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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의동자(靑衣童子)

소요유 : 2018. 2. 14. 20:21


청의동자(靑衣童子)

 

어린 시절 어른들의 술심부름을 한 적이 있는가?

 

부름을 받아 알루미늄 노란 주전자 들고, 

깡충깡충 뛰며 밀주(密酒)를 파는 술집에 간다.

 

그 집엔 오백년 넘은 은행나무 뿌리 밑에 커다란 구멍이,

마치 검은 눈처럼 나를 무섭게 쳐다보곤 하였다.

그 구멍 안에 제법 큰 술항아리가 앉혀져 있었다.

 

주인아주머니는 축축한 기운이 서리운 그곳에서,

술항아리 뚜껑을 열고서는 휘저어 몇 국자 떠서, 주전자를 가득 채워주었다.

거기 큰 은행나무 밑에 서있으면, 한 여름에도 한기가 느껴지며,

막 푸른 동자라도 뛰어나올 것 같아,

어쩐지 무서워 몸에 소름이 돋았다.

 

지금 생각하여 보면,

필경 은행나무는 신목(神木)인 게라,

게서 영검스런 음기(陰氣)가 뿜어져 나왔으리라.

 

지금이라면,

마주하며 깊은 대화를 나누었으리라.

그리 못한 것이 너무 아쉽다.

 

술 주전자를 가지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

심심하고, 힘도 들어 중간에 몇 차 쉬며,

주전자 주둥이에 참새 같은 내 주둥이를 대고 몇 모금씩 빨아 재끼게 된다.

 

이내 얼굴은 복사 빛으로 물들고,

집에 돌아오면 축이 난 술이 걱정이 되어,

슬쩍 수도꼭지를 틀어 몰래 물을 채워넣었다.

 

이것 맨 정신에 마시면 물탄 술인지 아닌지 당장 알아차릴 수 있다.

하지만 이미 몇 순 배 돌리고 돌은 어른들은,

이게 술인지, 물인지 미처 알아차리지 못한다.

 

오늘 청와대의 ‘암호화폐 규제’ 관련 국민청원에 대한 공식 답변을 접했다.

  ☞ 靑, '암호화폐' 청원 답변.."거래 불법 막고, 블록체인 육성“

그것을 대하니,

술 한 잔 먹지 않은 내가 듣기에도,

이것은 뭐 문(의 소리)인지 물인지 모르겠다.

 

도대체, 술인지 물인지 분간 못하는 어른들이야,

술에 취해서 그러했다 하지만,

정신 멀쩡한 시민들이,

저 말이 문인지 물인지 어찌 몰라야 되는가?

 

박상기, 김동연 이런 관리들은,

은행나무 밑 주모에게 배워야 한다.

우리 동네 그 주모는,

도대체가 그 얼마나 진하디 진한 술을 손수 빚어내어,

정직하게 팔았는가를.

 

기억하지 않는가?

바로 엊그제, 

김동연 부총리라는 이는,

자고 일어나면 말이 달라졌다.

 

거래소 폐쇄한다는 말에 동조를 한 양 싶으다가는,

슬쩍 발을 빼면서, 검토한다는 식으로 물 타기를 하였다.

암호화폐와 블록체인 기술도 나누기 하다가,

다시 합치며 아니 그리한 척 연신 의뭉을 떨었다.

 

저들은 시민을 상대로,

실험 놀음질을 하고 있는 것이다.

 

공부도, 연구도 하지 않고, 바른 정책을 마련하지도 않는다.

저들은 외국 핑계되며 미루고 폼만 잡으며 거드름만 피우며 하루 하루를 지울 뿐이다.

백성을 상대로 그물질을 하고 있는 옛 위정자처럼,

마음껏 농단하며 즐기고 있다고 할 수밖에.

 

은행나무에 푸르고 붉은 헝겊 달아 놓고,

축수(祝手)라도 하면 내 원을 풀 수 있을까?

내 기도가 통하여,

청의(靑衣) 입은 은행나무 동자가 나타나,

저들에게 혼찌검을 내길 빈다. 

 

이젠, 그만, 

그래, 생의 마지막이라도 좋겠다.

은행나무 밑둥에서 절로 익어가던,

저 기억 속의 진한 밀주 한 잔을 마시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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