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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애필주(近愛必誅)

소요유 : 2016. 11. 22. 11:24


나는 전일 농장 일을 하고 서울로 돌아왔다.

진일을 짧은 시간에 많이 하였더니 근육이 뻐근하다.


공업(功業)이란 이리 몸이 수고를 하지 않으면 결코 이뤄지지 않는다.

땀을 내지 않고 공(空)으로 공(功)을 이루고, 상(賞)을 받고자 하기에 세상이 어지럽게 된다.

죄를 지어도 벌이 가해지지 않기에 천하에 난이 일어난다.


농사란 제 아무리 꾀를 내어도 땀이란 업(業)없이는 공(功)이 이뤄지지 않는다.

하지만 작금의 세태를 보면, 농사를 아무리 열심히 지어도 보상(報償)이 따르지 않는다.

그러기는커녕 천덕꾸러기 신세를 면치 못한다.

게다가 나라에선 농사를 접으라 부추기는 형편이라,

농토를 마구잡이로 메꾸어 용도전환하게 정책을 바꾸고,

국경을 헐어 외국 농산물이 터진 봇물처럼 밀려들어오도록 방치하고 있는 실정이다.


그것은 그러하다 하되, 아침에 일어나자 생각 하나가 절로 일어난다.

아마도 전번에 다룬 이야기가 아직도 성에 차지 않고 미진(未盡)하였기에,

그게 스스로 세를 불리며 의식 밖으로 비져나온 것이 아닌가 한다.


是故明君之行賞也,曖乎如時雨,百姓利其澤;其行罰也,畏乎如雷霆,神聖不能解也。故明君無偷賞,無赦罰。賞偷則功臣墮其業,赦罰則姦臣易為非。是故誠有功則雖疏賤必賞,誠有過則雖近愛必誅。(疏賤必賞) 近愛必誅,則疏賤者不怠,而近愛者不驕也。

(韓非子)


※ (疏賤必賞) : 이 부분은 원본에 빠진 판본이 있으나,

의미상 이게 누락된 것으로 보아 이리 보충하여 취급한다.


“그런고로 명군이 상을 내릴 때는,

때맞춰 내리는 비처럼 포근하여 백성들은 그 혜택을 좋아하며,

그 벌을 행할 때는,

무섭기가 마치 천둥소리와 같아, 신성(神聖)일지라도 풀 수 없다.


고로 명군은 상을 멋대로 주지 않고, 벌을 사면하지 않는다.


상이 멋대로 남발되면, 공신들이 할 일을 태만히 할 것이며,

벌을 사해주면, 간신들이 쉽게 잘못을 저지를 것이다.


그런고로, 진짜로 공이 있다면, 

비록 사이가 멀거나, 낮은 신분의 사람일지라도 반드시 상을 주고,

진짜로 허물이 있다면,

비록 사이가 가깝거나, 총애하는 사람일지라도 반드시 벌을 준다.


사이가 멀거나, 낮은 신분의 사람에게 상을 주고,

사이가 가깝거나, 총애하는 사람에게 벌을 주면,

사이가 멀거나, 낮은 신분의 사람이 태만하지 않고,

사이가 가깝거나, 총애하는 사람이 교만하지 않는다.”


문재인의 말 하나.


"朴대통령 버틴다면 탄핵. 결단하면 퇴진후 명예 지켜주겠다"


이를 듣자 어처구니가 없는 것을 넘어 화가 솟는다.

정치 리더라는 말을 나는 잘 쓰지 않는다.

그저 정치 대표로나 보아줄 뿐이다.

그런데 저들 말대로 문재인이 정치 리더라면 말이다.

사회적 가치를 선양하고, 정치적 목표를 바로 이끌 능력이 있어야 하지 않겠음인가 말이다.


명예를 어찌 지켜주겠단 말인가?

죄를 지었으면 합당한 벌을 받아야지 무슨 수로 지켜줄 명예가 남아 있겠음인가?

그의 친구였던 노무현은 부엉이 바위 위에서 뛰어내려 죽음으로써 제 명예에 책임을 졌다.

대통령이 죄를 지었다면 지킬 명예는커녕 외려 벌을 곱으로 받아도 시원치 않다.

그러함인데 리더라는 이가 일개 사인(私人)의 벌을 가리고, 명예를 지켜주겠다고 하니,

이이가 지금 제 정신을 가진 상태인가?


사이가 가깝고, 아끼기 때문에,

온갖 특혜를 다 주고, 비리를 눈 감아 주었기 때문에 작금의 난이 일어난 것이 아닌가?

사이가 멀고, 밉기에,

블랙리스트를 만들고, 사찰을 하고, 쫓아내었기에 사회적 분노가 들끓고 있는 것이 아닌가?


그러함인데,

대통령이니깐 명예를 지켜주고,

우리 당료(黨僚)이고, 내 편이니깐 감싸주려 하는가?

이것에 그치면 그나마 다행이지만,

이로 인해 정작 지켜져야 할 개인의 명예가 훼손되고,

보호되고, 온당하게 누려져야 할 개인의 권익이 헤쳐지고 만다.

이게 그냥 사람 좋은 것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종국엔 사회적 공정성(公正性)을 해하는 일임을 왜 그는 모르고 있는가?


박과 문이 무엇이 다른가?

내 눈엔 한 치도 다름이 없다.


아니, 문은 한 가지 더 문제를 가지고 있다.

세월호 문제이든, 사드 배치이든,

문은 언제나 뜨듯미지근 뒷전에서 망설이며 유약한 모습을 보여주기 일쑤였다.

박을 두고 흔히 혼군(昏君)이라 하는데,

나는 문을 보면 혼용(昏庸)이란 글자가 떠오른다.

昏에다 庸을 더 보태고 싶은 것이다.


庸은 영어로 하자면 ordinary쯤 될까 싶은데,

특출하지 않고 그저 평범한 상태를 가리킨다.

이게 나중엔 나아가면 열등한 모습으로 전락하기도 한다.

대표적인 쓰임 말로 용렬(庸劣)이란 게 있다.

庸劣 이것을 나는 庸 → 劣의 dynamic한 변전태로 읽곤 한다.


만약 그가 나중에 대선에서 이겨 대통령이 되고,

박의 명예를 보장하게 된다면,

우리는 혼군을 넘어 혼용한 이를 다시 맞게 되는 것이 아닌가?

이런 우려를 나는 오늘 아침 일으키고 있는 것이다.


나는 민주당이 환골탈태하여 바른 정당 노릇을 하기 바란다.

문재인 역시 좋은 사람임을 안다.

하지만 수권 정당, 대권수임자이기엔 한참 수준에 떨어져 있다.

이는 저들의 불행을 넘어 시대의 아픔이기도 한 것이다.


나는 슬프기도 하고 때론 이리 분노하지만, 

그저 땅에 엎드려 하늘의 천둥소리를 들으며 천명을 받드는 일개 농부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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