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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명정분(正名定分)

농사 : 2018. 7. 20. 10:54


내가 어느 날, 한 블로그를 방문하였다.


블로그 주인이 친분이 있는지, 혹은 호감을 가진 이인지, 그를 소개하고 있다.

블로거 자신은 유기농으로 농사를 지으며 자급자족하는 생활을 하지만,

소개를 통해 알리고자 하는 곳은 블루베리 농장으로 제법 알뜰히 아끼는가 싶다.


소개 내용인즉 그이가 자연재배를 하고 있다는 것이다.

아낌없는 찬사를 늘어놓는다.


나는 지금 그 농장의 재배법을 시비 걸고자 하는 것이 아니다.

다만, 저것은 자연재배가 아니라 말하고 싶을 따름이다.

농법 선택은 개별 농부의 전권(專權) 사항인즉,

국외자가 가타부타 말 할 일이 아니다.


관행농을 하든, 유기농 또는 자연재배를 하든,

이는 농부가 선택할 일이다.

그 어느 것을 택한다고 시비를 걸고 싶지는 않다.

다만, 그 이름을 함부로 차용해서는 아니 된다.

이 말을 하고자 하는 것이다.


가령 유기농 합네 하면서,

뒷구멍으로 화학농약을 친다든가,

화학 비료를 넣는다면 이는 마땅히 그 이름을 더럽힌 책임을 면키 어렵다.


자연재배를 한다고 하면서,

방조망(防鳥網)을 치고, 방초포(防草布)를 씌우고 재배한다면,

이를 두고 결코 바른 자연재배라 할 수 없다.


그것은 농부의 선택에 달린 것이고,

그로 인해 원하는 효과를 얻는다면, 

이 또한 그 농부가 거둘 일이다.

한편 잃는게 있다면, 

이 역시 그가 감당할 일이다.


하지만, 저 짓은 결코 자연재배란 이름을 걸고 할 일이 아니다.

자연재배는 그 뜻이 소박하다.

결코 크고, 거창하지 않다.

다만 자연을 배우고, 본받으며, 이를 따르고자 할 뿐이다.

道法自然

(※ 참고 글 : ☞ 도법자연(道法自然))


때론 고생스럽고, 소출이 적게 나올 수도 있다.

하지만, 그렇다한들, 사술을 쓰거나, 욕심을 따로 내지 않는다.  


나는 안다.

도법자연하고서,

블루베리 농사를 지으면,

병충해가 따르지 않는다.


자연재배한다고 턱하니 간판 걸고 농사를 짓지만,

방조망 씌우고, 방초포 덮는 곳 치고,

병충해가 따르지 않는 농장을 본 적이 없다.


실제 저이가 소개한 농장에는 갈색매미충이 창궐하고 있다.

참으로 우스운 일이 아닌가?

자연재배한다고 잔뜩 생색을 내고서는,

반 자연재배 방법인 방조망을 씌우고,

그로 인해 갈색매미충 해를 자초한 것을 저이는 아는가?


내가 새와 블루베리에 대하여는 제법 연구를 한 폭이다.

이에 대하여는 여러 글을 썼는데,

우선 다음 글을 참고로 제시한다.


☞ 참새를 마냥 미워하지 마라

☞ 블루베리와 방조

☞ 자연농법 유감(遺憾) 8(방조(防鳥) - 방조망(防鳥網) ⅱ) 

  

정명정분(正名定分) 


본디 말이 바르지 못하면, 분수를 지킬 수 없다. 

결코 사소한 문제가 아니다. 

이제 순자의 정명론을 소개해 본다. 


순자(荀子) 정명편(正名篇) 


고로 왕자는 이름을 지으니, 이름이 정해지면 바르게 분별이 되고, 도가 행해져 뜻이 통한다. 그런즉 백성을 하나로 신중히 통솔할 수 있게 된다. 그런고로 말을 분석하여 제 마음대로 설명을 만들어 이름을 혼란시키고, 사람들을 의혹하게 하고 쟁송을 일으키는 것을 대간이라 하는 것이니, 이것은 부절이나 도량형을 속이는 죄와 같다. 

그러므로 백성들이 기괴한 말에 따라 바른 이름을 혼란시키지 아니하므로 성실하고, 성실하므로 부리기가 쉽고, 부리기 쉬우면 공업을 이룰 것이다. 그 백성들이 기괴한 말로 이름을 혼란시키지 아니하므로 오직 법을 따르고 영을 좇을 것이니, 그러면 치적은 오래 지속될 것이다. 치적의 영속과 공업의 완성은 다스림의 궁극이요, 이것이 이름을 하나의 약속으로 지킨 공이다. 이제 성왕이 없고, 이름 지킴을 태만히 하고, 기괴한 말로 이름과 실의 일치가 어지럽고, 옳고 그름의 구별이 분명하지 못하여 법률을 다루는 관리나 경서를 외는 유자조차 모두 혼란 중에 있으니... 


... 

故王者之制名,名定而實辨,道行而志通,則慎率民而一焉。 

故析辭擅作名以亂正名,使民疑惑,人多辨訟,則謂之大奸,其罪猶為符節度量之罪也。 

故其民莫敢托為奇辭以亂正名,故其民愨。愨則易使,易使則公。 

其民莫敢托為奇辭以亂正名,故壹於道法而謹於循令矣,如是則其跡長矣。 

跡長功成,治之極也,是謹於守名約之功也。 

今聖王沒,名守慢,奇辭起,名實亂,是非之形不明,則雖守法之吏,誦數之儒,亦皆亂也。 


일견 순자가 정명을 통한 치자의 도리를 말하고 있는 것 같지만, 

그 숨은 뜻은, 

말의 혼란은 말 자체의 혼란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백성을 미혹시키며, 옳고 그름의 시비조차 그르치며, 

사회통합을 저해한다고 갈파하고 있는 것이다. 


가령 말이다. 

소위 광우병이라는 것을 두고 생각해보자. 


과연 소가 미친 것인가? 

소를 미쳤다고 이름하여도 좋은가? 

설혹 미쳤다한들, 저 홀로 미친 것인가? 

소를 미치도록 한 자는 따로 있는 것이 아닌가 말이다... 


그렇다. 


광우병은 소해면상뇌증(BSE)라 불러야 마땅하다. 


광우병은 소 스스로 잘못된 것이 아니라, 

실로 인간의 탐욕 때문에, 

초식 동물에게 동물성 단백질을 공급하였기에 생긴 것이다. 


실인즉, 미친 것은 소가 아니라, 

사람이 미친 것이라 하여야 할 것이다. 

책임은 소에게 있지 않고 사람에게 있다.


광우병이라고 지칭하는 순간, 

인간의 잘못은 은폐되고, 

되레 소의 잘못으로 치부되고 마는, 

교묘한 언어의 교활한 농단이 벌어지게 된다. 


헌즉, 

말이 바르지 않으면, 

세상 사람을 속이게 되고, 

천하에 난이 일어나게 되는 것이다. 


결코 사소한 일이라 치부할 일이 아니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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