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ngta      

묘(猫)

소요유 : 2019. 1. 31. 19:15


절기(節氣)로 보자면,

하지(夏至) 때 해가 제일 길고,

동지(冬至) 때 해가 제일 짧다.


그런즉, 얼핏,  

하지 때, 가장 덥고,

동지 때 가장 추울 양 싶다.


하지만, 실제는 그와 같지 않다.

1973∼2008년의 36년 간 관측치를 기초로 한,

통계청 발표를 보면,

가장 더울 때는 입추(立秋)다.

평균 기온은 하지 이후, 소서(小暑), 대서(大暑)를 거치며,

점차 기온이 높아지다가 입추에 이르러 가장 높아진다.


(출처 : 기상청)


한편, 가장 추울 때는 동지가 아니라, 대한(大寒)이다.

평균 기온은 동지 이후, 소한(小寒)에 더 떨어지고,

이어, 대한(大暑)에 이르러 가장 낮아진다.

입춘(立春)엔 대한에 비해 0.4 가량 높아진다.  


이렇듯, 하지나, 동지를 빗겨,

입추, 또는 대한에 기온이 가장 높아지거나, 낮아지는 것은,

대지 내지는 해수 그리고 공기의,

열용량(熱容量, thermal(heat) capacity), 비열(比熱, specific heat)이 다르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비쳐진 햇빛으로, 열이 이들에 이를 때,

이들이 축열, 방열하는 시간상의 지연이 일어난다.


(출처 : 昵 圖 網)


한편, 더울 때와 추울 때의 절기 지연 단차 계수가,

(하지~입추(3 solar term), 동지~대한(2 solar term))

일치 하지 않는 것은 여러 천문, 기상학적 복잡한 요인이 있지만,

가장 확실한 요인은, 이들 물질의 열용량의 온도 변화가,

비선형적(non-linear)인 것을 들 수 있겠다.



(출처 : engineering toolbox)


그림을 보면, 선형적으로 보이지만,

이는 등체적, 등압을 전제로 한 것이라,

증발, 또는 특히나 물이 얼음으로, 얼음이 물로 변하는 때의,

상변화(相變化, phase change) 구간을 넘나들 때의 모습을 온전히 설명하는데,

한계를 갖고 있다.

 

하지만, 현대 문명의 무분별한 환경 교란 행위에 의해,

지금 천문기상학적 기후는 심각한 이상 징후를 보이고 있다.

앞서의 발표 자료를 보면,

과거에 비해 한반도 기온은 3℃ 정도 올랐다.


최근만 하더라도, 소설(小雪), 대설(大雪)에 눈을 보지 못하였다.

오죽 눈이 많이 오기에 대설이라 일렀겠음인가?

며칠만 지나면 입춘(立春), 우수(雨水)가 다가올 것이다.

하지만, 올해처럼 가뭄이 심하면,

비가 오고, 물이 풀린들,

그동안 응어리진 것을 모두 풀려면,

꽤나 진통을 겪어야 할 것이다.


大雪兆豐年,無雪要遭殃。


예로부터 대설 때 눈이 많이 오면, 풍년이 들 징조이며,

눈이 오지 않으면, 재앙을 만난다 하였다.


내, 어렸을 때에는 기상 이변이 나면,

거국적으로 이를 극복하느라 여간 노력을 기우리지 않았다.

헌데, 요즘엔, 홍수가 지나, 가뭄이 드나,

누구 하나 꿈쩍도 하지 않는다.

심지어 농부조차 그저 심드렁히 내버려둔다.


이젠, 농사, 농업은 천하인, 아니, 농부에게조차 버려진 일이 되어 버렸다.


저번 대설은커녕 소설에도 눈다운 눈을 맞이한 적 없다.

하여, 내 옛 일을 좀 조사를 해보았다.


大雪晴天,立春雪多。


대설에 눈이 오지 않으면, 입춘에 눈이 많이 많다하였은즉,

늦게나마 해갈이 될까도 싶다.

하지만, 눈이 온다한들, 2개월이나 지체되었으니,

절기를 잃은 후과로, 개구리가 경칩에 제대로 나올까도 의심스럽다.


대설 때는 虎始交라,

호랑이가 짝을 구하기 시작한다 하였다.

이는 지 아무리 추위가 성하다한들,

그 극에 이르면 쇠하지 않을 수 없는 법.

이 때, 오히려 양기가 발동한다는 것이다.

헌즉, 호랑이는 그 눈 속에서 외려, 짝을 구하고,

난초는 싹을 키워내는 것이다.


