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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국

농사 : 2018. 10. 27. 21:49


산국


이하는 농장 앞뜰에 핀 들국화의 이름을 찾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

일주일 전, 꽃봉오리 상태일 때 조금 따다가 차를 만들어 먹어보았다.

별로 자극이 없다.

아직 맛이 충분히 들지 않았는지,

아니면 꽃을 더 넣어야 하는지 모르겠다.

꽃이 더 크면 본격적으로 차를 만들어 볼 요량이었는데,

이젠 제법 꽃이 피워올랐다.


우선 구절초에 대하여 조사를 해보았다.


구절초를 한자어로는 九節草 또는 九折草라 한다.

節은 마디 절, 折은 꺾일 절.

마디가 아홉이라든가, 꺾이길 아홉이라 이르는 것이라니,

여긴 필시 무슨 곡절이 있을 터.

허나, 九란 말에 구속될 일은 아니다.


양장구곡(羊腸九曲)이라 할 때,

이게 글자 그대로, 양의 창자가 아홉 번 구부려져 있다고 새길 일인가?

양의 그 긴 창자가 여러 번 꼬불꼬불 꺾여 있다는 의미일 뿐,

결코 아홉 번 그리 되었다는 말은 아니다.

허니, 여기 九는 ‘많이’란 부사어로 이해하면 된다.

九는 수(數)의 극한을 대변한다.

그러니 여기서 九曲은 만만곡곡(彎彎曲曲)이란 말을 대신한다.

대개 길, 산길이 그리 구불구불하다는 뜻으로 많이 쓰이나,

길에만 한정하지 않고 다른 사물은 물론, 상황에도 두루 쓰일 수 있다.

九曲은 그래 때론 九節, 九折로 바뀌어 쓰여지기도 한다.


물론 九節草에서 九節 즉 아홉 마디로 되어 있는 풀을 의미할 수도 있다.

이리 쓰였을 가능성도 열어 두는 것을 게을리 할 이유는 없다.


기실, 아홉 마디에 이를 때 채취하면, 

약효가 제일 좋다라는 뜻으로, 구절초란 이름이 유래했다는 문서도 있다.

특히 그 때가 9월 9일 즉 중양절이라며,

九라는 수에 특히 집착이랄까, 집중하는 경우도 보긴 보았다.

만약 이를 좇는다면, 九折보다는 九節이 적합한 말이 될 것이다.

아홉 마디, 또는 중양절, 九九節과 맥이 닿는다.

또한 중양절은 菊花節이라는 이칭(異稱)도 있으니,

서로 잘 부합된다 하겠다.


여담이지만, 

3월3일은 삼짇날(三辰日)이라 하여, 제비가 강남에서 돌아오는 날이고,

9월9일은 제비가 강남으로 돌아가는 날로도 알려져 있다.

소싯적에는 이런 이야기를 곧잘 하였는데,

지금은 제비가 보기 힘들어지자,

이런 말도 잊혀진 것이 아닌가 싶다.

여기 시골엔 10여 년 전만 하여도,

어쩌다 제비가 보이기도 하였다.

하지만, 근래엔 한 번도 본 적이 없다. 


내가 九折이란 말을 두고, 구절초를 아무리 관찰하여도,

결코 줄기가 여러 번 꺾인 모습을 확인할 수는 없었다.

그렇다면 뿌리가 그러한가?

이는 내가 아직 알아보지는 않았다.


농장 앞뜰에 자라고 있는 국화는 과연 구절초인가?

올해 들어 처음으로 가진 관심사였다.

헌데, 구절초는 줄기 하나에 꽃이 하나 핀다고 한다.

하지만, 우리 것은 줄기에 여러 꽃이 핀다.

그러니, 구절초는 아니다.


그렇다면 산국(山菊) 아니면 감국(甘菊)일 것이다.

듣건대, 감국 역시 줄기 하나에 꽃이 하나가 핀다고 한다.

혹은 산국에 비해 줄기에 꽃이 덜 달린다는 설도 있다.

이 부분은 설이 분분하여 헷갈릴 수 있다.

하지만, 그 구분을 그리 걱정할 일이 아니다.

산국은 다닥다닥 꽃이 많이 달려 있으나,

감국은 꽃이 달린 줄기 분화가 사뭇 덜 되고,

아무리 많아도 꽃이 2~3개 정도 달릴 뿐이다.

즉, 꽃이 산국처럼 많이 보이지 않는다는 차이점을 기억해둘 일이다.


산국과 감국 상대 비교


  

  산국

  감국 

  달린 꽃의 양

  多 

  小 

  꽃 크기

  小 

  大 

  잎 크기 

  大

  小 


농장 것은 상당히 많이 달려 있으므로,

산국일 확률이 높다.



게다가 산국은 감국에 비하여 사뭇 작고,

중부 이북 지방에 많이 분포한다.

