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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률밀도전지법(確率密度剪枝法)

농사 : 2019. 3. 5. 10:38


확률밀도전지법(確率密度剪枝法)


농장에선 전지 작업이 연일 이어지고 있다.

불현듯 날씨가 나날이 더워지자, 일이 늦어질까 싶기도 하다.

허나, 이러자니 이리 조급할 일이 아니라,

그것은 또 그것대로 맞으면 될 일이니,

되어가는 대로 형편에 맞출 일이다.


블루베리 품종 중에,

잔가지가 성한 것이 몇몇 있다.

이리 잔가지에 꽃눈이 맺히면,

열매가 작고, 많이 달려,

수확시 품이 배증된다.


하여 이를 적절히 다스리는 것이 전지 가운데의 요체다.

허나, 낱낱이 이를 상대하려면, 부지하세월이라,

모두 감당키 어렵다.


다행히 우리 농장에 이런 품종이 그다지 많지 않다.

다만 이 품종이 맛도 뛰어나고 기품이 훌륭하여 아끼는 바라,

전지 과정 중에 새로운 기법을 강구하였다.


나는 이를 이름하여 확률밀도전지법(確率密度剪枝法)이라 명명한다.


왜 이런 이름을 붙였는가?


전지는 개별 가지, 꽃눈을 의식하며 행하는 것이 보통이다.

하지만, 잔가지가 많이 발달한 수체의 경우,

이리 낱낱의 단위 개별 단자를 상대하여 일을 하게 되면,

실로 도끼 자루 썩는 줄 모르는 신선이 아니라면,

그 작업 시간을 감당할 수 없다.


그런즉, 이를 낱낱의 개별 질점(質點)으로 상대할 일이 아니라,

확률적으로 분포된(distributed) 공간으로 대하고자 하였다.

하니까, 의식에 떠오른 이미지 해석(interpretation, analysis)상,

밀도 공간이 펼쳐진 것으로 환치하였단 말이다.


이제 전지는 낱낱의 단자가 아니라,

확률적으로 분포된 공간을 향해 행해지는 것이다.


허생원은 오늘밤도 또 그 이야기를 끄집어내려는 것이다. 조선달은 친구가 된 이래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어 왔다. 그렇다고 싫증을 낼 수도 없었으나 허생원은 시치미를 떼고 되풀이할대로는 되풀이하고야 말았다.

“달밤에는 그런 이야기가 격에 맞거든,”

조선달 편을 바라는 보았으나 물론 미안해서가 아니라 달빛에 감동하여서였다. 이지러는졌으나 보름을 갓 지난 달은 부드러운 빛을 흐뭇이 흘리고 있다. 대화까지는 팔십리의 밤길, 고개를 둘이나 넘고 개울을 하나 건너고 벌판과 산길을 걸어야 된다. 길은 지금 긴 산허리에 걸려 있다. 밤중을 지난 무렵인지 죽은듯이 고요한 속에서 짐승 같은 달의 숨소리가 손에 잡힐 듯이 들리며, 콩포기와 옥수수 잎새가 한층 달에 푸르게 젖었다. 산허리는 온통 메밀밭이어서 피기 시작한 꽃이 소금을 뿌린 듯이 흐뭇한 달빛에 숨이 막힐 지경이다. 붉은 대궁이 향기같이 애잔하고 나귀들의 걸음도 시원하다. 길이 좁은 까닭에 세 사람은 나귀를 타고 외줄로 늘어섰다. 방울소리가 시원스럽게 딸랑딸랑 메밀밭게로 흘러간다. 앞장 선 허생원의 이야기소리는 꽁무니에 선 동이에게는 확적히는 안 들렸으나, 그는 그대로 개운한 제멋에 적적하지는 않았다.

(메밀꽃 필 무렵 - 이효석)


메밀꽃은 이제 낱낱의 개별 꽃이 아니라,

마치 소금을 흩뿌린 듯 밀도 분포(density distributions)할 뿐이다.


마치 이러하듯,

전지 객체를 확률적 밀도(probability density) 공간으로 대상화한 것이다.

이제 비로소, 나는 가위손의 주인공처럼,

무념무상의 경지로 들어가 저들 밀도공간을 마음껏 유영할 수 있었다.


때로 크고, 탐스럽게 부풀어 오른 꽃눈을 마주할 때가 있다.

이 때 멈추어, 우주 여행 시 커다란 질점 행성을 만나듯,

이들에게 길게 읍(揖)하여 예(禮)를 차리고 빗겨 남겨두며,

다시 스타더스트(stardust, 星塵) 사이를 유영한다.


그래,

나는 문득 허생원이 되어,

대화 팔십 리의 밤길을 내쳐,

흐뭇한 달빛에 숨이 막힐 지경인,

그 보랏빛 자죽염(紫竹鹽)을 뿌린 듯 황홀한 칠월을 향해 달려간다.


통계학에 확률 밀도 함수(確率密度函數, probability density function)가 있다.

이 역시 개별 질량, 질점을 상대하지 않고, - (discrete)

연속된(continuous) 밀도(density)로 다루곤 한다.

여기 이산(離散)-연속의 차이에 대하여는 나의 다른 글을 참고하라.

(※ 참고 글 : ☞ code - ①)


나는 이를 상사(相似)하여,

나의 전지법을 이제 확률밀도전지법이라 명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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