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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목(神木)

소요유 : 2017.03.01 22:06


내가 즐겨 찾는 블로그가 하나 있다.

그곳 주인 분이 허리를 다쳤다 하신다.

기히 심겨진 나무를 다른 곳으로 옮기려 용을 쓰다,

허리가 접질려 탈이 난 모양이다.


그분은 물리적, 생리적인 사고로 여기는가 싶다.

나는 순간 저게 혹 옛 사람들이 말하는 그 사단(事端)이 아닐런가?

이런 생각을 떠올려보는 것이다.  


내 이를 믿고 아니 믿고를 떠나,

저 분께 이 말씀을 드리고,

옛 사람들의 인지(認知) 사고(思考)의 기이로움을 함께 하고 싶었다.


기실 기이(奇異)롭다함은 오늘날 현대인이 대하는 태도일 터이지만,

고인(古人)에겐 이를 넘어 대세관(對世觀), 실질 인식 내용의 하나였으리이니,

겸허히 살펴봄이 어떠할까 싶은 것이다.


가령 엽기적(獵奇的)이라 할 때,

이는 기이로움을 사냥하듯 쫓아 즐기는 모습을 연상할 수 있다.


이는 부박스런 현대인에게 돌릴 규정 언사(言辭)이지,

결코 옛 사람들에게서 건져 올릴 추상(抽象) 언어가 될 수 없다.

그들은 기이로움을 쫓거나 즐기기는커녕,

외려 두려워하거나 스스로를 삼가 겸허히 살필,

천지자연의 고지(告知)내지는 예정된 엄숙한 사태(事態)였을 터이다.


허나, 이리 긴 글을 알릴 마땅한 수단이 없은즉,

그저 나 홀로 되새기고 말 뿐임이라.


又終南山,有大梓樹,文公欲伐為殿材,鋸之不斷,砍之不入,忽大風雨,乃止。有一人夜宿山下,聞眾鬼向樹賀喜,樹神亦應之。一鬼曰:「秦若使人被其髮,以朱絲繞樹,將奈之何?」樹神默然。明日,此人以鬼語告於文公。文公依其說,復使人伐之,樹隨鋸而斷。有青牛從樹中走出,逕投雍水。其後近水居民,時見青牛出水中。文公聞之,使騎士候而擊之。牛力大,觸騎士倒地。騎士髮散被面,牛懼更不敢出。文公乃制髦頭於軍中,復立怒特祠,以祭大梓之神。

(東周列國志)


“ ... 또 종남산에 큰 노나무(개오동나무)가 있었다.

진문공은 그 나무를 베어 전각 재목으로 쓰려했다.

톱으로 썰어도 잘리지 않고, 도끼로 쳐도 들어가지 않았다.

홀연 큰 비바람이 불어 작업을 그치지 않을 수 없었다.


(일꾼)사람 하나가 산 아래에서 밤잠을 자다가,

여러 귀신이 나무를 향해 치하의 말을 하며 기뻐하는 것을 들었다.

노나무 귀신이 이를 응대하였다.

귀신 하나가 말하다.


‘진이 만약 사람으로 하여금 머리를 풀게 하고,

붉은 실로 나무를 동여매게 하면 어찌 할 테요?’


나무신은 아무 소리도 하지 못하였다.


다음 날, 그 사람은 진문공에게 귀신의 말을 고하였다.

진문공은 그 말에 따라 (조치하고), 사람들로 하여금 다시 나무를 베게 하였다.

나무는 톱질에 따라 잘리고 말았다.


나무 가운데 푸른 소가 있어, 튀어나와 달아나,

옹수(雍水)로 들어갔다.

그 후 근처 물가에 사는 백성들은 푸른 소가 물속에서 나오는 것을 봤다.

진문공은 이를 듣고는, 기사(騎士)에게 이를 쳐내기를 명령했다.


소는 힘이 셌다.

소에 받힌 기사들은 땅에 꼬꾸라졌다.

기사는 산발을 하고, 얼굴에 환칠을 했다.

소는 두려워 감히 물밖으로 나오지 못했다.


진문공은 군중에다 다팔머리를 하도록 제도화하고, 

그리고 다시 노특사(怒特祠)란 사당을 세웠다.

노나무 신을 모셔 제사를 지냈다.”


소싯적 이글을 일고는 묘한 상념에 빠진 기억이 있다.


아, 푸른 소라니


누른 소도 아닌 푸른 소라니,

이 얼마나 경이로운가?


푸른 나무에 깃든 청우(青牛)라.

