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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호이산(調虎離山)

소요유 : 2017. 5. 20. 19:14


최근 농장에서 힘쓰는 일에 며칠 아낌없이 몸을 부렸더니만 편치 않다

한즉, 오늘은 일을 하지 않고 쉬기로 하였다.

허나, 가만히 있자니 외려 좀이 쑤시고, 방 안에 갇힌 마음은 더 갑갑하다.

하여 한 생각 떠오른 바를 붙잡고,

잠깐 머릿속 여행을 떠나기로 한다.


지난 19일 윤석열이 서울중앙지검장으로 발탁되자,

사람들은 환호성을 지르며, 밝아올 내일에 대한 기대에 부풀었다. 

검찰 조직은 뒤숭숭해지고, 자진 사퇴하는 이도 생겨나고 있다.


이에 맞춰 불현듯 조호이산(調虎離山)이란 병법이 의식 위에 떠오른다.

이제 오늘의 모습을 이에 비추어보며 음미를 해보고자 한다.


나는 앞서 간간히 삼십육계(三十六計)에 대하여 몇 편의 글을 올린 적이 있다.

이러다가, 언젠가는 36 계책을 모두 다루게 될 수도 있겠다.

조호이산은 삼십육계의 하나로서, 분류상 공전계(攻戰計)에 속한다.

조호이산 

호랑이를 꾀어 산을 떠나게 한다는 뜻이다.

그런데 여기서 조(調)를 나는 꾀어낸다는 의미로 새겼지만,

기실 꾀어내기 위해선 달콤한 미끼를 내걸어야 한다.

이는 상대를 속이는 일이기도 하다.

이 조(調)자에선 이런 분위기를 느끼면 조호이산을 이해하기가 한층 쉬어진다.


더 이야기를 계속하기 전에,

먼저 원문을 검토해보자.


待天以困之,用人以誘之,往蹇來返。


“때를 기다려 적을 곤경에 처하도록 한다.

수단을 부려 적을 꾀다.

처음엔 힘들었으나 후엔 좋은 결과를 초래하다.”


내가 여기 待天을 때를 기다린다로 잠시 해석하였지만,

굳이 때로 제한할 필요는 없다.

현재의 상황 제약 조건 모든 것을 천시(天時)가 대표한다고 보면 좋다.


그러니까 현재가 여의치 않으면,

조건이 성숙될 때까지 기다릴 일이다.

윤석열은 국가정보원 여론조작 사건 특별수사팀장을 맡았지만,

박정권과 그를 보위하는 검찰 세력에 의해 핍박을 받고,

한직(閑職)을 전전했다.

하지만 그는 조직을 떠나지 않고,

待天 하늘의 말씀을 기다리며 인내하였다.


用人을 나는 수단을 부린다(펴다)는 뜻으로,

한참 길을 달려 의역하였으나,

글자 그대로 풀이 하자면 사람을 부린다(쓰다, 시키다)는 뜻이다.

待天, 用人

여기 등장하는 天, 人은,

병법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天時, 地理, 人和에서,

두 가지 키워드인 天, 人을 앞으로 내세운 것이다.


天時, 地理란 자연조건, 외부 조건이 갖춰졌더라도,

최종적으로 일은 사람이 행한다.

그러니까 적을 유혹하는 일을 하기 위해,

무엇인가를 도모하여야 할 터인데,

用人은 바로 그 장면을 그리고 있는 것이다.


往蹇來返


이것을 처음 보는 이는 해석해내기 힘들다.

원래 이 말은 주역에 나오는데,

그는 좀 놔두고 먼저 문장 구조를 따져보자.


往蹇來返은 

往來, 蹇返 

이게 구별(句別) 안에서 낱자가 전후로 쪼개지다가,

다시 전후반부를 넘나들며 합쳐진 것으로 보면 좀 해석이 용이해진다.


往來

가고, 옴 

蹇返 

절뚝거리다, (그) 반대


이를 다시 재조합하면,

往蹇來返

원래대로 된다.


그러니까 갈 때 또는 이전에는 절뚝거리다가,

올 때 또는 이후엔 바로 걷는 상태가 된다는 뜻이 되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주역을 몰라도,

자귀만으로도 얼추 해석을 할 수 있게 된다.

