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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조(防鳥) - 블루베리 ⅹxⅴ (왕겨)

농사 : 2017. 6. 20. 08:51


정미소에서 왕겨를 몽땅 불하받아,

이를 공급하는 왕겨업자 한 분이 계시다.


이 분이 올 봄에 농장에 찾아와 블루베리를 사면서,

부족한 대금 일부를 왕겨로 셈하고는,

몇 포대를 떨구어놓고 갔다.


중국산 마대 포대는 햇빛을 받으면 2개월을 못 버티고 가루로 부셔져 버린다.

처음엔 이것을 몰랐는데 부셔진 것을 손으로 낱낱이 주워내느라 곤욕을 치룬 적이 있다.

하여 저것을 일찌감치 해체하고는,

왕겨를 농장 한 켠에 쌓아두었다.


내가 무투입 농법을 고수한다고 하지만,

실인즉 농업을 경영하는 한 완벽한 무투입이란 거의 불가능하다.

농업을 뜻하는 영어의 agriculture

이거 라틴어로 cultivation of the land란 뜻이듯,

본디 농업이란, 사람의 의지와 욕심이 가해지지 않을 수 없다.


농사란 끊임없이 ‘자연을 위배’할 것을 농부에게 주문한다.

아니 농사를 짓는 농부는 이런 욕심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소출 증대를 위해 적과하고, 전지하도록 하고,

비료를 넣고, 농약을 치게 유혹한다.

아니 유혹을 스스로 불러온다.


농장에 관수 시설이 되어 있은즉,

이야말로 무투입을 애시당초 위배하고 있음이 아니더냐?


게다가 처음 식재를 하고나서는 토양 표면이 마르지 말라고,

멀칭을 할 때 우드칩으로 덮질 않던가?

나의 경우 처음엔 우드칩으로 덮어주었지만,

손수레에 싣고 다니면서 오르내리막 밭을 누비며,

우드칩을 덜어내고, 부리며, 덮는 짓이 그리 녹록한 일이 아니다.


하여 요즘엔 왕겨를 이용하여 덮기도 한다.

많지도 않은 구간이기에 편법으로 이를 쓰는 것이다.

블루베리엔 기실 왕겨가 썩 좋지는 않다.

이게 pH 7.0 내외에 가깝기 때문에도 그렇지만,

칼륨 성분도 너무 과도하게 들어 있어 블루베리엔 썩 좋지는 않다.


물론 이것 외엔 일체의 외부 자재를 밭에 들이지 않고 있다.

무투입이라는 말이 그럴싸하지만,

완전하게 지키지는 못하고 있음이니,

이것은 야생 상태로 돌아가기 전에는 도달하기 어려운 과제가 아닌가 싶다.

하지만 언제나 뜻은 높고, 정신의 지향은 자연을 향하려 함엔 변함이 없다.


농장 한 켠에 쌓아 놓은 곳에 참새들이 우르르 몰려 놀고 있다.

가만히 관찰하니 녀석들이 왕겨에 섞여 있는 미설(米屑) 따위를 먹고 있음이 틀림없다.

그러자니 한 생각이 미친다.

만약 녀석들이 저기에서 배가 어느 정도 차면 블루베리를 덜 먹지 않을까?

그렇다면 차라리 왕겨를 더 많이 쌓아 두면 어떨까?

아니면 더 나아가 쌀을 여기저기 놓아두고 저들에게 포식(飽食)시키면 더 낫지 않을까?


새들로 하여금 먹지 못하게 하려고 고심할 것이 아니라,

차라리 블루베리 대신 다른 것을 포끽(飽喫)하도록 유도하는 것도 한 방책이 될 것이다.

가령 저들이 하루 일백을 먹는다면,

앞서 왕겨나 쌀로 오십을 먹는다면,

블루베리를 그만치 덜 먹게 되지 않을까 싶은 것이다.


(다만, 이것이 동네 모든 새들을 끌어 들이는 일이 될런지는 모르겠다.

이 부분에 대하여는 좀 더 고민을 해보아야겠다.)


앞서 소개한 설탕물도 약간 사정은 다르지만,

저들로 하여금 먹지 못하게 하려는 고정 관념을 벗어나,

외려 먹임으로써 블루베리를 지키려는 것임이니,

그 이치는 궤(軌)를 함께 하고 있다 하겠다.

(※ 참고 글 : ☞ 방조(防鳥) - 블루베리 ⅴ (Methyl anthranilate, 설탕))


오늘 아침 한 생각 떠올라,

미처 충분히 실험을 하지는 않은 것이지만,

기억에서 사라지기 전에 글로 정리해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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