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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 밥그릇과 개미

소요유 : 2017. 7. 3. 11:48


농장에서 지내는 고양이가 한 마리 있다.

서울에서 데려온 길고양이인데,

겨울엔 서울집으로 데려갈 예정이다.


다시는 강아지나 고양이를 키우지 않으려 하였는데,

그만 정이 들고 말았다.

이들과 나중에 헤어지는 슬픔은 나 같은 중생에겐 너무 아프다.

그래 저들을 멀리하고 지켜만 보았었는데,

어쩌지 못하고 다시 이리 흘러들고 말았다.


반연(攀緣) 지어 얽히고설키면 업이 쌓이고,

종내는 그에 이끌려 따라다니게 된다. 


謂有攀緣。從有攀緣。則為病本。

(維摩詰所說經)


“... 반연을 짓게 되고,

반연을 따르게 된다.

그런즉 병의 근본이 된다.”


반연이란 무서운 것이다.

본디 攀은 引也라,

끌어 들인다는 뜻을 갖고 있다.

등반(登攀)을 할 때 바위에서 떨어지지 않으려고,

손톱까지 세우고 끌어안고 오른다.

이런 모습을 우리말로는 ‘극터듬다’라고 하는데,

말씨, 말품으로부터 그 상황이 잘 배어나오고 있다.


덩굴 식물도 덩굴손을 내어 외부의 사물을 그러안는다.

내가 요즘 텃밭에 심은 호박 덩굴을 유심히 관찰하곤 하는데,

호박덩굴은 용수철 같은 덩굴손이 우로 좌르르 감겨 있다가,

도중에 방향을 바꾸어 좌로 좌르르 감기니,

이리 이중 나선으로 미끄러지지 않고 상대를 옥죄이며 나아간다.
개중엔 삼차선(三次旋), 사차선(四次旋) 짜리도 보이는데,

이런 경우는 대개 앞의 전개 상황이 복잡하여 녹록치 않은 경우이다.


등나무, 칡 역시 외부 상대를 끌어안고 자신을 키워나간다.

이런 식물을 그래서 반연식물((攀緣植物)이라 이른다.


헌데 근래 들어, 고양이 밥그릇에 개미들이 달라붙어,

밥 줄 때마다 매번 곤란을 겪었다.

하여 물그릇 위에 밥그릇을 겹쳐 올려놓아 보았으나,

이것도 별반 효험이 없었다.

그러던 차, 개미가 고무냄새를 싫어한다는 정보를 처가 입수하였다.


이에 밑에 받쳐 두었던 물그릇을 헌 고무장갑을 둥글게 잘라 주위를 둘러주었다.

이로부터 다시는 개미가 밥그릇에 기어 들어오지 않는다.

실로 신통한 일이다.




사람들 사이도 공연히 반연을 짓지 않으려면,

고무와 같은 무엇인가 있지 않을까 싶다.


이에 법정 스님의 시를 다시금 음미해본다.


함부로 인연을 맺지 마라.  (법정)


진정한 인연과, 스쳐가는 인연은 

구분해서 인연을 맺어야 한다. 

진정한 인연이라면, 

최선을 다해서 

좋은 인연을 맺도록 노력하고 

스쳐가는 인연이라면, 

무심코 지나쳐 버려야한다.


그것을 구분하지 못하고 

만나는 모든 사람들과 

헤프게 인연을 맺어놓으면 

쓸 만한 인연을 만나지 못하는 대신에 

어설픈 인연만 만나게 되어 

그들에 의해 

삶이 침해되는 고통을 받아야한다.


인연을 맺음에 너무 헤퍼서는 안 된다. 

옷깃을 한번 스친 사람들까지 

인연을 맺으려고 하는 것은 

불필요한 소모적인 일이다.


수많은 사람들과 접촉하고 

살아가고 있는 우리지만, 

인간적인 필요에서 접촉하며 

살아가는 사람들은 

주위에 몇몇 사람들에 불과하고 

그들만이라도 진실한 인연을 맺어 놓으면 

좋은 삶을 마련하는데는 부족함이 없다.


진실은, 

진실된 사람에게만 투자해야한다. 

그래야 그것이 좋은 일로 결실을 맺는다. 

아무에게나 진실을 투자하는 건, 

위험한 일이다.


그것은 상대방에게 내가 쥔, 

화투패를 일방적으로 보여주는 것과 

다름없는 어리석음이다.


우리는 

인연을 맺음으로써 도움을 받기도하지만 

그에 못지않게 피해도 많이 당하는데, 

대부분의 피해는 진실 없는 사람에게 

진실을 쏟아 부은 댓가로 받는 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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