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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나 仁은 그 밖에 있다.

농사 : 2019. 2. 28. 21:04


오늘, 내가 한참 밭일에 열중하고 있는데,

갑자기 내게 말을 건네는 이가 나타났다.


밭두렁 하나 둘을 건너,

게까지 오려면 우정 생심을 내지 않으면 이를 수 없다.

외부와 단절된 곳이기에.

이는 애써, 부러 내게 접촉하려고 다가왔다는 말이기도 하다.


그는 말한다.


‘내가 아는 블루베리 농장 하나가 있는데,

동해(凍害)로 매해 죽어나간다고 한다.

여긴 어떠하냐?’


내가 말한다.


“이제껏 추위로 인해 죽은 경우 한 번도 없다.

만주벌에서도 블루베리가 자라는데,

여기 지역이 아무리 춥다한들 그만 하랴?”


이리 봄철이 되면,

블루베리가 죽어나간다는 말을 적지 아니 들었다.

가끔씩 안부 주고받는 이웃 역시,

한겨울 지나면 죽는 블루베리가 많다면 하소연 하는 이도 있다.


헌데, 나는 한 번도 추위로 인해 죽은 블루베리가 없다.

초창기 유목(幼木)이 동해 피해를 입은 적은 있지만,

결코 죽은 적이 없다.

(※ 물론 여름철에 더욱 더 죽을 일이 없다.)


내 이웃에게 늘 말한다.

비료를 주면 블루베리가 죽는 일이 일어날 수 있다.

헌즉 비료 시비를 삼가라.

이리 매번 일러주었지만,

그는 매해 내게 블루베리가 죽었다 고한다.

(※ 무비료에 앞선 선행 조건이 필요할 수 있다. 

허나 이는 본질 요건이 되지는 않는다.)


농부들은 비료를 주지 않으면 큰 탈이 날 것으로 안다.

헌즉 어떠한 경우라도 비료 주기를 그치지 않는다.


이웃 그는 무슨 어류를 삭힌 고단위 영양제를 구매하였다며,

의기 양양 이를 밭에 뿌렸다며 기염을 토한다.

이게 값이나 싼가?

조그마한 통 하나에 20만원이라 한다.

하지만 이듬해에 나는 물어보지 않아도 이미 안다.

그이의 농장 블루베리는 여전히 죽어 나가고 있을 것을.

어련할까?

다음해 역시 그는 죽어나기에, 뽑아내버리거나, 밑동 가까이 잘라버렸다 한다.


내가 아무리 농부들에게 블루베리는 비료를 주면 좋지 않다.

이리 타이르며 알려 주지만,

아무도 이를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는다.


내게 다가온 그 이에게,

죽어나가는 것 외에, 병충해로 고생하지 않는가?

이리 묻자, 그렇다 한다.

농약을 치지 않는가 하였더니,

그렇다 한다.


나는 비료를 주지 않을뿐더러,

우리 농장에 도대체가 병충해가 아예 없다.

그러하니, 설혹 농약을 치고 싶다한들, 그럴 기회가 도무지 오지 않는다.


블루베리에 대한 이 기막힌 이야기를,

나는 이곳 블로그에서 수없이 말하였다.


하지만, 이를 듣는 이가 있다한들,

아무도 이 이치를 따라 실천하는 이가 없다.


저이가 내게 묻기에,

이런 도리를 다시 한 번 말해주었지만,

이런 말 부주조차 부질없음을 이미 알기 때문에,

아무런 기대가 없다.


게다가 값이 비교적 헐한 농협 퇴비를 쟁여 놓고,

이를 밭에 뿌리는 블루베리 농가도 적지 않다.

블루베리에 축분(畜糞)은 독에 다름 아니다.

이것 내가 그리 누누이 말해왔지만,

여기 농부들은 아무도 이를 따르지 않는다.


그러니,

우리 농장의 블루베리는,

절로, 그리고 홀로, 최상의 품질을 뽐낼 수밖에.


내가 아낌없이,

영농 정보를 이웃에게 알려주지만,

이를 제대로 따르며 실천하는 이들은 거의 전무하다.


왜 그런가?


배움이 도탑지 않기 때문이다.

篤信好學이라,

세상엔, 믿음에 독실하고, 배움을 좋아하는 이는 그리 많지 않은 법이다. 


君子不重則不威,學則不固。

(論語)


“군자가 중정(重正)하지 않으면 위엄이 없다.

배우더라도 확고해지지 않는다.”


군자가 이러함인데,

소인이라면 더는 무엇을 이를 터인가?


古之學者為己,今之學者為人。


옛날의 배움을 구하는 이는 자기를 위하지만,

오늘날의 이는 다른 사람을 위할 뿐이다.


이게 무슨 말인가 하니,

배움을 자기 자신의 수양에 두는 것이 아니라,

타자로부터의 오는 인상 효과, 격려, 칭찬 ...

이 따위 외적 가치에 기초한다는 말이다.


헌데, 여긴, 為人이라도 좋다 하는 심산으로, 내 그리 생심내어, 알렸지만,

세월이 아무리 흘러도, 지난 겨울 얼어죽었다는 말이 그치질 않는다.

이는 저들이 為己 아니 為人조차도 빗겨난 특이한 인격들이라 할 밖에.


博學而篤志,切問而近思,仁在其中矣。


내가 처음 블루베리 농사를 지을 때,

원근을 마다하지 않고, 

내 뜻을 독실히 할 이가 있다하면 달려가 만났다.


널리 배우고, 그 뜻을 독실히 하며,

절실히 묻고, 자기와 관련 있는 것들을 정성으로 깊이 생각하면,

仁이 그 가운데 있다 하였다.


헌데, 내가 여기 머무르는 시골, 주변에 그리 알렸지만,

그 누구 하나 이를 실천하지 않았다.


흔히 독지가(篤志家)란 말을 한다.

오늘날 이는 본래의 뜻을 넘어, 외연 확장 되어,

사회사업에 열심히 종사하는 이를 이른다.

하지만 원래는 독지가란 마음이 독실한 이를 뜻한다.


제 뜻이 독실한 이라면,

의당 배움을 도타이 할 뿐 아니라,

切問而近思하는 일도 마다하지 않는다.


그리하기는커녕,

내 거꾸로 저들에게 그리 이르고 전파하였지만,

소위 관행농의 이 어줍지 않은 습벽(習癖)을 결코 여의지 못하고,

헤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즉,

博學而篤志,切問而近思,仁在其中矣。

박학은커녕, 뜻을 신실히 하지도 않고,

간절히 묻지도 않으며, 가까운 일을 깊이 생각지도 않는다.


헌즉,

어찌 저들에게 仁이 있을 텐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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