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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인즉실위(事人則失位)

소요유 : 2016. 12. 1. 12:59


나라가 어지럽다.

이게 어찌하여 일어난 일인가?

내가 최근 옛 사람들의 말씀을 생각나는 대로 되새기고 있는데,

옛 사람들은 이미 이를 다 아시고, 진즉 경계하고 계셨음이다.


事人則失位


군주가 다른 사람을 섬기면, 

자신의 자리를 잃게 된다 하였음이다.

지금 사람들이 박가를 두고 하야(下野)하라 외치고 있는데,

이것 참으로 점잖은 주문이다.

무릇 군주는 다른 사람들이 섬길 수는 있어도,

거꾸로 다른 이를 섬겨서는 아니 된다 하였다.


전제왕권이 보장되던 시대와 오늘날의 민주 주권시대와 차이가 있어,

바로 인용하는 것은 곤란하지만, 

그 취의를 헤아리면 그리 큰 괴리가 생기지도 않는다.


나랏 사람들이 대통령에게 주권을 일시 위임하였는데,

자신이 온전히 권력을 바로 행사하여 바른 정치를 하지 못하고,

이를 측근들에게 넘긴 격이니 어찌 실위(失位)하지 않겠음인가?


하야란 그저 자리를 비우라는 말이니,

아직 구체적으로 책임을 묻고 있지는 않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반드시,


탈병(奪柄) 즉 권력을 빼앗고, 

논죄(論罪) 즉 죄를 논하여,

처벌(處罰) 즉 벌에 처하여야 한다.


어느 넋 부실한 인간처럼,

죄인의 명예를 보장하여주겠다는 것은 실로 언어도단인 것이다.

공이 있으면 명예가 생기는 것이요,

죄를 지으면 벌이 따르는 법이다.

헌데 죄인에게 명예를 지켜주겠고 나서고 있으니,

참으로 사리를 아지 못하는 멍청한 인사라 하겠다.


오늘의 죄인은 하야 다음을 알기에,

요망한 말을 연신 뱉어내며 시간을 벌고 있다.


故君者所明也,非明人者也。君者所養也,非養人者也。君者所事也,非事人者也。故君明人則有過,養人則不足,事人則失位。故百姓則君以自治也,養君以自安也,事君以自顯也。故禮達而分定,人皆愛其死而患其生。

(禮記)


“고로 군자는 (사람을) 밝게 보는 자이지, 사람들을 밝히는 이가 아니다.

군자는 길러지는 자이지, 사람들을 기르는 이가 아니다.

군자는 섬김의 대상이지, 사람들을 섬기는 이가 아니다.


고로 군자가 사람들을 밝히려 들면 허물이 생기게 되며,

사람들을 기르려 하면 부족하게 될 것이며,

사람들을 섬기려 하면 자리를 잃게 된다.


그런즉, 백성이 임금을 밝힘으로써 절로 다스려지며,

백성이 임금을 기름으로써 절로 편안해지며,

백성이 임금을 섬김으로써 절로 드러나게 된다.


그런즉, 예가 통달하게 되면 직분이 정해지며,

사람들은 죽음을 아끼며, 그 삶을 걱정하게 되는 것이다.”


앞에서 다룬 事人則失位뿐이 아니다.

여기엔 실로 깊은 통찰의 말씀이 연달아 내려지고 있음이다.

君明人則有過,養人則不足

이 부분은 요즘 감각으로는 잘 이해하기 어려울 수 있다.

해서, 설명하기에 앞서 이해를 돕기 위해 이 글의 앞부분을 더 보태 소개해둔다. 


故政者君之所以藏身也。是故夫政必本於天,殽以降命。命降于社之謂殽地,降于祖廟之謂仁義,降於山川之謂興作,降於五祀之謂制度。此聖人所以藏身之固也。

故聖人參於天地,并於鬼神,以治政也。處其所存,禮之序也;玩其所樂,民之治也。故天生時而地生財,人其父生而師教之:四者,君以正用之,故君者立於無過之地也。

(禮記)


“고로 정치라는 것은 군주가 자신의 몸을 감추는 것이다.

