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째즈 염불

소요유 : 2017.01.30 17:53


째즈 염불


내가 최근 며칠 간 연일 북한산을 올랐다.

겨울산의 극도로 절제된 풍광은, 

은밀하게 감춰진,

그 존재의 근원인,

그 곳으로 나를 이끈다.


以深為根,以約為紀 ...

(莊子)


“깊은 것을 근본으로 삼고,

간략함을 기준으로 삼아서 ...”


겨울산은 장자에 나오는 이 구절처럼,

절제와 깊이를 동시에 아우르며,

지금, 천년 침묵 속에 잠겨 있다. 


겨울 금강산(金剛山)을 개골산(皆骨山)이라 한다.

겨울산은 이파리 다 떨구고 앙상하게 서 있는 나무 외에 아무 것도 남아 있지 않다.

이리 골체(骨體)만 드러내고 있는 산을 골산이라 일컫는 것이다. 

석산(石山)도 골산이라고 하나, 

이 경우엔 애초부터 아예 초목이 자라지 못한다.

허나 개골산은 여름산의 무성함을 알기에, 그 극적인 반전에 놀라지 않을 수 없다. 

그리하기에 사물 실상(實相)의 무상성(無常性)을 뼈저리게 증인(證認)할 수 있다.


개골산(皆骨山)은 골산(骨山) 앞에 개(皆)를 더하여 골산을 그 궁극으로 몰아간다.

허나, 이미 골산(骨山)일지언대, 

굳이 이리 개(皆)를 끌어 붙이는 수고를 더함은,

도시(都是) 부질없는 짓이다.


개(皆)는 허사(虛辭)에 불과할 터인데, 

중생은 어리석기 짝이 없으니, 이리 다 아는 일을 애써 더하며,

어둠에 등불 심(芯)을 돋는 것임이리라. 

구차하다. 


이런 골산에 들면,

우리는 꾸미지 않은 순수 근원을 마주하지 않을 수 없다.

내가 부러라도 인적이 드문 등산길을 택함은,

외부로부터 방해를 받지 않고 겨울산을 전격 만나고 싶기 때문이다.


헌데, 며칠 내내 염불 소리가 골골을 쑤시며 돌아다닌다.

특히 어제는 산 위에 있는 영.추.사(靈.鷲.寺)란 절로부터 염불 소리가 요란하게 쏟아져 내려온다.

여느 염불과는 다르게 방정스러울 정도로 박자가 재빠르다.

그래서 그런가 바삐 등마루를 넘어 내가 서 있는 곳, 

바람에 쓸려 눈더미가 쌓인 바로 그 골짜기까지 급히 흘러들며 내리깔린다.


염불도 요즘엔 시속(時俗) 따라 이리 방정스러운 모습으로 나투고 있음인가?

내 결코 째즈를 비하하려 함이 아니나,

부지불식간 저것을 째즈 염불이라 부르고 만다.

아니, 산길에서 툭하면 마주치는 염치없는 노인들,

그들이 틀고 다니는 라디오에서 들려 나오는,

그 하나같은 뽕짝에 상사(相似)하여 뽕짝 염불이라 하여도 가하겠다.


국립공원이 일개 절집의 앞마당인가?

소리가 제 경내 안에 머무르며, 거기 든 대중(大衆)에만 미치면 족할 것이언대,

어이하여 고출력 스피커로써 산 넘어 골 건너 중생(衆生)까지 감히 키질을 하려 함인가?


내 이미 개골산의 염불을 듣고 있음인데,

저들은 어이하여 내 소맷자락을 잡아 끌고, 내 귀를 애써 붙잡아 비틀며, 

어느 뽕짝승인줄 모를 이의 염불을 들으며 깨춤을 추라고,

강권(强勸)을 하고 있는가 말이다.