헌데, 대설에 눈이 없었으니,

저들이 양기인들 제대로 발동할 수 있었을 터인가?

염려가 들지 않을 수 없다.


아, 그러고 보니,

농장에 있는 들고양이들이 걱정이 되누나.


얼마 전 군청에 TNR(Trap-Neuter-Return) 사업 신청을 하였다.

직원은 말하길,

아직은 추우니 날이 풀리면, 처리하겠다 한다.

하여 내가 그 때 되면, 짝짓기를 끝낼 수도 있으니,

가급적 일찍 서둘러 달라고 청하였다.


그러자, 이 자의 말이 아주 불성실하게 되돌아왔다.


‘그것은 희망사항이지요.’


바로 받아치려다가 참았다.


TNR 시행 주체는 정책 당국자이다.

신고자는 협조자이며, 지지자일 수는 있어도,

사업을 직접 시행하는 이가 아니다. 

이 직원이 TNR을 하는 이유를 제대로 인식하고 있다면,

저런 따위로 무례한 말을 뱉어낼 수 없다.


저 말은 고양이가 이미 짝짓기를 해버렸다 하여도,

어쩔 수 없는 일이니 나는 관심 없다 이런 투로 내게 들렸다.

TNR이 개체 수를 조절하자고 하는 사업이라 할 때,

저런 태도를 가진 자가 시행 책임자라면,

도대체, 저 사업의 성공을 기대할 수 있겠음인가?


무책임하다.

그에게서 영혼이 없는 공무원의 전형을 엿보았다.


'나는 고양이에 대한, 애정과 무관하니,

다만 기계적 사무 처리만 할 뿐이다.'

'나는 제3자일 뿐이다.'


오불관언,

이리 오만하게 서있는 그.

이런 인상을 받았다.

불쾌하다.


설혹 현재의 여건상, 추울 때 시행할 수 없다 할지언정,

사정을 잘 설명하고, 이해를 구하였어야 한다.

더 나아가, 고양이의 짝짓기, 가임 시기를 살펴, 

사업 시행 시기를, 현실에 맞춰 변경하려는 계획을 세워보아야 하지 않겠는가?

자신이 뭐 시혜자라도 된단 말인가?

시민 앞에서.


“You will never get rid of the cats in that area, and it is not advisable to do

that. Because if you’re doing a neutering to eradicate the cats by neutering,

and remove them completely from the area, you are just being the same as

somebody who wishes to go and trap them out and kill them. All you’re

doing is delaying the day of death.” (From a presentation by Roger Tabor, Alley Cat

Allies Seminar, “Focus on Ferals,” July 8, 1994, Washington, DC.)

(출처 : Myths and Facts About “Managed” Cat Colonies)


“당신들은 결코 그 장소에서 고양이들을 없앨 수 없다. 

그리고, 그리 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왜냐하면, 당신이 중성화를 시켜, 고양이를 근절시키고,

해당 지역에서 고양이를 완전히 없애려 한다면,

이는 고양이를 포획하여, 죽이려는 사람과 똑같은 사람이 되는 것이다.

당신이 하는 일은 죽음의 시간을 늦출 뿐이다.”


TNR은 고양이 씨를 말리려는 것이 아니다.


사람도 사회적 필요, 인구 정책에 따라, 

중절 수술도 하고, 산아 제한 정책을 펴기도 한다.


고양이 역시 TNR을 통해,

최선은 아닐지라도 인간의 현실적인 선택의 대상이 되었다.


나, 역시, TNR 그 자체를 애초엔 반대하였다. 

하지만, 한 때 28 마리에 이르자,

이를 모두 혼자 감내할 형편이 아니 되었다.

저들을 모두 내칠 수는 없다.

하기에 도리 없이 TNR에 의지하고자 한다.


내가 저들이 혹 원치 않을지도 모르는 일에,

주동자 내지는 협조자 위치에 놓이게 되는 것 자체가,

내겐 그리 썩 유쾌한 일이 아니다.


허나, 언제고, 28 마리가 아니라, 100 마리라도,

모두 받아드릴 형편이 된다면,

TNR을 행하지 않을 것이다.

그 때가 내게 오기를 바란다.


오늘, 절기 이야기하다,

虎始交에 이르러,

이야기가 묘(妙)하게 묘(猫)로 굽어 들고 말았다.


호랑이든, 고양이든,

천기 고른 시절이 돌아와,

제 생을 넉넉하니 누리게 되는 세상을 꿈꾼다.


※ 기상청 자료

0108_보도자료(기후변화_입춘에서_대한까지).hw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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