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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걸리 병(甁)술 일출(溢出)

소요유 : 2018. 2. 13. 13:22


막걸리 병(甁)술 일출(溢出)


막걸리를 먹을 때, 병을 흔든 후에 드는 경우가 많다.

이는 가라앉은 침전물을 위의 맑은 술과 섞기 위함이리라.

나는 이런 것 무시하고 되는대로 그냥 마신다.


그런데, 저리 병을 흔들게 되면,

마개를 따는 순간 가스가 올라와 술이 병 밖으로 넘쳐흐르게 된다.

주당들은 이를 방지하기 위한 여러 비책을 가지고 있다. 


병 꼭지 부근을 검지와 장지 사이에 끼고,

한동안 뱅글뱅글 돌리면 솟아오르던 가스가 진정되어,

뚜껑을 따고 잔에 따라도 별반 솟아오르지 않는다.

이 방법은 나의 옛 은인(恩人)이 내게 가르쳐 주신 방법이다.

돌아가신 이 분이 떠오른다.

잠시 멈추어 그 분을 생각하였다.


또 어떤 이는 병을 마구 흔든 후에,

병 중앙을 마사지하듯 살살 눌러주었다 놔두길 반복하기도 한다.

그러면 용케도 마개를 따도 넘쳐흐르지 않는다.

내 이를 처음 목격하고는 신기하여,

그에게 묻기를 무슨 까닭에 그게 통하는가 물었다.

그는 말을 하지 못하였다.


그리 물어놓고는,

나는 그 까닭을 스스로 바로 알아내었다.

하여 그 이치를 그에게 일러주었다.


보일-샤르의 법칙(Boyle-Charl's law)을 아는가 물었다.

그는 모른다 하였다.

지금 공부를 하고 있는 이가 아닌 한,

다 큰 성인이 이를 기억해내는 일은 쉽지 않다.

이것을 우리 때는 고등학교 물리, 화학 시간에 배웠었다.


이는 기체의 열역학적 온도(T), 압력(P), 부피(V) 사이의 관계를 설명하기 위한 법칙이다.



나는 이를 용케도 아직 기억하고 있다.

그러니까 병을 손으로 누르면 압력이 높아지고,

저 식에 따라 부피가 줄게 된다.


이 상태에서 마개를 따고,

술을 부으면 부피가 이미 한참 줄어들었으니까,

따르는 당분간은 넘칠 까닭이 없게 된다.


내가 저들에게 이 이치를 일러주니까,

한 사람이 폰을 꺼내 검색을 하며 부산을 떤다.

그 정도 성의라도 보일 양이면,

그래도 일행 중엔 돋보이는 이라 하겠으니, 다행이라 하겠다.


저 나이에 아직도 사물에 대하여 호기심을 놓치지 않을 정도라면,
내가 사귈 상대가 될 만 하다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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