내 마음의 뜨락엔,

이미 낙락장송(落落長松) 하나가 자라고 있음이라,


색주가(色酒家) 앞, 

이미 쭈굴쭈굴해진 면상에 박가분 덕지덕지 바른 늙은 호객꾼은,

지나는 이 아무나,

소맷자락 끌어 들여,

술 멕이고,

돈 앗을 궁리를 튼다.


내 이르노니,

네 집 불사(佛事)에,

나를 동원하지 말지라.


一日僧問趙州。如何是祖師西來意。州云。庭前柏樹子。

(佛果圜悟禪師碧巖錄)


“어느 하루 중이 조주 스님에게 여쭙다.


‘조사가 서쪽으로부터 오신 뜻이 무엇이옵니까?’


조주 스님이 말씀 하시다.


‘뜰 앞의 잣나무이니라.’”


조사서래의(祖師西來意)는,

낱낱 개개인의 주체적인 체험으로 실증(實證)하는 것임이라,

즉 냉온자지(冷暖自知) 냉수 먹고 차고 뜨거운 것은 스스로 알 수 있을 뿐인 것을.


어째서 저들 뽕짝승들은 온 산이 떠나갈 듯 뽕짝 염불 틀어대고는,

꾀어내며, 지나는 객손의 일에 참견을 하려 함인가?

오지랖도 넓다.


산승(山僧)은,

산에 들은 까닭을 알아야 한다.

만약 잘못 들었으면,

차라리 하산하여,

모리를 탐하는,

장사꾼이 되는 것이 낫다.


僧海州參。師問曰。汝出家為甚麼。曰。為求出苦。師曰以何法而求出苦。曰。我資鈍。但念佛。師曰汝念佛常間斷否。曰合眼睡時。便忘了。師震威呵曰。合眼便忘。如此念佛。

(念佛警策)


“해주(海州)란 중이 진위(震威) 스님을 뵙다.


스님께서 물으시다.


‘너는 무엇을 위해서 출가하였는가?’


답하여 아뢰다.


‘괴로움으로부터 빠져 나오려 함입니다.’ 


스님이 어떤 수로 그리하려는고 하고 물으시다.


답하여 아뢰다.


‘제가 아둔하니, 다만 염불만 하렵니다.’


스님께서 네 염불할 때, 쉬지도 않고 하느냐고 물으시다.


답하여 아뢰다.


‘눈을 붙이고 잘 때는 잊습니다.’


진위(震威) 스님께서 꾸짖어 말씀 하시다.


‘눈을 붙이고 잘 때, 이때야말로 염불을 해야 하느니라.(염불에 좋은 때, 마땅한 때니라.)’”


내 고하노니,

북한산 정릉골을 내리 점령하며,

째즈 염불, 뽕짝 염불송을 틀어재끼며,

대낮에 지나는 선량한 이들을 그만 괴롭히고,

그대 자신을 위해 홀로 염불하라.


허나,

진위(震威) 스님은,

과연 잠잘 때 염불하라 하심인가?

정작은 잠을 자지 말고 염불을 하라 하심인가?

이게 가능한가?

이 말은 결국 염불을 아예 하지 말라는 말씀이시런가?


庭前柏樹子。


뜰 앞의 잣나무


조주 스님의 이 말씀을 아무리 붙잡고 씨름을 한들,

결코 땡중은 답을 얻을 수 없다.


祖師西來不賣瓜


달마대사가 서쪽에 온 것이,

기껏 외(瓜)나 팔려고 하였음인가?


툭하면,

석가모니 팔고,

달마대사 거들며,

불사(佛事)나 일으키며,

골산(骨山)에 든 이를 괴롭히려고,

방금 벼린 시퍼런 칼보다,

더 푸른 머리카락 자르고 중으로 나섰음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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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무심코 2017.02.01 11:11 PERM. MOD/DEL REPLY


    _()_

    지난 3년 동안 시골 강변 마을에서 살았을 때 .....
    노인네들 뿐인 마을이라 조용해서 좋았지만 이상하게도 저는 몸에 맞지 않는 옷을 억지로 입고
    살아가는 듯한 불편함이 느껴졌습니다

    십자가....

