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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기후보(日氣後報)

농사 : 2018. 8. 16. 11:27


일기후보(日氣後報)


무릇 예보(豫報)란 앞서 알리는(보고하는) 일이다.

일기예보(日氣豫報) 역시 일기에 대하여 앞서 예측하고, 

기상 수요 대상들에게 알리는 일이다.

물론 오늘에 앞서 미래를 추단하고, 알리는 일이 매양 맞을 수 없다.


헌데, 일기예보를 늘 가까이 하는 내 입장에선,

이게 과연 예보라 불러도 되는가 하는 깊은 의심을 품지 않을 수 없다.

농사엔 풍속(風速), 강설(降雪), 강우(降雨)가 상당히 중요하기 때문에,

하루에도 몇 차례로 기상청 일기예보를 점검하게 된다.

도시민들과 비교할 수도 없게 농민들은 기상 변화에 민감하다.

따라서 기상 예보 수요가 그들과는 비교할 수 없게 높다.


헌데 기상청 예보라는 것이 틀려도 너무 틀린다.

어제만 하여도 우리 지역에 12 시경 비가 올 확률 60%란 예보가 발표되었는데,

비 한 방울도 오지 않았다.

그러나 이 시각이 지나자 언제 그랬느냐는 듯, 

저들은 예보 판에서 바로 지워버리고 시침을 떼었다.

헌데 앞서 10~20%라고 발표하였던 차후의 시각 대를 연신 지나자,

느닷없이 비가 내리기 시작하였다.


기실, 이런 엉터리 예보는 어제만 그랬던 것이 아니다.

최근 며칠 새만 봐도 강우 예보가 어긋난 것이 칠중육(七中六)이오,

단 한 차례만 맞추었을 뿐이다.

이게 최근래 만의 일이냐?

그렇지도 않다.

내가 일 년 열두 달 일기예보를 들여다보지만,

저들의 예측력은 차라리 내가 구름 보고 비올 것을 예측하는 것만도 못할 지경이다.

하다 못해, 고장난 시계도 하루에 두 번은 맞지 않는가 말이다.


예보 틀릴 수 있다.

하지만, 단 한 시간, 삼십 분 후도 맞추지 못한다면,

이를 어찌 예보라 할 수 있겠는가?

나는 그래서 기상청 일기예보를 일기예보라 이르지 않고,

일기후보(日氣後報)라 부른다.

혹자는 일기중계(日氣中繼)라 부르는 이도 있다.

마치 실황 중계하듯 벌어지는 일을 뒤쫓아 발표하기에 급급한 짓을 비웃는 말이다.


언젠가는 슈퍼컴퓨터가 없어 잘 못 맞추고 있다 하여,

이것 사주지 않았던가?

이것 벌써 사뭇 오래전 일이다.


일기예보는 기술(技術, art, technique)이 아니라 과학(科學, science)에 기초하고 있다.

그리하기에 기후학(climatology)이란 학문 분야가 있지 않은가?

그런데, 우리나라 기상청은 본말이 뒤집혀, 과도히 기술에만 의지하고 있지 않은가 싶다.

과학적 근본 지식을 확충하고, 사물의 근원에 대한 이해를 깊게 하는데,

힘을 쏟아야 한다.

그러지 않고 그저 단순히 데이터를 이리저리 교합하여,

미래를 추단하는 기술적 잔재주만 부리는데 열중하니까, 

오늘의 엉터리 예보가 일상이 된 것이 아닌가 싶다.

이것 대단히 안일한 일이다.

불행한 사태다.


또한 예보에 대한 평가 시스템이 부재한 것도,

이런 일을 반복하게 된 원인이 되었다고 생각한다.

내부적으로 이런 평가, 보상 시스템이 있는지 모르겠지만,

실질 수요자인 외부인이 참여하는 평가 시스템을 마련하여야 한다.


功當其事,事當其言則賞;功不當其事,事不當其言則誅。明君之道,臣不得陳言而不當。

(韓非子)


‘성과가 그 일(소임)에 맞고, 그 말(진술)이 그 일에 맞으면 상을 주고,

성과가 그 일에 맞지 않고, 그 말이 그 일에 맞지 않으면, 벌을 준다.

현명한 군주는 신하로 하여금 진술케 하고,

그 말이 실제 성과와 맞지 않을 수 없게 하는 것이다.’


이것 위정자, 책임자는 몇 번이고 반복하여 읽고, 외우고,

이를 실제 현장에서 적용할 일이다.

그러니까 기상청 같으면,

예보관으로 하여금 진술(예보)하게 하고,

그게 실제와 맞으면 상을 주고,

아니 그러하면 책임을 물어야 한다.

이런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게 되면,

청장은 그저 놀면서도, 조직을 바로 굴러가게 할 수 있는 것이다.


아마, 상벌 보상 체계가 완비되면,

직원들 가운데, 재주가 떨어지는 이일지라도,

미아리 점집이라도 섭렵하고서라도,

예보 적중율을 높이려 영일(寧日)없이 노력할 것이다.


내 감히 생각하노라,

기상학을 하나도 배우지 않았다 하여도,

한비자를 저기 기상청장으로 앉히면,

아마도 수개월이 지나지 않아 예보 적중률이 높아질 것이리라.


매번 기상청 예보가 틀리는 것은,

제대로 된 평가 시스템이 부재하고,

성과에 대한 상벌의 보상이 따르지 않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그렇지 않다면 어이하여, 저리 징그럽게도 예측이 틀리는가 하는 것이다.


어제 일기 예보를 믿고 오래간만에 밭에 물을 주려다 참았다.

헌데, 기약된 비가 오지 않아 적지 아니 차질이 생겼다.

다행이 오후 늦게 비가 와서 종일 마음을 번복하며,

저들 엉터리 기상청을 따라다니던 시달림을 덜게 되었다.


내가 만일 기상청에 점수를 준다면,

10%를 주기도 아깝다.

누군가는 기상 상태를 어쨌건 기록하는 일을 하여야 하는데,

그나마 이런 일을 할 수 있는 조직은 있어야 되지 않겠는가?

하여, 이 일을 하는 수고 댓가로 10%를 할애하려 함인데,

사정을 바로 아는 이라면, 감히 어느 누가 있어 이를 두고 인색하다 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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