우리 농장 것은 이에 부합되므로,

산국일 확률이 높다.


그런데, 인터넷에 돌아다니는 정보 중엔,

산국과 감국이 서로 바뀐 것도 더러 눈에 띈다.

게다가 이들에 대한 학명도 일정치 않아,

도대체 어느 것이 참인지 모르겠다.


하여, 이들 학명은 中国植物志를 참고하여,

기준으로 삼고자 한다.


甘菊

Dendranthema lavandulifolium (Fisch. ex Trautv.)

   

野菊

Dendranthema indicum (L.) Des Moul.

   

야국(野菊)은 지역에 따라,

瘧疾草, 苦薏, 路邊黃, 山菊花, 黃菊仔, 菊花腦 등으로 달리 불리기도 한다.

이게 산국에 해당된다.

이를 우리 농장에 자라고 있는 것으로 추정하기로 한다.


꽃은 물론 전초를 약으로 사용한다.

맛은 쓰고, 차다.

清熱解毒 祛風除濕

열을 없애고 독을 풀며, 풍을 없애고 습을 제거한다.

눈이 맑아지고 혈압을 낮춘다.

전염성 뇌척수막염의 예방 및 치료, 인플루엔자를 예방하고, 

감기, 고혈압, 간염, 이질에 효과가 있다.

바퀴벌레와 파리 구더기를 죽이는데도 유용하다.


산국은 생태 환경, 지리적 분포에 따라, 여러 형태를 보인다.

또한 산국과 감국은 교잡도 일어나고 있으므로,

엽형(葉形), 엽서(葉序), 꽃도 다양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감국에 비해 산국엔 약간의 독성이 있다는 설도 있으나,

그리 독하지 않으므로 걱정할 일은 아니다.

혹자는 차로 만들 때, 일차 끓여 우려내버리고 음용하기도 하는데,

내가 조금씩 시험해본 바로는 그냥 먹어도 별반 이상을 느끼지 못했다.



산국 향은 과히 일품이라,

함부로 따기 주저된다.

꽃 향 중에서 국화향은 정말 으뜸이다.

향이 짙어 강하다한들, 요란스럽지 않고,

온화(溫和), 자윤(滋潤)한 기운이 묵직하니 밀려온다.

심령(心靈)이 불안한 증세나 우울증을 물리치고, 쉬이 안정을 가져온다.

코에 향을 대면, 누가 시키지 않아도, 

이내 깊은 숨을 쉬며, 폐부 아니 의식 속 깊숙이 자신도 모르게 끌어들이게 된다.


문향하마(聞香下馬)란 말이 있다.

맛있는 음식 냄새에 이끌려, 

탐식객이 말에서 내리지 않을 수 없는 모습을 그리는 말이다.

음식 향은 코를 통해 음식을,

배로 유인하는 본능적유발기작(本能的誘發機作)의 전초(前哨)일 뿐이다.

허나, 국화 향은 폐란 감각 경계를 넘나들며, 급기야, 

영혼에 신묘한 닻을 내리게 되는 법이다.

문향(聞香)이라,

그런즉, 향기는 코로 맡는 것이 아니라,

영혼으로 듣는 것이리라.


여기에 청신(淸新)한 박하(薄荷) 향을 더하여 차를 끓이면,

두 기운이 잘 어울려 명품 차가 된다고 한다.

나로선, 국화 향 본연의 묵직함을 박하향으로 가벼히 띄우지 않고,

홀로 즐기는 것이 낫다고 생각한다.

게다가 쓴 맛은 국화 향을 더욱 깊고, 오래도록 잡아 둘 것이니,

외려 쓴 맛을 즐길 일이다. 


올여름 입표지판을 가려,

무심결에 일단의 국화 무리 중 반 이상을 처리했는데,

지금 생각하니 심히 잘못한 것 같다.

명년 봄엔, 포기 나누기나 씨앗을 받아 적극적으로 많이 퍼지게 하련다.


서리가 내리기 전까지는 한껏 꽃과 향을 즐기다가,

그 전날 조금 채취하여 음건(陰乾)하여 보관할 예정이다.

며칠 정도면 마르기 때문에,

별달리 부산을 떨 것도 없다.

맛이 쓴 편이기 때문에,

차를 만들 때 많이 넣지 않아도 된다.


우리나라 산야엔, 산국과 감국이 지천으로 퍼져 있다.

욕심을 과도히 내지는 말고, 몇 줌 정도만 취하여,

국화 향과 맛을 즐기면 좋으리라. 


참고로 앞뜰에 핀 쑥부쟁이를 소개한다.

광량이 부족한 저녁에 찍어,

사진 상으로는 잘 보이지 않지만, 연보랏빛이 눈길을 확 끈다.

번식은 종자나 포기나누기를 한다고 한다.

종자를 잘 받아두었다, 늘려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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