    가구 수도 별로 없고 노인들 몇 밖에 없는 시골마을에 반드시 있는 것이 교회 였습니다
    옆 동네 더 작은 마을에 가보아도 십자가가 달린 교회는 반드시 있었습니다
    그런 풍경들을 볼적마다 저는 으시시한 기분을 느끼며 몸을 떨어댑니다

    인구 대비해서 한국이 목사들이 엄청나게 많은 나라라고 합니다
    한기총은 어떤 기준으로 목사자격증을 발급하는건지 잘 모르겠지만 이렇게 작은 시골, 노인들 몇 분 밖에 없음에도 불구하고 십자가가 달린 교회는 반드시 존재합니다

    저는 그런 풍경에 목도하면 극명한 인지부조화를 느끼면서 헌동안 우울해지곤 합니다
    이런 시골까지 와서 교회를 짓고 예수의 말을 설교하는 저런 목사들.......
    과연 순수한 신앙심을 가진 목사들일까요?
    저는 이 땅에 존재하는 목사들은 악마에게 영혼을 저당잡힌 메피스토펠레스 같은 자들이라 믿습니다
    1도 없는 신앙심으로 오직 돈만을 좆는 맘몬의 노예들........

    철저하게 다단계 회사로 만들어서 거액을 거머쥐면 튀고 보는 그런 족속들.......

    ============================================================================

    저는 대둔산엘 자주는 아니어도 가끔씩 올라가곤 합니다
    대둔산엔 태고사 라는 절이 있습니다
    그곳 주지스님은 말라깽이 몸이지만 눈빛 하나는 형형하신 분이지요
    얼마나 치열하게 수도에 전념하신 분인지 금새 감이 오는 그런 분입니다

    제가 부러 절을 찾아가는 편은 아니지만 뭔가 생각할 것이 있으면 그렇게 사찰을 찾고는 합니다
    그리고 여행을 할 적에도 모텔이나 민박집에 몸을 뉘이기 보다는 산사의 사찰을 찾아 하룻밤을
    청하기도 합니다
    그러나 그 사찰 책임자(주지) 몸부터 살펴봅니다

    출가한 스님네들 몸뚱아리가 일반 사람보다 조금이라도 더 살이 쪘다거나 비만으로 보이면 저는
    즉시 미련없이 사찰을 떠납니다
    염불보다 잿밥에 눈 먼 땡중들이라 판단하기 때문이지요
    이런 돼지같은 스님네들이 붓다의 말씀들을 곧이 곧대로 공부할리는 없을 터.
    그저 사바세계 오감을 자극하는 것들에 눈 멀었으니 쳐먹는 일만 급급할테지요

    염불 또한 휘까닭 암송하곤 하루 일과 끝났다는 듯, 먹물 옷 아닌 듯한 먹물 옷을 입고 세단을 타고
    저잣거리로 내려가는 일이 다반사라 하더군요
    중놈들이 언제부터 세단에 냉장고에 대형 티비에 온갖 가전제품 갖춰놓고 저리 편하게 살아가는지
    한국 사회는 미쳐 돌아가는 중입니다

    털어도 털어도 먼지 한 올 나지 않자 시골집 처마 기둥이 도랑으로 몇 센치 나왔다는 걸로 시비를 걸었다는 문재인.......
    저는 문재인이 이번에 대통령 되어서 온갖 쓰레기들을 대청소 해주기만 바라고 바랄 뿐입니다
    김대중과 노무현은 국민의 눈을 두려워 해서 쓰레기들을 끌어 안았지만 문재인은 반드시 칼춤을
    신명나게 춰주기를 바라고 잇습니다

    그 중에서도 언론과 검찰, 사이비 종단들을 대청소해주기만 바라고 있습니다

    정유년도 어느새 한 달이 지나갔습니다
    늘 그러하듯이 봄은 오겟지만 닭의 해에 늙은 닭들은 가마솥으로 들어가는 해가 되길 바랍니다
    그리고 저는 봄이 오면 본격적으로 산에 들어 살고자 빈 집이나마 알아보려고 넘도 땅을 훑어보려 합니다
    추위에 약한 체질이라 윗쪽으론 못 가고 아래쪽을 뒤지는 중이지요....

