서 많이 말하였지만,

별도 주제이니 오늘은 삼갑니다.

그리고는 맹독성 농약이 잇따라 밭에 점령군처럼 들어갑니다.

이를 두고 오늘 날 영악한 사람들은 현대식 농업이라 부릅니다.

이것은 자랑이 아니라, 치욕으로 기록되어야 한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왜냐하면 저것은 욕심의 증거에 다름 아니기 때문입니다.


저의 농장에 혹파리가 저절로 없어진 이유는,

제가 아무 것도 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방초망을 깔지도 않았고,

방조망을 치지도 않았고,

비료도, 농약도, 그 흔한 EM이니 미생물 제재도 넣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초기엔 미생물을 농업기술센터에서 주는 것을 받아다 넣었습니다만,

오래지 않아 이게 부질없는 짓임을 깨우치고는 중단하였습니다.)

그리고 이 때문에 자생풀이 제 마음껏, 제 성정대로 자랍니다.

아직도 한참 부족하지만, 그런대로 자연 생태 환경을 흉내 내기 때문에,

거기 그 자리 총상(叢相)은 지구적, 우주적 균형을 만들어냅니다. 


저의 블루베리를 잡수신 분께서는,

이젠 다른 농장의 블루베리는 맛이 없어 먹질 못하겠다는 분들이 여럿 계십니다.

본디 블루베리는 당도가 높질 않습니다.

하여 기대가 큰 분들은 처음 블루베리를 대하면 이게 싱겁다며 실망하는 분들이 있습니다.

저의 블루베리는 맛은 고하 간에,

두 가지 가치는 충분히 갖추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하나는 청정하다는 것.

두 번째는 유효성분 함량이 일반 농에 비해 월등히 높을 것이라는 것입니다.


초생재배를 하는 이들 중에,

들묵새, 헤어리베치 등 단일 초본을 심는 분들도 많습니다.

하지만 저는 이도 엉터리라 생각합니다.

단일종으로 심으면 농생태계가 단순화되며, 따라 생물 다양성도 파괴됩니다.

저들의 마음보엔 이미 풀들을 적으로 대하고자 하는 적개심이 가시지 않고 있습니다.

풀을 적으로 삼는 한, 그 어떠한 짓을 하여도, 더 이상의 구원은 없습니다.


제가 생물 다양성과 관련된 공부를 틈틈히 하고 있습니다만,

조만간 준비가 끝나면, 제 블로그에 이를 발표할 예정입니다.


바지락이 산란기 때 모이는 것은 음양이 가까이 있어야 조화가 일어나기 때문이 아니겠습니까?

그 외의 시기엔 분명 초밀식 상태로 있으면 먹이 활동이라든가, 성장 활동에 지장이 있을 것입니다.

게다가 당해 양식장의 해양생태계 내의 생물 다양성이 확보될 수 없기에,

여러 원치 않는 상황이 벌어질 것입니다.


경험이 계시니 이미 저보다 더 잘 아시겠지만,

요즘 토종 양봉업계가 난리가 났는데, 

98%가 죽어나갔다는 이야기도 들리고 있더군요. 


저들은 낭충봉아부패병을 원인으로 꼽습니다.

요즘 양봉계엔 수많은 협객, 낭인들이 등장하여 퇴치법을 알아냈다고 기염을 토하곤 합니다.

저들은 명나방애벌레나 진균에 의해 감염되기 때문에,

이를 차단하면 다 해결될 것 같이 말합니다.


자연계엔 별별 감염원들이 존재합니다.

이것을 일일이 쫓아다니면서 차단하거나 죽여야 병을 없앨 수 있다고들 합니다만, 

이는 자연의 위력을 모르는 자들의 망상입니다.

병을 없앨 것이 아니라,

병을 이길 수 있는 체력을 키우고 환경을 만들어 내는 것이 우선이라 생각합니다.

풀을 제가 키우는 이치도 마찬가지입니다.

농약으로 병충해를 막겠다는 사고방식과는 완전히 궤를 달리하고 있습니다.

병충해가 있든 말든, 아니 이를 인정하고,

자신을 닦는 것 즉 수신(修身)에 집중하는 것이 올바른 태도라 생각합니다.


제가 벌에 대하여는 무지한 사람입니다만,

낭충봉아부패병 아냐 그보다 더 약한 병이 온다하여도 이를 막아 낼 수 없는 지경에,

우리의 토종벌들이 놓여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문을 갖고 있습니다.

가령 저들이 모아온 꿀을 거지반 빼앗아 취하고는,

설탕물로 연명하도록 하고 있지 않느냐?

이리 준엄히 묻고자 하는 것입니다.


벌들이 설탕물을 먹고 지내기 때문에 낭충봉아부패병에 걸리는 것이지,

낭충봉아부패병이 갑자기 나타났기 때문에 죽는 것이 아니라고,

저는 의심하고 있는 것입니다.

