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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 투자와 장비(도구) 투자

decentralization : 2018. 3. 23. 09:00


심리 투자와 장비(도구) 투자


예전 규모만 조금 갖출 정도면 대개 한옥 집엔 기둥 마다 글귀가 새겨진 판이 걸려 있었다.

이게 요즘엔 절집에서나 가끔 볼 수 있을런가?

거지반 사라지고 없다.

이를 주련(柱聯) 또는 영련(楹聯)이라 하는데,

거기엔 그럴싸한 말씀이 싸한 기운을 뿜어내며,

닫힌 공간을 시나브로 축이곤 하였다.


(src : 灼 見 名 家 傳)


고등학교 시절이 떠오른다.

어떤 녀석들은 시험 잘못 보았다고,

배코치고 마음을 다시 다잡기도 하고,

어떤 녀석들은 책상머리에 정신일도하사불성(精神一到何事不成)이라느니,

삼당오락(三當四落)이란 글귀 따위를 붙여 두고는 흐트러지는 마음을 다잡곤 하였다.

이것 다 주련과 매한가지 기능 요소를 갖는다.


나 같은 이는 책에다 밑줄 하나 긋는 것도 꺼리는 성정이라,

이런 어마무시한 다짐을 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나이 들어가며 총기도 흐려지고,

뒤돌아서면 바로 잊기를 반복하니,

어쩌다 중요한 것은 도리 없이 메모장 신세도 지곤 한다.

서럽게도, 나이를 먹어가는 일은 때로 이리 구차스러워지기도 하는 것이다.


글을 잇기 전에,

우선 마융(馬融)의 글귀를 주련인 양,

앞가슴에 패찰로 걸어두고 시작하기로 한다.


怯者無功 貪者見亡


“겁을 내면 공이 없고,

욕심을 내면 망하고 만다.”


마융(79~166)은 동한(東漢) 시대 중국 고대 고기경(古棋經)의 하나인 위기부(圍棋賦)를 지은 이다.

우집(虞集)이 지은 현현기경(玄玄棋經)은 비교적 널리 알려졌지만,

위기부는 그리 세간에 많이 알려지지는 않았다.

나는 怯者無功 貪者見亡 이 천하의 절창인 글귀를 만나고는,

그 내력을 쫓아가다 그가 지은 圍棋賦를 만났다.


그는 유명한 동한(東漢) 때의 복파장군(伏波將軍) 마원(馬援)의 종손인데,

고금 경서에 두루 통달하여 세상에선 통유(通儒)라 불리었다.


이제, 그의 글귀를 조금 음미하련다.


略觀圍棋兮法於用兵,三尺之局兮為戰鬥場。陳象士卒兮兩敵相當,


“대략 보건대, 바둑이란 용병하는 법과 같다.

세 자 바둑판은 싸움터와 같다.

코끼리, 병사들의 진은 양쪽 적진과 같구나.”


코인판 역시 전투장이 아닌가?

흑백으로 나눠 싸우듯, 매수, 매도 측 간 힘겨루기가 이뤄지고,

게서 소위 세력과 좁쌀뱅이들 간에 싸움박질이 일어난다.


拙者無功兮弱者先亡。自有中和兮請說其方,先據四道兮保角依旁。


“졸렬한 자는 공이 없고, 약한 자는 먼저 망한다.

 자신을 안정시키고, 상대는 기책으로 꾈 노릇이라,

 먼저 사방이 통하게 하고, 귀를 지키고, 변에 의지할지니.”


守規不固兮為所唐突,深入貪地兮殺亡士卒,狂攘相救兮先後並沒。


“법도를 지키지 않고 당돌하게 뛰어들다니,

적군의 땅을 탐내어 깊이 들어가면, 병사들을 다 죽이게 된다.

미친 듯 어지럽게 구하느라 분주하지만,

모두 멸망하고 마누나.”


위 두 글귀를 축약한 것이,

바로 怯者無功 貪者見亡이다.


“겁을 내면 공이 없고,

욕심을 내면 망하고 만다.”


이것 만고의 진리가 아닌가 싶다.

하여 이 글귀를 처음 접하고 나는 큰 감명을 받았다.


내가 한 때 사숙(私淑)했던 Granville 역시, 

“주식시장을 지배하는 두 가지 감정의 원리는 탐욕과 공포( Greed and Fear )이다.” 

