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된장 농민

농사 : 2018. 8. 10. 15:24


나는 농민이다.

도시에 있을 때, 농민들 편에 서고, 그들을 응원했다.

이제 시골에서 농민이 되었지만, 

여전히 그들의 애환을 아파하고, 사회적 불평등한 현실을 안타까워한다.

하지만, 농민 이들 자체에 대하여는 애정이 많이 식었다.


당연, 모든 농민이 그렇지 않겠지만,

이곳의 농민들이 아름다운 기억을 내게 남긴 적이 거의 없다.

남의 물건 가져다 쓰고 돌려주지 않거나,

이웃 밭에 폐를 끼치고는 나 몰라 모른 척하는 몰염치,

밭에다 멀칭 비닐 거두지 않고 그냥 태우거나,

농약병 되는대로 마구 버리는 패악질 ...

무엇보다도,

농토를 마구 더럽히고도 아무런 자의식을 일으키지 못하고 있는 저들.

나는 저들이 밉다.


대개, 무지스런 이들이 많다.

하지만, 무지스러운 것은 그렇다하여도,

사람 마음보까지 흉한 것은 차원이 다른 문제이다.

무지스럽다 하여 흉측스러울 까닭은 없지 않은가?

하지만, 이젠 이런 분리의식이 잘못 아닌가 가만히 의심해본다.


이어질 나의 이야기에 혹, 오해가 있을까 저어하여, 

이런 나의 태도를 전제 하며,

오늘 접한 뉴스 하나를 꺼내 들고 한 생각 일으켜 본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개호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에게 폭염 때문에 농가 피해가 심각하다며 추석을 앞두고 제사상 물가에 비상이 걸리지 않도록 모든 역량을 모아 달라고 당부했습니다.


문 대통령은 오늘 청와대에서 이개호 장관에게 임명장을 수여한 뒤 폭염과 가뭄으로 일반 농가, 축산 농가, 과수 농가의 피해가 심각하고 이로 인한 수급 이상이 물가 상승으로 이어지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습니다.


(출처 : ytn)


이 뉴스 보면, 얼핏 별반 문제가 없어 보인다.

특히 도시민이라면, 더욱 더 그리 느낄 것이다.


농가 피해가 있다면, 농산물 가격이 오르는 것은 당연한 경제 현상이다.

그런데 대통령이 농림장관에게 단박 물가 관리를 당부하고 있다.

물가 관리란 곧 물가가 오르는 것을 억제하겠다는 것이며,

이는 가뜩이나 기진맥진하고 있는 농민들의 피해로 돌아갈 것이다.

이것은 하려면, 경제 장관에게 당부하여야 할 일 아닌가?

도대체 농림장관이 왜 도시민을 먼저 걱정하여야 하는가?

의당 저이의 소임이라면, 농민들 피해를 염려하는 것이 순서가 아닌가?


농민 피해가 있고, 농림장관이 있다면,

마땅히, 대통령은 장관에게 농민 피해가 클 터인데,

이들을 보살필 도리를 강구하길 바란다.

이리 주문하는 것이 옳은 태도가 아닌가?


농림장관 임명장 주는 자리에서,

바로 도시민 물가를 걱정하라고 주문하는 대통령.

그리고 여기에 아무런 문제의식을 일으키지 않는 사람들.

농민은 철저히 버려진 존재인 것이다.

게다가 농민 자체도 여기 반발하지 못하고,

그저 찌그러져 있고 말 뿐, 아무런 저항을 조직화내지 못하고 있다.

농림장관이 농민을 위하겠다는 의식을 조금이라도 가졌다면,

제사상 물가 걱정하는 대통령에 맞장구를 칠 일이 아니라,

농민들을 위해 무슨 일을 할 것인가 고민하고, 각오를 밝혔어야 할 것이다.


아마도, 정부는 농산물 물가가 오르면, 비축물을 풀고,

이도 부치면 수입하여 농산물 가격을 떨어뜨리는데 부심할 것이다.

농민은 가뭄, 홍수, 폭염이 들면 드는 대로 피해를 입고,

이로 인해 농산물 가격이 오르면, 

정부란 외부 세력들에 의해, 

그나마 물가 등귀로 얻을 보상을 강제로 차단당하고 만다.

본원적 1차 피해에 이어, 반경제적인 2차 피해를 고스란히 정책 당국에게 당하고 만다.


하지만, 이런 대우를 받아도,

농민들은 여전히 이런 위정자들에게 표를 던지고 말 것이다.

정치의식이 전혀 형성되지 못하고, 아니 아예 부재한 농민들이란,

얼마나 안타까운가?

시대의 천덕꾸러기로 전락하고 만 슬픈 존재들인 농민들.

어찌 보면 그리 당해도 싸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자신의 이해를, 정당하니 평가하지 않는 정치인들에게,

이를 넘어 제 이익을 해치는 정치 세력들에게 저항하지 못하는 무리들.

그렇다면, 세상에 그 누가 있어 그들을 위해 싸워 줄 것인가?


농림장관은 도시민 물가를 걱정할 일이 아니라,

농민들의 이해와 복지를 위해 헌신하여야 할 것이다.

대통령 역시 농림장관에게 이를 주문할 일이 아니다.

농림장관의 소임을 저버리게 이끄는 이런 물음은,

정 걱정이 되면, 나중에 경제 장관을 불러 다시 이를 일이다.


그렇다한들, 내가 물가 관리가 필요없다고 주장하고 있는 것이 아니다.

피해에 대한 적절한 평가와, 보상이 부재하다면,

그 어떠한 아름다운 이름을 빌린 물가 관리도,

때론 폭력으로 작동할 수 있다는 사실을 지적하고 싶었을 뿐이다.

특히 대통령에게.


위정자들은, 농민들이라 하여 모두 핫바지 저고리가 아님을 알아야 할 것이다.


ps 1)

나는 결코, 바라지도 않지만,

하려면, 농민 피해 도와주는 것이 먼저고,

이로써 물가 안정을 도모하는 것이 순서다.

이게 거꾸로 되면 농림장관 필요없다.


ps 2)

실화다.

어느 집에 할머니가 돌아가셨다.

그러자, 어린 손자 녀석이 이리 어미에게 말했다 한다.


'엄마 이제 우리 집에 된장 누가 해줘?'


그러니까 그 동안 철마다 할머니가 된장을 쑤어다 주었는데,

이제 이것 어떻게 되느냐 하는 것이다.

손자 녀석은 평소의 제 어미 말로도 한참 덜 떨어졌긴 하다.

하지만, 제 할머니가 돌아가셨는데,

왜 하필 된장 걱정을 하고 있는가 말이다.

마치 문재인처럼, 농민이 피해를 입었는데,

이 때에 이르러, 도시민 물가를 먼저 걱정하고 있는가 말이다.

할머니는 이미 세상 사람이 아니듯,

농민은 이미 세상이 저버린 천민이란 말인가?


젠장!

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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