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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상지공(非常之功)

소요유 : 2018. 1. 21. 18:01


橫看成嶺側成峯,遠近高低各不同。

不識廬山真面目,只緣身在此山中。

(出自於蘇軾的《題西林壁》

朝代:宋代

作者:蘇軾)


“가로로 보면 산등성이요, 세로로 보면 봉우리라,

멀고 가깝고, 높고 낮음이 한결 같지 않고나.

여산의 진면목을 알지 못함은,

다만 이 몸이 산 안에 있기 때문이라.”


이야기를 시작하기 전에, 

한국에선 흔히 소동파(蘇東坡)로 널리 알려진 소식(蘇軾,1037-1101)의 시를 먼저 꺼내든다.

東坡居士는 그의 호이며, 이름은 소식이다.


不識廬山真面目,只緣身在此山中。


여산의 진면목을 알지 못하는 것은,

그 산 안에 있기 때문이라는 차탄(嗟歎)의 말씀은,

이내 그 다음을 예비하고 있다.

그가 시에서 다음을 직접 예고한 것은 없으나,

만약 진면목을 알고자 한다면,

산을 떠나야 한다는 것을 암시하고 있다.

조금만 주의하면,

시인의 감성으로 그저 산에 감탄만 하고 있는 경지를 넘어,

철학적 이해의 경지로 나아가고 있는 그를 발견할 수 있다.


橫看成嶺側成峯,遠近高低各不同。


산안에 들어 있어,

눈을 돌려 보매,

횡으로 길게 이어진 것은 산마루요,

오똑 솟은 것은 봉우리임을 알 수 있다.

멀고, 가깝고, 높고, 낮아 각기 다 다르다는 것을 어찌 모를 수 있으랴.

눈먼 장님이 아니라면 말이다.


허나, 장님이 아닌데도 소식은 여산을 아지 못하고 있다.

아마 드론을 띄우면 새로운 진경(珍景)을 보게 될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조감(鳥瞰) 또한 여산의 한 측면만을 일러줄 뿐,

이로써, 모두 다 알게 되었다 할 수는 없다.


瞎子摸象


장님이 제각각 코끼리를 더듬듯,

그리 제 한계에 갇혀 세상을 재단할 뿐이다.


사람끼리 모여 어울려 살 때,

그를 모로 보면 독특하고, 

바로 보면 착한 양 싶기도 하다.

술자리에 모여 웃고 떠들 때,

권커니, 잣커니 정을 나누고,

헤어질 때는 아쉬움을 나눈다.

하지만 이로서 그의 진면목을 과연 모두 다 알았다 할 수 있을까?

여산에 들어 있어, 여산을 아지 못함과 같이,

정작 한데 모여 어울리며 살아가기 때문에,

그의 진면목을 알지 못하는 것은 아닌가?


여기 다시 한유의 글을 소환하지 않을 수 없다.

당송팔대가의 하나인 한유(韓愈)가 그의 文友인 유종원(柳宗元)의 묘비명에 쓴 글이다.


"..... 사람이란 곤경에 처했을 때라야 비로소 절의(節義)가 나타나는 법이다. 

평소 평온하게 살아갈 때는 서로 그리워하고 기뻐하며 

때로는 놀이나 술자리를 마련하여 부르곤 한다. 

또 흰소리를 치기도 하고 지나친 우스갯소리도 하지만 서로 양보하고 손을 맞잡기도 한다. 

어디 그뿐인가. 

'서로 간과 쓸개를 꺼내 보이며(肝膽相照)' 해를 가리켜 눈물짓고 

살든 죽든 서로 배신하지 말자고 맹세한다. 

말은 제법 그럴듯하지만 일단 털 끌만큼이라도 이해관계가 생기는 날에는 

눈을 부릅뜨고 언제 봤냐는 듯 안면을 바꾼다. 

더욱이 함정에 빠져도 손을 뻗쳐 구해 주기는커녕 오히려 더 깊이 빠뜨리고 

위에서 돌까지 던지는 인간이 이 세상 곳곳에 널려 있는 것이다. ...." 