이리 말했다.


J.템플톤卿은 또한 이리 말했다.

“활황 장세는 비관에서 태어나, 의심에서 성장하여, 낙관에서 무르익어, 행복감에 묻혀 있을 때 사라진다.”


허니, 사람 사는 세상에서 벌어지는,

시장판은 바로 이 두 가지 감정의 교호작용에 따라 부침이 일어난다.


헌데, 불행하게도,

이 두 가지 감정을 완벽하니 통어(統御)했다는 이를 발견하는 것은 쉽지 않다.


그러니 나는 앞 글 ‘신은 죽었다’에서,

이를 뛰어넘는 방책을 가져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코인 값이 저점에 다다르지만,

이때에 이르러서는 겁이 나서 막상 시장 진입을 하지 못하고 머뭇거리고 만다.

그러다 오르기 시작하면, 옛일을 아쉬워하다 멈칫멈칫 거리다 기어이 때를 놓치고 만다.

怯者無功

하지만, 시세창이 벌겋게 달아오르고,

시세가 미친 듯 날뛰면,

덩달아 흥분하여 뒤늦게 편승하게 된다.

貪者見亡


북망산에 묏자리처럼,

수많은 사람이 돈 벌겠다고,

시장판을 기웃 거리지만,

이 두 가지 감정이 그려내는 쌍곡선에 휘둘리지 않은 이를 만나기는 쉽지 않다.


모두 제 감정에 매몰되었기 때문이다.

이를 극복하지 않으면,

저 북망산에 버려진 무명의 묏자리 주인이 되는 것은 아주 쉬운 일이다.


그러니, 아무리 생각하여도 자신이 이런 정도의 인물이라면,

차라리 제 감정을 믿지 말아야 한다.

겁이 나면 쳐들어갈 궁리를 틀 것이며,

욕심이 용암처럼 솟아오르면 철수 준비를 해야 할 노릇이다.

순이 하고 풀 반지 만들어 끼고 순정을 나누며 미래를 약속하듯,

그리 백번이고 다짐할 일이다.


이것 말은 쉬우나,

범인들은 아무리 골백번을 듣고 배워도, 실행은 어렵다.


그런즉 나는 앞에서,

시장판은 심리가 결정하는 것이 아니라,

차라리 이를 극복하는 방책에 의지하여야 한다고 주장한 것이다.


제 심리조차 자신이 스스로 통어할 수 없다면 심히 부끄럽고도 불행한 일이다.

하지만, 북망산에 나자빠진 그 수많은 묏자리처럼,

이를 제대로 이겨낸 사람은 극소수이다.


내가 이제 하나의 가상 모델을 여기 제시하고자 한다.


⓵ 주가가 많이 떨어져 저점 근방에 이르렀다 하자.

이 지점에서의 상승 확률은 0.7, 하락 확률은 0.3이라 가정한다.


⓶ 다음 죽 올라 중간 지점에 올라갔을 때

이 지점에서의 상승 확률은 0.5, 하락 확률은 0.5이라 가정한다.


⓷ 다시 더 올라 고점 근방에 도달하였을 때,

이 지점에서의 상승 확률은 0.3, 하락 확률은 0.7이라 가정한다.


하지만, 

⓵에서의 심리지수의 내용은 겁이 0.7, 욕심이 0.3

⓶에서의 심리지수의 내용은 겁이 0.5, 욕심이 0.5

⓷에서의 심리지수의 내용은 겁이 0.3, 욕심이 0.7


실제 시장의 기대 수익률은, 심리 내용을 따르지 않고,

냉정한 시장 자체의 수익률로 수렴한다.


이제 ⓵ 국면에서 ⓶ 국면으로 넘어갈 때,

상승시는 10%, 하락시는 –10% 시장가 변동이 생긴다고 가정하고.

국면 변환 후의 수익률 기댓값을 계산해 보자.


시장의 기댓값을 계산하면,

  1.1*0.7 + 0.9*0.3 = 1.04가 되고,

심리적 내용을 기초로 한 매매전략을 취하였을 때의 기댓값을 계산하면,

  1.1*0.3 + 0.9*0.7 = 0.96이 된다.