    일천년 전엔 루소가. 오백년 전에 도연명이 , 그리고 니어링 부부가 그러햇듯이 자연으로 돌아가서
    생을 마치고 싶은 소박한 생각.....

    혹시 남도 땅 어디 한적한 산골짜기에 빈 집이라도 알게 되면 저에게 기별을 전해 주세요

    라라님 글을 다 읽엇습니다
    많이 배웁니다
    늘 고맙습니다 !!

    _()_

    사용자 bongta 2017.02.01 13:38 신고 PERM MOD/DEL

    조계종도 문제가 심각하지만,
    군소 종단도 마찬가지가 아닌가 싶습니다.
    실제 제가 근래 어느 종단에서 일어난 종권 다툼을 가까이서 지켜본 적이 있고,
    암주(庵主) 한 분께서 절집 재산을 다 앗기고 쫓겨나게 되었다는 말도 직접 들은 적도 있습니다.
    또 얼마 전에는 잘 아는 근처 사찰 주지께서 곡기를 스스로 끊고 돌아가셨다는 것을,
    뒤 늦게 알게 되었습니다.
    대처승이시온데, 제 사찰을 신도 하나의 마수에 걸려 사기를 당해 빼앗기게 되었다는 군요.
    하여 그야말로 미수부진(米水不進)코 자리보전하시니,
    끝내 저리 변고가 일어났다 하는군요.

    사바세계에선, 승속(僧俗) 불문 다 같이 이리도 어지럽기는 매한가지가 아닌가 싶습니다.
    아직도 이런 이야기를 보고, 들으면 분심이 불같이 일어납니다만,
    기실 이러하기에 공부하기엔 이 땅이 외려 좋은 도량(道場)이 되는 것이 아니겠는가?
    하는 자문을 하게 됩니다.

    선재동자처럼 이런 세상을 여행하면서,
    성글은 도를 닦으며 나아갈 뿐.
    성낸다한들 이성을 잃을 일도 아니고,
    그리고 해결이 아니된다한들 크게 실망하지 않으려 합니다.

    반대로 착한 일을 보았다한들,
    크게 환희심을 일으키며 그에 빠질 일도 아니고,
    그저 담담히 지켜보는 것에 그치며,
    마음을 흔들리지 않으려 합니다.

    그렇다한들,
    불의를 보고 모른 척 하지도 않을 것이며,
    착한 이를 보고 상찬하지 않을 것도 아니로니,
    다만 외물에 크게 놀라지 않고자 할 따름입니다.

    이리 말씀을 나누니,
    옛 정이 다시 돈독해지는 느낌입니다.
    고맙습니다.

  2. 방하착 2018.07.21 14:18 PERM. MOD/DEL REPLY

    달마가 동쪽으로 간 까닭은...스님들이 대중의 고통과 함께하지 못하고, 자신의 수행에만 전념하는 이기주의로 변질되는 것(동남아 소승불교라고 할까요?)은 잘못 됬기에, 동쪽(중국)으로 넘어가서 대중현실과 밀착된 실천불교를 설파하기 위함이라는 제 생각인데요. 그 대답이 "뜰 앞의 잣나무다."
    제 머리로는 도통 연결이 안되서 한 줄 적고 갑니다. 본 글에 있는 조주 스님이 달마를 칭하는 것인지도 모르겠고요. 답을 들으려 쓴 것은 아니오니, 더운 날씨에 건강하시기 만을 바랍니다.

    사용자 bongta 2018.07.21 15:35 신고 PERM MOD/DEL

    끽다거(喫茶去).

    차 한 잔 올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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