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天下興亡,匹夫有責

소요유 : 2016. 12. 13. 20:06


내가 본디 정치, 특히 한국 현실 정치엔 아는 바가 별로 없다.

게다가 아예 관심 자체도 별로 없다.

그러함인데, 요즘 이와 관련된 의견을 몇 개 쓴 적이 있다.

농사일도 더 배워야 하고, 밀린 공부도 더 하여야 하기에,

이리 섣불리 나설 처지가 아니다.

하지만, 일개 필부이지만, 요즘엔 피가 끓고, 살이 떨려, 

참지 못하고, 제 분수를 모르며, 잠시 참견을 한 폭이다.

다만, 이 말씀에 기대어 변명을 할 수는 있을 것이다.


是故知保天下, 然后知保其國.保國者, 其君其臣肉食者謀之; 保天下者, 匹夫之賤, 與有責焉耳.

(顧炎武)


“그런고로 천하를 보존하는 것을 안 연후라야 그 나라를 보전할 것을 안다.

나라를 보존하는 것은 그 임금과, 그 신하, 그리고 육식자(肉食者)들이 도모하지만,

천하를 보존하는 데는 필부와 같은 천한 이도 책임이 있다.”


(※ 肉食者 : 고대 육식은 계급별로 엄격한 제한이 따랐다.

주(周)나라 예법엔, 천자는 소, 제후는 양, 대부는 돼지, 개를 먹을 수 있었다.

하지만 아래 계급은 윗 계급의 고기를 특정한 날에만 먹을 수 있었을 뿐이다.

위외의 일반 백성들은 고기를 먹을 수 없었다.)


고염무의 저 말에 의지하여,

天下興亡,匹夫有責이란 8자 성어가 만들어졌는데,

이는 본디 양계초(梁啟超)가 만든 말이다. 


나라를 좌지우지 하는 것은 집권자들이 요리할 나름이지만,

천하가 요동을 칠 때는 집권자들의 문제를 넘어 천하인 모두의 책임이란 말이다.


오늘의 촛불 시위는 천하를 걱정하는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만들어낸 것이지,

결코 고기 먹는 녀석들이 일군 것이 아니다.


여기서 말을 잇기 전에, 잠깐 是故知保天下 이 말의 앞을 좀 더 알아보고 넘어간다.

是故 그런고로 이리 하였은즉 왜 그러한가를 살펴두는 것이 좋을 것이다.


혜소(嵇紹)의 아버지인 혜강(嵇康)은 진문왕에게 죽임을 당하였다.

여기 혜강은 바로 죽림칠현(竹林七賢) 중 하나로 익히 알려진 이다.

(나는 다른 글에서 혜강에 대하여 몇 차 다룬 적이 있다.)

그런데, 역시 죽림칠현 중 하나로 꼽는 산도(山濤)가,

혜소에게 진나라에 입조하여 출사할 것을 권하였다.

혜소는 당시 집에 은거하며, 처음엔 출사하는 것을 사양하였다.

그러자 산도가 말하길, 이리 했다.


為君思之久矣.天地四時猶有消息, 而況於人乎一時.


‘내가 그대를 오래도록 염려하고 있었다.

천지 사계절은 외려 때를 따라 변한다.

하물며 사람의 일생은 잠시일 뿐이다.’


이 문장은 나중에 사람들이 곧잘 인용하며,

자신의 변절을 정당화하는 핑계로 삼곤 한다.


아시다시피 이 글의 시대 배경인 위진남북조 시대에,

조조가 세운 위나라를 사마씨(司馬氏)가 집어 삼키며 진나라를 만들었다.

여기, 산도 같은 이는 사마씨의 진나라를 섬기면서,

혜소까지 이끌어 들이고자 저 말을 뱉어내고 있는 것이다.


그러니까 저 말은 왕조가 바뀌는 것은 사계절처럼 천리(天理)인 것이다.

짧은 인생인데, 고집하지 말고, 절개를 꺾으며, 대세를 좇자.

이리 권하고 있는 것이다.


나라가 뒤집히자, 대의(大義)는 꺾이고, 산도같은 사설(邪說)을 늘어놓는 괴수가 등장하였다.

게다가 혜소까지 부리며, 불의를 저지르며, 돌아보지 않았다.

혜소는 후에 사마씨를 위해 탕음(湯陰) 전쟁에 참가하여 싸우다 죽었다.


무릇 사설과 정설은 양립할 수 없다.


사람에 따라, 욕심에 이끌려 절개를 꺾고, 충의를 저버리며,

제 아비를 죽인 원수의 나라에 출사를 하는 이도 있지만,

왕부(王裒)처럼 은거하며, 끝내 진나라를 섬기지 않는 이도 있는 것이다. 

유총(劉聰), 석륵(石勒)처럼 사로잡힌 전주(前主)를 모욕하면서도,

가슴에 아픔을 느끼지 못하는 이도 있는 법이다.


앞에서 언급한 是故의 문장이 그래서 이 뒤를 뒤따르게 된다.

기실 이 부분은 인용된 역사적 사실을 알아야 이해를 하는데,

내가 이 부분을 줄여 간략히 소개를 하는데 그쳤다.