아주 거칠은 모델이지만,

이 모델을 통해 심리상태를 잘 통어하고,

시장 흐름을 제대로 따르면, 양의 투자 수익률을 낼 수 있으리란 기대를 해볼 수 있다.


그런데 문제는 과연 그렇다고 한다 하여도,

정작은 ⓵의 시점을 어떻게 찾아내는가 하는데 있다.

이제 그만 내리고 반등할 만하다고 여겼지만,

시세는 그 이하로 더 내려가는 경우가 좀 많은가?

내 마음의 바닥이 아니라,

시장의 진정한 바닥은 어디에 있는가?


그렇다.

사람 마음, 감정에 의지하는 한 도대체가 객관적 시장 측정이 어렵다.

그런즉, 객관적 측정 장비를 채비하여야 한다.


내가 있는 농장에 수도가 있는데,

겨울철엔 이게 얼어붙어 문제가 되곤 한다.

어는 것은 괜찮은데, 파이프 연결 부위가 터져나가는데, 그 어려움이 있다.

이를 해결하려고 적지 않은 시행착오를 거쳤는데, 

올해에 드디어 완벽한 해법을 찾아내었다.


기온이 영하로 떨어지는 날,

파이프 물을 빼두는 것이다.

동결심도 이하의 지하에 있는 파이프는 얼지 않는다.

하지만 그 이상에 깔린 파이프는 영하의 기온에 이르면 얼어 터지는 수가 많다.

하여 동결심도 이상으로 설치되기 시작하는 지점,

그 바로 직전에 바이패스 밸브를 설치하여,

사용하지 않을 때는 파이프 안에 있는 물을 다 빼두는 채비를 하였다.

이 장치를 하고 나서부터는 결코 파이프가 터지는 일이 일어나지 않았다. 


코인을 사기 전에도 바로 이런 측정 장비내지는 동결 방지 장치를 해둘 일이다.

자신의 심리 상태를 믿지 말고, 측정 장비에 의지하여 매매 진입 여부를 가늠하는 것이다. 

몸이 으슬으슬 춥다고, 마음이 썰렁하다고 결코 기온이 영도가 되는 것이 아니다.

오직 온도계가 0을 가리켜야 0도인 것이다.

그 측정 장비가 무엇인가에 대하여는 각자 나름대로 적합한 것을 찾아낼 일이다.

가령 적당한 기술적 지표를 찾아낸다든가,

자고 일어나 처음 문지방을 넘을 때, 오른발이 앞서면 매입, 아니면 매도로 정한다든가,

아니면 미아리에 가서 고명한 족집게 점쟁이를 섭외하는 등,

각자는 모두 자신만의 재주를 부릴 일이다.


나의 경우엔 기술적 지표 하나와 봉도표가 이 역할을 한다. 

이 지표를 찾아내기 위하여 폭넓은 조사와 깊은 연구를 하였는데,

최종적으로는 누구나 다 아는 아주 간단한 지표를 찾아내었다.

계산법이 복잡하고, 정교하다고, 예측률이 좋은 것이 아니다.

  (가령 1980년대 한 때 유행하던 Box & Jenkins의 ARIMA 모형은,

  거금을 주고 당시 모 금융기관에서 구입을 하였지만, 

  오래지 않아 시장에서 퇴출되고 말았다.)

다만 그 해석법은 이제까지와는 좀 다른데,

나는 이 해석법을 통계학과, 파동학(Wave)을 통해 정립하였다.


그리고도 또 문제가 더 남아 있다.

시장 예측이란 실로 어려운 일이다.

아무리 철저하게 연구하고,

적중률이 높은 장비를 가지고 있다한들,

때로는 예측이 틀릴 경우가 있다.

이것은 어찌 보면 자연스러운 일이다.


문제는 이를 어떻게 관리하느냐가 더 중요한 투자 성패의 관건이 된다.

앞에서 다룬 bracket도 이 관리법 중에 하나인데,


나는 이외에도 몇 가지 방책을 세워두었다.

이에 대하여는 주제를 달리하는 즉 차후에 다루도록 하겠다.


오늘 글의 결론은 다음과 같다.


자신의 심리 상태를 통제할 수 있어야 한다.

이게 어려운 사람은 시장발(市場發) 매매신호 측정 장치를 채비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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