.... 嗚呼!士人到了窮境時,才看得出他的節操和義氣。現在一些人,平日街坊居處互相仰慕討好,一些吃喝玩樂來往頻繁,誇誇其談,強作笑臉,互相表示願居對方之下,手握手作出掏肝挖肺之狀給對方看,指著天日流淚,發誓不論生死誰都不背棄朋友,簡直像真的一樣可信。一旦遇到小小的利害衝突,僅僅像髮絲般細小,便翻臉不認人,朋友落入陷阱,也不伸一下手去救,反而借機推擠他,再往下扔石頭,到處都是這樣的人啊!這應該是連那些禽獸和野蠻人都不忍心幹的,而那些人卻自以為得計。他們聽到子厚的高尚風節,也應該覺得有些慚愧罷!....

(柳子厚墓誌銘-韓愈)


중질하는 이들이 왜 속세를 버리고 산에 드는가?

속세 안에 사는 한, 깨우침을 얻기 어렵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 아닌가?

소식 역시 여산 안에서 정작 여산을 알지 못하겠다고 노래하고 있음이 아니더냐?


나는 전 부터, 곧잘 주장하곤 한다.


‘사람은 비상한 때라야,

비로소 그의 진면목이 들어난다.’


정분을 나누는 자리 굳이 나쁜 짓을 할 이유가 있으랴?


보통의 사람들이란,

바로 이런 경계를 벗어나지 못한다.


비상 상황이 발생하면,

정분은 오간데 없게 되고,

제 안위를 돌보기 바빠,

친구를 배반하고,

형제를 버리며,

도망가기 바쁘다.


내 경험으로는 99%가 이 범위 안에 든다.


박지원 국민의당 전 대표는 20일 "김희중 전 비서관이 'MB는 대국민 사과하라'고 직격탄을 날린 것은 MB의 자업자득"이라고 말했다.


DJ는 수감 중인 저에게 매주 비서실장, 매월 주치의를 보내셨고 또 제 아내와 가족들을 월1회 이상 초청,격려해 주셨습니다.


그는 "측근 관리를 어떻게 하는가? 지도자의 중요한 덕목"이라며 "꼭 그렇지는 않겠지만 제가 수감 중에 보니 대개 수구보수세력은 의리가 없고 진보개혁세력은 의리를 중시하더라구요"라고 밝혔다.

(※ 출처 : ☞ DJ는 수감중인 내게 매주 비서실장, 매달 주치의 보냈다)


‘비상한 사태가 벌어져야, 사람의 진면목을 알 수 있다.’


그래 옛부터 여러 말씀이 계셨다.


雪後始知松柏操,事難方見丈夫心


눈 내린 다음이라야 송백의 지조를 알고,

어려움을 당했을 때에 사람의 마음을 알아볼 수 있다.


路遙知馬力,日久見人心。


길이 멀어야 말의 힘을 알 수 있고,

날이 오래야 사람의 마음을 알 수 있다.


백화점에 여성복을 납품하여 한 때 거만의 부를 일군 이가 하나 있다.

지금도 고가이지만, 당시엔 더욱 더 흔치 않은 차를 친구에게 사주기까지 하였다.

후에, 그의 사업이 여의치 않아 회사가 부도가 나고 그는 달동네로 쫓겨났다.

헌데, 그 친구는 만나주지도 않고 외면하였다.

그가 여차저차 재기하여 사업을 다시 일궜다.

그는 말한다.


‘나는 예전에 알던 친구를 모두 버렸다.

그리고 새로 친구를 사귀었다.’


나는 말한다.

‘그럼 새로 사귄 친구는 배신하지 않으리라 믿는가?’


‘비상한 사태가 벌어져야, 사람의 진면목을 알 수 있다.’


내가 이리 말하고 있지만,

정작 비상한 사태는 일상에선 자주 있는 것이 아니라,

해저 용암처럼 저 깊은 어둠 속에 잠복하여 있다.