저들 나무들은,

하늘로부터 푸른 기운 받고,

깊고 깊은 땅으로부터 암푸른 물을 길어 올려,

백 가지, 만 잎으로,

바람에 떨고,

비에 울며,

제 운명을 노래하지 않던가?    


게에,

숨어 계시오다면,

어찌 푸르지 않을 손가?


청우(青牛)


이 말씀에 이르러,

가슴에 아무런 감동이 일지 않는다면,

이 어찌 사람이라 할 수 있으랴?


越王乃使木工三千餘人,入山伐木,經年無所得。工人思歸,皆有怨望之心,乃歌《木客之吟》曰:

朝採木,暮採木,朝朝暮暮入山曲,窮巖絕壑徒往復。天不生兮地不育,木客何辜兮,受此勞酷?

每深夜長歌,聞者淒絕。忽一夜,天生神木一雙,大二十圍,長五十尋,在山之陽者曰梓,在山之陰者曰楠。木工驚睹,以為目未經見,奔告越王。群臣皆賀曰:「此大王精誠格天,故天生神木,以慰王衷也。」句踐大喜,親往設祭而後伐之。加以琢削磨礱,用丹青錯畫為五采龍蛇之文,使文種浮江而至,獻於吳王曰:「東海賤臣句踐,賴大王之力,竊為小殿,偶得巨材,不敢自用,下吏獻於左右。」夫差見木材異常,不勝驚喜。

(東周列國志)


“월왕은 목공 삼천 여명을 산으로 보내 나무를 베도록 하였다.

하지만, 해를 넘겨도 아무런 소득이 없었다.

목공들은 집으로 돌아갈 생각이 간절하여,

모두들 원망의 마음을 품었다.

하여 노래를 지어 불렀다.

이름하여 ‘木客之吟’이라.


‘아침에도 나무를 찾아서,

저녁에도 나무를 찾아서.

아침마다, 저녁마다, 구비구비 산속으로 들어가지만,

궁벽한 바위, 막힌 골짜기를 돌아다닐 뿐일세.

하늘이 낳지 않고, 땅이 기르지 아니심이라,

헌데, 우리 나무꾼들은 무슨 죄로 이런 고생을 하는가?’


매 밤이 깊도록 노래했다.

이를 듣는 이들은 처량하기 그지없었다.

어느날 밤이었다.

하늘로부터 신목(神木) 한 쌍이 생겨났다.

둘레가 스물 아름에, 높이가 오십 심(尋)이나 되었다.

산의 남쪽에 것은 노나무였고,

북쪽의 것은 남(楠)나무(녹나무)였다.


나무꾼들은 이전엔 결코 본 적이 없는 광경에 놀랬다.

월왕에게 달려가 보고하였다.

군신들은 모두 경하하였다.


‘이는 대왕의 정성이 하늘에 다달아,

하늘이 신목을 보내 대왕의 충정을 위무하신 것입니다.’


구천은 크게 기뻤다.

친히 가서 나무에게 제사를 지내고나서, 나무를 베었다.

깎고 다듬어,

단청으로 오색 영롱한 용과 뱀을 그렸다.

문종으로 하여금 강에 띄어,

오왕에게 바치고 아뢰도록 하였다.


‘동해 천신 구천은 대왕의 힘을 빌어,

조그만 궁을 지으려다 우연히 큰 재목을 얻었습니다.

감히 사사로이 쓰지 못하고,

아랫 사람에게 시키어 대왕께 바치나이다.’


부차는 목재가 예사롭지 않아 놀라움을 감추지 못하며 기뻐하였다.”


월(越)의 구천(句踐)은 오(吳)의 부차(夫差)에게 패하자,

설욕을 위해 와신상담한다.

구천은 부차의 마음을 해이(解弛)시키고,

국력을 피폐(疲弊)시키기 위해,

토목공사를 일으키게 하고자 좋은 목재를 보낸다.


구천이 목재를 구하는 장면이 예 있으니,

이 또한 기이롭다.

헌데, 나는 나무를 구하는 장면보다,

구한 후에, 

켜고, 다듬고,

龍蛇之文이라,

나무 위에 용과 뱀 무늬를 그렸다는 지점에 이르러,

묘한 전율을 느낀다.


신목(神木)이,

저 무늬를 얻지 않고서야,

어찌 한(恨)이 가실 수 있으랴?


본디 용(龍)은 지상의 뱀(蛇)이었다.

하지만 오랜 시간 천지의 영기(靈氣)와 일월의 정화(精華)를 받아,

태변(蛻變)하면 교룡(蛟龍)이 되고,

다시 이 교룡이 태변하면 최종적으로 용이 된다.