그러므로, 무릇 정치는 반드시 하늘을 본으로 삼고, 내려주시는 천명을 본받아야 한다.

천명이 사(社)에 내려지는 것을 효지(殽地)라 하고,

조묘(祖廟)에 내려지는 것을 인의(仁義)라 하며,

산천(山川)에 내려지는 것을 흥작(興作)이라 하며,

오사(五祀)에 내려지는 것을 제도(制度)라 한다.

이것이 성인이 자신을 숨기는 것을 굳건히 하는 까닭이다.


고로 성인은 천지에 참여하며, 귀신과 함께 정치를 하는 것이다.

그가 처하여 가지고 있는 것은 예의, 질서이며,

그가 즐기는 즐거움이란 백성들을 다스리는 것임이라.

고로 하늘은 때를 낳고, 땅은 재물을 낳는다.

사람은 부모가 낳아주시고, 스승이 가르쳐주신다. 

이 네 가지는 군주가 바로 사용하는 것이며,

이로써 군주는 아무런 허물없는 위치에 서 있을 수 있는 것이다.”


군주는 천명을 받들어 정치를 한다.

그러니 자신을 앞에 내세우며 떠들썩하게 나대면 위험하다.

장신(藏身) 즉 몸을 숨긴다는 의미는 여기에 있다.

오지랖 넓게 툭하면 해외에 나가, 지인이 만든 핸드백 들고 서서,

PPL(Product Placement, 제품 간접 광고) 하면서 현신(顯身)할 일이 아닌 것이다.

君明人則有過

임금이 다른 사람을 밝히려 들면 허물이 생기게 되는 법이다.

외려 역으로 사람들이 군주를 밝히며 스스로 따르게 할 일이다.

왜냐하면 군주는 천명을 받은 이이니,

그 옳은 덕을  이미 갖추고 있다는 믿음이 있다.

그러함이니 이를 밝히며 좇을 일임인 게이다.

이런 믿음을 생산하지 못하게 되면,

안달이 나서 스스로 밖으로 드러내길 애쓰게 된다.

혹은 이 자체도 모르고서는, 홀로 잘났는지 알고,

천둥벌거숭이처럼 날뛰게 되는 법이다.


창조경제니, 문화융성이니 하며,

인위적으로 나랏 사람을 기르려 할 일도 아닌 것이다.

이게 養人則不足의 함의인 것이다.

게다가 이를 빌미로 재벌 감세로 축적된 재벌들의 재부(財富)를,

뒷켠에서 빼앗고자 하였음이니 실로 서절구투(鼠竊狗偸), 투계모구(偸鷄摸狗)가 아닌가?


故政不正,則君位危;君位危,則大臣倍,小臣竊。刑肅而俗敝,則法無常;法無常,而禮無列;禮無列,則士不事也。刑肅而俗敝,則民弗歸也,是謂疵國。

(禮記)


(※ 倍 : 古同“背”)


“고로 정치가 바르지 못하면, 군주의 자리가 위태로워진다.

군주의 자리가 위태로워지면 대신은 배반하고, 소신은 도적질을 하게 되어,

형벌이 엄해지고, 풍속이 피폐해진다.

그런즉 법이 떳떳함을 잃고, 예에 분별이 없어진다.

예에 분별이 없어지면, 선비들이 벼슬을 하려하지 않고,

형벌이 엄해지고 풍속이 피폐해지면, 백성들은 돌아갈 곳을 모르게 된다.

이를 일러 자국(疵國)이라고 한다.”


작금의 나랏 모용(貌容)이 딱 이 짝이 아닌가 말이다.

제조업 가동률이 70% 밑으로 떨어질 형편이라 한다.

노동자, 농민 등 서민은 則民弗歸也 돌아갈 곳을 아지 못하여,

마치 허옇게 서리 내린 겨울 들판 가운데 서성거리는 들까마귀 형국이다.

툭하면 국격 운운하며 나랏 사람들을 윽박지르더니만,

거꾸로 자국(疵國)이라 병든 나라를 만들고야 말았음이니,

실로 통탄스럽기 그지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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