헌즉 막상 사람의 진면목을 알게 될 때에는,

이미 난이 일어나고 난 후라,

쪽박은 깨지고, 관계는 파탄이 나고 난 다음이다.

99%가 이렇다.


여산에서 살고 싶다면,

遠近高低各不同인 것을 볼 수는 있지만,

정작 진면목(眞面目)은 알 수 없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하기사, 이렇다는 것을 알기만 하여도 대단하다.

대개는 눈에 보이는 대로, 橫看成嶺側成峯 이게 모두 다인줄 알 뿐이다.


세속을 여의지 못하고, 그 안에서 살아간다면,

도리 없이 위험을 감수하며 살아갈 수밖에 없다.

사람의 진면목을 평상의 일상에선 알 수가 없다. 


‘비상한 상황하에서, 비로소 사람의 진면목을 알 수 있다.’


최근에 나는 사람의 진면목을 여실히 알게 되는 경험을 하였다.


하여 내가 늘 주장하는,

‘비상한 사태라야, 사람의 진면목을 알 수 있다.’

이 말이 여전히 그르지 않음을 재차 확인하게 되었다.


常事曰視,非常曰觀。


일상 상태에서는 그저 눈에 보이는 대로 볼(視) 뿐이지만,

비상한 사태에 이르러서야 그 본질을 관(觀)할 수 있다.


그런데, 재미있게도, 1% 비상인(非常人)은 비상사태가 벌어져야 만날 수 있다.


蓋世必有非常之人,然後有非常之事;有非常之事,然後有非常之功。

(司馬相如傳)  


아무리 세상이 어지러워도 반드시 비상인(非常人)은 있는 것이며,

기실 그 이후라야 비상한 일이 정해지며,

이런 일이 벌어진 후에라야, 비상한 공적을 이룰 수 있다.


그런즉, 비상한 사태를 마냥 꺼릴 일이 아니다.

이 때라야 비로소 진인(眞人)인 비상인(非常人)을 만날 수 있다.

이런 귀한 사람을 만날 수 있다면,

얼마나 복되랴. 


天道有常,王道亡常


하늘의 도는 常하지만, 왕도는 常이 없다 하였다.

이 말은 무슨 말이냐 하면, 천도는 사계절이 돌아가듯 언제나 일정하지만(법칙적),

욕심의 세상인 이 일상의 세계엔 비상한 일도 곧잘 벌어진다는 말이다.

그러하기에 이 때 비로소 공적을 이룰 수 있다는 뜻이다. 


여담이지만, 암호화폐 시장이 요즘 정부당국의규제로 연일 폭락, 폭등을 오가고 있다.

기사의 제목도 덩달아 극단을 오간다.

'혼돈의 코인'이라 명명하기도 하고,

어느 기사 제목은 ☞ '수익인증'이 '분노인증'으로…180도 달라진 가상화폐 커뮤니티

이리 붙여놓았다.

대단히 죄송한 말씀이나, 이 기사를 읽고는 나는 폭소를 터뜨리고 말았다.

왜 그런가?


故世必有非常之變,然後乃有非常之謀。

(外戚傳)


비상사태가 있고 나서야,

비상한 꾀가 있다고 하였다.


이게 무슨 말인고 하니,

일상에선 꾀를 낼 필요가 없다.

난이 일어나고, 비상한 사태가 벌어질 때라야,

비로소 기기묘묘한 비상한 꾀를 낼 수 있는 법이며,

이 때라야 비로소 큰 공을 세울 수 있게 된다.


이 땅의 암호화폐 시장에선,

정부 당국에 의해,

코스닥에서 30년 간에 벌어질 일이,

단 1개월 만에 벌어지고 있다.

그러함이니, 꾀만 잘 내면,

단기간에 큰 공을 이룰 수 있는 법이다.

요는 이러할 때 상인(常人)은 모두 알량한 제 면목을 다 드러내고, 밑천을 털리게 된다.

허나, 비상인(非常人)은 물 만난 고기처럼 제 본래의 진면목을 드러낼 수 있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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