이때에 이르르면 풍우(風雨)를 부르고, 하늘을 날 수 있게 된다.


인도에선 용을 나가(那伽, Nāga)라 한다.

불교에선 힌두교의 것이 습합되어 천룡팔부(天龍八部)로 진화되곤 한다.

이들은 호법신 역할을 한다.

용은 역시 천룡팔부의 하나인 대붕금시조(大鹏金翅鸟)와 더불어 적을 죽인다.

금시조는 용을 먹이로 삼는다.

하지만, 용에겐 독이 있어, 최후엔 금시조도 독으로 인해 죽는다.


용이나 금시조는 모두 극물(極物)인 바라,

즉 지극한 곳에 이른 바임이라.

서로들 서로를 극(剋)하며 다투는 것이리라.

때문에 금시조가 용을 잡아먹지만, 

이게 극물(劇物)이 되어 금시조 역시 죽어 버리게 된다.

이와 유사한 전설은 인도 신화 속에서 만나 볼 수 있다.


하지만, 전설에 따르면,

금시조는 비슈누의 축복으로 불로불사하는 능력을 얻기도 한다.

용이나 금시조는 서로 다투기도 하지만,

그 극한의 상징 내용들은,

별개로 볼 것이 아니라,

하나로 통합시켜 이해볼 수도 있다.


즉 지상에 머무르며, 죽을 수밖에 없는 인간이란 존재에 비해,

하늘을 마음대로 날며, 불로불사하는 저들인 바라,

신과 같은 등속임이기 때문이다.

하여 이들은 용신(龍神), 신조(神鳥)로 일컫곤 한다.


말갛게 대패로 쓸린,

나무 위에 용이 그려질 때,

저 신목(神木)은 죽었을지라도,

용신(龍神)이 되고, 신조(神鳥) 가루라(迦樓羅)로 변신(變身)되는 꿈을 꾸었으리라.


당시 때는 주대(周代)인지라,

시대적으론 아직 인도 문화와 교류가 되지는 않았겠지만,

나는 문득 신목과 비슈누(Vishnu)가 타고 다닌다는 가루라가 연상되는 것이다. 

파괴의 신 시바에 비해 비슈누는 세상을 유지, 지속 시키는 역할을 담당한다.


헌데, 아이러니하게도,

이 신목은 인간에 의해,

상대를 파괴시키는 역할을 하도록 동원된다.


인간이란,

신까지 제 욕망을 위해,

부역시키고도 남을 존재가 아닐런가 싶기도 하구나.


오늘은 가느다란 푸른 실(靑絲)이 되어,

봄비가 천상으로부터 대지 위에 연신 드리워진다.

문득 눈 들어 하늘을 쳐다보며,

신목 위에 그려진 천룡(天龍), 금시조(金翅鳥) 가루라(迦樓羅)의 비상(飛翔)을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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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7.03.03 18:34 PERM. MOD/DEL REPLY

    비밀댓글입니다

    bongta 2017.03.03 20:11 신고 PERM MOD/DEL

    초대장을 보내드리려 하였으나,
    이미 초대되었다며,
    전송이 되지 않는군요.

    아마 다른 곳에서 처리가 되었나봅니다.
    그렇다면 다행이군요.

  2. 무심코 2017.03.04 10:20 PERM. MOD/DEL REPLY

    _()_

    봄비가 대지를 촉촉히 적셔주는 이틀동안 마음이 차분해 짐을 느낍니다
    제가 삶을 관망하는 하루하루를 살다가 권태기를 느끼면 가방 꾸리고 여행을 갑니다
    눈에 보이는 건 죄다 나무들 뿐입니다

    길가에 가로수,, 숲 속 피톤치드... 산 속 나무의 다람쥐 집......
    문득 생각을 아니 할 수 없게 됩니다
    인간의 키는 3미터를 넘지 못합니다만, 나무는 누가 돌봐주지 않음에도 수십미터 씩
    성장합니다
    헷빛, 물, 산소, 바람..........원래부터 지구에 있는 것들만 취해도 저토록이나 인간 키보다
    높이 성장합니다

    그리고 수명 또한 장난이 아니죠
    제 고향 금산엔 보석사란 절이 있고 그 앞엔 수령 천 오백년을 자랑하는 은행나무가
    있습니다
    아랫쪽 가지가 밑으로 쳐져서 쇠기둥을 받쳐줘야 할 정도로 웅장하기도 합니다