하지만 기왕에 나온 말이니,

주역의 해당 부분에 대하여 간단히 언급해둔다.



원래 주역엔 건괘(蹇卦)란 독립 괘가 있다.

그 삼, 사 효사(爻辭)를 보면, 이러하다.


九三:往蹇來反。六四:往蹇來連。


건괘는 그 구성을 보면,

상괘는 수(水)괘이고 하괘는 산(山)이다.

그런데 이 둘은 모두 험난한 상태를 상징하곤 한다.

인생사,

물 건너면, 산이 나타나 앞을 가로막고,

산 넘으면, 강물을 마주치게 되지 않던가?

때문에 이 둘이 합쳐져 만들어진 건괘는,

소위 4난괘(四難卦)인 屯, 坎, 蹇, 困의 하나이기도 한 것이다.


여기 등장하는 蹇은 몹시 곤란한 상황을 뜻하고,

返은 그 반대 또는 회복하는 모습을 의미한다.

원래 고대 주역 책엔 返은 反으로 적혀 있는데,

세밀히 따지면 약간 다른 뜻이 있지만,

이 자리에선 더 이상 천착하지 않는다.


蹇이 곤경을 뜻한다면,

返은 이 곤경이 해소되고 美好 즉 아름답고 좋은 상태로 회복된 모습으로 보면,

주역이 말하고자 하는 깊은 뜻은 아니더라도,

얼추 짐작할 수 있게 되리라 생각한다.


이제 글자 풀이는 이것으로 그치고,

조호이산의 실질 내용에 대하여 알아볼 차례이다.

虎豹,獸之猛者也,居深林廣澤之中,則人畏其威而載之。人主,天下之有勢者也,深居則人畏其勢;故虎豹去其幽而近於人,則人得之而易其威。人主去其門而迫於民,則民輕之而傲其勢。故曰:虎豹託幽,而威可載也。

(管子)


“호랑이와 표범은 짐승 중에서 사나운 것들이다.

깊은 숲, 너른 초원에 있으면, 

사람들이 그 위세에 눌려 두려워하며 떠받든다.


왕은 천하에 권력을 가진 이다.

구중궁궐 깊은 곳에 거하면,

사람들이 그 권세를 두려워한다.


호랑이와 표범이 살던 깊은 곳을 잃고 사람 가까이 내려오면.

사람들은 그를 잡아, 그 위엄이 땅에 떨어진다.


왕이 궁궐 문 밖으로 나와, 

백성들에게 핍박을 받으면,

백성들은 그를 경시하며, 

그 권세를 업신여기게 된다.

고로 이런 말이 있는 것이다.


‘호랑이와 표범이 깊은 곳에 의탁하여 살게 되면,

위엄이 생기고, 받들어지게 된다.’”


여기 하나 더 첨언할 것이 있다.

한비자에도 이와 얼핏 비슷하게 보이는 글이 나온다.

하지만, 법가답게 그는 직설적으로 형벌을 말하고 있다.

기실 관자 역시 법가의 범주에 넣을 수 있지만,

전일하니 법에 충실한 이는 한비자가 단연 발군이라 하겠다.


夫虎之所以能服狗者、爪牙也,使虎釋其爪牙而使狗用之,則虎反服於狗矣。人主者、以刑德制臣者也,今君人者、釋其刑德而使臣用之,則君反制於臣矣。

(韓非子)


“무릇 호랑이가 개를 복종시킬 수 있는 까닭은,

발톱과 이빨에 있는 것이다.

호랑이에게서 그 발톱과 이빨을 뽑아내고서,

개에게 이를 쓰게 한다면,

호랑이는 반대로 개에게 복종하게 된다.


왕이 형벌과 덕으로써 신하들을 통제하기에,

그제서야 왕이 되는 법이다.

그 형벌과 덕을 빼앗아,

신하가 그것을 사용하게 한다면,

왕은 반대로 신하에게 제압당하고 말 것이다.”


(※ 혹 오해가 일어날까 보충한다.

여기서 말하는 덕(德)은 우리가 아는 그런 덕이 아니다.