그러니까 낭충봉아부패병 원인 바이러스는 진작부터 있었지만,

꿀을 먹고 살았기에 이 병에 걸리지 않았던 것이로되,

사람들은 오늘 날 갑자기 괴질이 나타난 양 핑계를 되고 있는 것은 아닐까요?

원인은 꿀을 빼앗고 설탕물을 준 인간에게 있음인데,

정작 벌 받을 인간은 빠지고,

애꿎게도 낭충봉아부패병 바이러스를 탓하고 있는 것입니다.


광우병이라는 것도 소들에게 풀을 빼앗고,

온갖 축산 부산물 아니 쓰레기를 먹였기 때문에 병에 걸린 것이 아닙니까?

이 병 인자는 진작부터 준비가 된 것이로되,

소들이 풀을 먹고 지냈기 때문에 이 병에 걸리지 않았으나,

이제 제 음식인 풀을 먹이지 않으니까 저항력이 떨어져 이 병에 노출되고 만 것이지요.


하니, 요즘 벌이나 소들의 생체 내엔 분노가 태산만큼 쌓이고, 

원한이 피고름처럼 흘러넘치고 있을 것입니다.

그러하니 꿀인들 성할 것이며, 쇠고기인들 온전하겠습니까?

필경 저것들을 취하는 인간들도 암에 걸리거나 미쳐 돌아갈 것입니다.


이 땅에 수천 년 살아온 이들인데,

어느 순간 98%가 죽어나가는 것이 과연 괴질 때문인가?

아니면 인간의 끝 모르는 욕심 때문인가?

이리 되물어야 한다고 생각해보는 것입니다.


저들이 머금고 가져온 꿀을 충분히 되돌려 준다면,

원기를 회복하고,

낭충봉아부패병 아냐 그보다 더 무서운 나찰, 귀신이 달겨든다하여도,

너끈히 퇴치하고 그리고도 여력이 남아 돌 것이다.

저는 이리 생각해보는 것입니다.


사실 저들이 머금고 온, 바로 이 장면을 생각한다면,

눈물이 절로 나고 맙니다.

저들이 온갖 고생을 하며 천리 길을 거쳐 가져온 것을,

어찌 남김없이 빼앗아 사람 입에 처넣을 수 있단 말입니까?


98% 꿀을 토종벌에게 돌려주면 2%가 죽고,

기껏 2%의 꿀을 돌려주면 98%의 벌들이 죽어 나가는 이치를 양봉인들은 알아야 할 것입니다.

무슨 약제를 만들었다니, 기발한 장치를 고안하였다니 하며,

야단법석을 떨 것이 아니라,

욕심을 절제하고,

대자연의 이치를 궁구하며, 그 도리를 좇으면,

괴질은 잘 생기지 않을 것이며,

설혹 생긴다한들 시간이 흐르면 절로 치유가 되지 않겠습니까?


마치 우리 농장의 블루베리가 풀과 함께 절로 혹파리를 퇴치한 것처럼 말입니다.

인간, 동물, 블루베리, 풀, 절지동물, 미생물 

이 자연스런 생물들의 다양성(diversity)이 세상을 유지하는 근본이 아닌가 이리 생각해보는 것입니다.


百花齊放


온갖 생령들이 제 품성을 제대로 펴며,

주어진 생을 자유롭게 구가(謳歌)하는 세상을 꿈꾸어봅니다.


오늘 날 온 세상에서 제 홀로 제일 잘났다고 뻐기는 인간들.

바로 이 인간들 자신이 문제의 중심에 서 있지 않은가?

이런 자문을 해 볼 시간이 바로 여기, 오늘이라고 생각해보는 것입니다.


***

炎帝修成大道通,胸藏萬象妙無窮。
(封神演義)

“염제가 도를 닦아 도통하니,
가슴 속에 만상을 감추고, 무궁하니 신통력을 발휘하다.”

도통하면 편벽되니 어느 한 편에 치우치지 않습니다.
세상의 모든 만상(萬象)이 가슴에 비칩니다.
비로소 그 쓰임이 자유자재 무궁하게 됩니다.

하지만 이즈음 사람들은 가슴속에 만상은커녕 오로지 전상(錢象)만 품습니다.
제 몸에 썩은 동취(銅臭)가 진동하는 것은 상관없으나,
애꿎은 주위 생령(生靈)들을 쥐어짜며 고통 속으로 몰아넣습니다.

우리의 이웃, 그 가여운 생령들.
사지 찢긴 배나무가 그러하고,
일 년에 서른 번이 넘게 농약 세례를 받는 사과나무도 그러합니다.
50% 비정규직 노동자들 역시 이들과 하나도 다름없습니다.

삼라만상(森羅萬象)의 자유, 평화를 바라며,
이 글을 삼가 바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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