    보석사를 지나 영천암 숲 길을 갈때마다 보게되는 은행나무는.........
    천상천하 유아독존을 부질없게 만드는 위압감을 느끼게 해줍니다
    그 오랜 세월동안.......
    먹물옷 입은 스님네들 얼굴을 얼마나 많이 보며 풍파를 겪었을지 생각하면 온 몸에
    전율이 일어나곤 합니다

    지구에는 허파 역할을 담당하던 아마존 밀림이 파괴되고 잇습니다
    인간의 편리를 위한다는 명분으로 세상의 온갖 나무들는 속절없이 베히고 베혀집니다
    그 결과는...........아주 처참한 응보를 받고 수 많은 목숨들이 파괴되겟지요

    저는 가끔씩 상상하곤 합니다
    묘향산, 그 깊은 산골짝에서 나무들로 둘러쌓인 곳,
    나만의 천라지망을 구축해 놓고서 도나 닦으며 신선처럼 살고 싶다는.........
    필요한 것은 취하되 무분별한 파괴를 일삼는 인간의 탐욕은 결국 공멸 뿐이겠군요

    인구 수, 80억을 넘어 이제 곧 100억이 되는 지구는 포화상태에 도달 했으므로
    지구는 필연코 과식으로 인한 설사를 한 번 격하게 하고서 대부분의 인간들을 멸종시키겠지요
    제가 살이있는 동안 그 장엄한 천지개벽을 보게 된다면야......
    지구에 태어난 값어치는 하고 가는 걸까요?
    아니면 중광 스님 마지막 말씀처럼 괜히 왔다 간다는..........자조의 중얼거림이 될런지.....

    저의 목적없는 여행은 나무를 보는 것으로 시작해서 나무를 보는 것으로 끝맺지만
    집에 돌아와 방에 가만히 누워 휴식을 취하노라면 생각나는 단 하나 !!

    여즉까지도 열매를 맺지 못하는 나는 지구를 힘들게 하는 하나의 쓰레기인가??

    쥐명박과 괴물 박가의 9년 세월을..........
    저는 눈물 한 방울 흘리지 못하는 나날들을 살아왔습니다


    첨언) 이틀 전에 주왕산에 살고 잇는 지인에게서 고로쇠 수액을 보내겠다는 문자를
    받았지만 거절했습니다
    구멍을 뚫는 일만 해도 살떨리는 일일진데 하물며 나무의 눈물같은 수액을 마시다니요?
    고로쇠 수액이 아무리 좋다 한들 깊은 산 속 옹달샘물이 더 좋다는 걸 모르는 인간들의
    무지가 이토록이나 무섭습니다

    이래저래 지금의 세상을 살아낸다는 것은 업보로군요 !!

    _()_

    bongta 2017.03.04 21:27 신고 PERM MOD/DEL

    고로쇠나무를 생각하면 참으로 마음이 아픕니다.
    도대체가 새봄 청신한 기운을 일으키며,
    저 깊은 곳으로부터 맑은 샘을 한참 길어 올리고 있는데,
    속살에 송곳으로 구멍을 내고 대롱 박아 이를 훔치는 일을 하고 있다니.
    참으로 인간이 할 짓이 아니라 생각합니다.

    이것 곰 쓸개즙 먹겠다고,
    산 채로 대롱 박아 빨아먹는 짓과 무엇이 다른지요?

    오늘 집회는 날씨가 좋아,
    처음으로 추위에 떨지를 않았습니다.
    바야흐로 진겨울 넘겨 봄을 맞이하고 있는데,
    친일분자들의 적폐는 너무도 두꺼워 이리도 철을 바꿔가며,
    시민들이 궐기를 지속하고 있는 것입니다.

    놀라운 것은 사람들이 그리 모였는데도,
    사고 하나 나지 않고, 질서를 잘 지키고 있는 점입니다.
    우리 어렸을 때와 비교하면,
    우리네 시민들 의식 수준이 많이 성장하였음을 알겠더군요.
    여기 시골 사람들을 보고는 거의 절망을 하였는데,
    촛불 시민들을 지켜보고는 한국의 미래가 마냥 어둡지만은 않다는 희망을 갖게 되었습니다.
    여간 다행이 아닙니다.

  3. 무심코 2017.03.04 10:25 PERM. MOD/DEL REPLY

    그런데 이번 라라님 글엔 첫 번째로 댓글 달아주신 분이 계시는데...........
    알고보니 댓글 창 바로 위 오른쪽에 비밀글이면 체크하는 곳이 있었군요
    비밀글이라..............!!
    굳이 비밀글이 필요한지 의문입니다

    마구 이는 생각의 끄트머리들을 소요유 하신다는 라라님의 블로그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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