이 마지막 장면은 다음을 급히 상기시키고 있다.


우 수석은 지난 2009년 1월 대검 중수부 중앙수사1과장 재임 시절 고 노무현 대통령을 수사하면서 ""노무현씨 당신은 더 이상 대통령도 사법고시 선배도 아닌 뇌물수수 혐의자로 앉아있는 거다"라고 모욕 발언을 했다.

(출처: http://www.ohmynews.com/NWS_Web/View/ss_pg.aspx?CNTN_CD=A0002258323&PAGE_CD=N0002&CMPT_CD=M0142)


위에서 전주(前主)라고 하고 말았는데, 이는 서진(西晉)의 회제(懷帝)를 일컫는다.


이야기가 얼결에 곁길로 새고 말았다.

내가 이 글을 쓰고자 한 것은 실은 다음과 같은 기사를 보고나서다.


여야 3당은 '포스트 탄핵' 정국 운영을 위한 여야정 협의체를 운영하는 한편 국회 개헌특위를 신설하기로 합의했다.

(출처: http://www.yonhapnews.co.kr/bulletin/2016/12/12/0200000000AKR20161212123000001.HTML)


내가 앞서,

이미 이를 경계하였는데,

 (☞ 명예혁명은 없다.)

탄핵가결이 되자마자,

여야는 바로 숟가락 들고서는,

전리품 그릇에 코를 박고 아귀처럼 처먹으려 하고 있는 것이다.


박근혜가 탄핵을 받아야 마땅하다면,

기실 황교안도 이로부터 자유롭지 않으며,

그 이하 청와대 비서관, 행정부 장차관들도 책임을 벗어날 수가 없다.


저들이 보좌(補佐)를 제대로 하지 못하였다는 말도 사뭇 점잖은 말이다.

정작은 저들이 더 앞장서서 위세를 부리고 국정을 농단하였던 실체들이다.


본디 원님 덕에 나팔 부는 측근들의 소리가 더 요란하며,

가마 앞에 선 구종배(驅從輩)들의 벽제(辟除) 소리가 더 우렁찬 법이다.


그런데, 야권 녀석들은 저들과 더불어 거래를 트자는 수작질을 하고 있는 것이다.

과거 책임을 묻고, 벌을 주어야 할 대상과 도대체 무엇을 도모할 수 있는가?


내가 길고양이 두 마리를 수습하여 시골 농장에 들여놓았다.

삼일에 한 번씩 농장에 들려 저들을 보살핀다.

그런데 찾아가는 날엔 녀석들이 조르르 달려 나와 반갑게 맞는다.

녀석들조차 염치를 알고 예를 차릴 줄 아는 것이다.


그러함인데 항차 시민들로부터 정치를 위임 받고, 당을 꾸리는 이들이,

시민을 싹 외면하고, 이번 촛불 시위 성과를 날름 독식하려 하고 있지 않은가 말이다.


야권 인사들은 유책(有責) 당사자들과 상대할 것이 아니라,

먼저 시민들의 의견을 듣고 난국을 풀 지혜를 얻어야 한다.

굳이 만들려면 여야정 협의체가 아니라 민야정 협의체를 만들어야 옳다.


기억한다.

2014년 박영선은 세월호 유족과 상의 없이 수사권, 기소권 빠진 세월호 특별법에 합의했다.

2016년 탄핵 가결 전, 추미애는 박근혜와 단독 회동을 획책하였었다.

2016년 탄핵 가결 후, 우상호는 여권을 상대로 여야정 협의체를 만들었다.


이 모두 당사자인 시민을 백안시 하고,

저희들만의 공적을 만들려 집착하고 있는 증거들이다.

시민들을 위해서가 아니라, 스스로의 이익을 꾀하고자 함이다.


이번 탄핵 가결도 촛불 시민들의 힘이 없었으면,

이 사람들은 결코 일궈내지 못하였을 것이다.


저들은 씨도 먹히지 않을 하야를 하라는 공허한 말만 뱉었으며,

하야하면 명예를 존중하겠다며 구걸하기 바빴지 않았는가 말이다.

게다가 막판에 저들 비위를 맞추지 않으면 탄핵 가결이 어렵다며,

유책 당사자와 거래하자고 엄살을 떨었던 것을 기억해야 한다.


수레 뒤를 마지못해 따라오던 허울뿐인 이들이,

이제 고개 하나를 가까스로 넘었을 뿐인데,

짐을 내려 헤치고는 보물 나눠 갖고, 

수레 팔아, 떡과 술을 사먹고 보자며, 

벌떼처럼 달려들고 있는 것이다.


세상사, 그 무엇이든, 출행을 하게 되면,

언제나 앞에 전개되는 길 앞엔 험난한 열두 고개가 대기하고 있는 법이다.

이제 겨우 하나 넘고, 아직도 열 하나를 남겨두고 있는데,

녀석들은 주인 수레를 열심히 밀 생각은 하지 않고,

첫 고개 넘자, 다리 풀고 자빠져, 제 뱃구레에 처넣을 궁리나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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