何謂刑德?曰:殺戮之謂刑,慶賞之謂德。
형덕은 무엇을 이르는 말인가?

벌하여 죽이는 것을 형이라 하고,

칭찬하여 상주는 것을 덕이라 이른다.)


박근혜 그이가,

아이들이 물에 빠져 죽을 때,

거울 방 만들어놓고,

주사 맞으며,

드라마를 본들,

그곳을 잃지 않는 한,

그의 추종 세력들이 남아 있고,

그의 권세가 줄지 않았었다.


하지만,

끌어내려져,

기어히 푸른 옷을 입고 옥(獄)에 갇히자,

이목(耳目)을 닫고, 함께 놀아나든, 당(黨)은 깨지고,

시민들은 그들 무리를 깨진 기왓장 보듯 한다.


헌즉,

호랑이는 산을 내려오지 말아야 하며,

권력자는 자리를 잃지 말아야 하는 법이다.


윤석열이 검찰 내 높은 당위에 오르자,

평시 시민들 할퀴고, 뜯어먹던

호랑이, 표범들은 삼혼칠백(三魂七魄)이 냅다 떠서,

자리를 털고 일어나서는 각분동서(各奔東西)라,

그야말로 동서로 찢어져 달아나기에 분주하니,

과시 고양이에게 쫓기는 쥐새끼 형용을 방불하고 있다 하겠다.

체모(體貌) 구기는 것이 대수랴?

다투어 시궁창 구멍을 통해 빠져나가며,

여염집으로 숨어들어 목숨을 구하기 바쁘게 되었다.


허나 2700여 년 전에 살던 관중(管仲)은 이미 이리 말하고 있었음이라.

則人得之而易其威。

저들이 살던 곳을 잃고 내려오면,

사람들은 그들을 잡아버리고 마니,

그 푸르등등하던 기세가 바뀌고 마는 법임이니라.


龍在潭虎在穴


용이 못 속에 있고, 

범이 동굴에 있을 때.

이때는 저들을 치게 되면 내가 크게 다치고 만다.


손자(孫子)는 적이 강할 때,

그들의 견고한 성을 공략하는 것은 하등책이라 하였다.


引龍離潭,調虎出山


즉, 용을 끌어내어 못을 떠나게 하고,

호랑이를 꾀어내어 산을 떠나게 한 후에라야,

편히, 저들을 소탕할 수 있다 하였다.


龍遊淺水遭蝦戲,虎臥平陽被犬欺。


용이 얕은 물에 있게 되면 새우에게도 희롱을 당하며,

호랑이가 산에서 평지에 내려오면, 개에게도 업신여김을 당하게 되는 법이다.


헌즉 용은 깊은 못을 잃어서는 아니 되며,

호랑이는 깊은 산에 의지하며 살아가야 하는 법이다.


이리 하려면,

평소 용은 그 위격(位格)에 맞는 처신을 하여야 하며,

범은 그 위엄(威嚴)을 훼손시키는 짓을 하지 말아야 한다.


그나저나 범을 산에서 내려오게 할 수는 있다할 손,

산채(山寨) 살림은 누군가 다시 하여야 한다.


문 두령, 윤 칼잡이.

이들의 무운(武運)을 삼가 빈다.


***


내가 윤석열 이 분에 대하여 잠간 조사를 하였는데,

아주 흥미로운 자료를 대하였다.


“1979년 충암고를 졸업하고 서울대 법대에 진학하였다. 1980년 광주 민주화 운동을 무력으로 진압한 전두환에 대해 교내에서 모의재판을 열고 검사역을 맡아 전두환에게 사형을 구형했다. 이 모의재판 이야기가 교내외로 퍼지면서 한동안 강원도로 피해있어야 했고, 그 후 사시 2차에서 계속해서 낙방했다.”

(출처 : https://namu.wiki/w/%EC%9C%A4%EC%84%9D%EC%97%B4)


역사상 모의재판을 한 이로 장탕(張湯)을 잊을 수 없다.

이에 대하여는 별도의 글로 닦아놓고자 한다.


☞ 쥐새끼 재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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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요유 : 2017. 5. 20. 19:1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