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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지불인과 아기 고양이

생명 : 2019. 4. 16. 08:56


천지불인과 아기 고양이


며칠 전부터 막내 고양이가 문지방 앞에서 야옹 거리며 기웃 거렸다.

어제는 방안으로 뛰쳐 들어왔다가 나를 보자 황급히 달아나기도 하였다.

그 동안 곁을 한 번도 내주지 않던 녀석이라,

이 모두는 야릇한 일이 아닐 수 없다.


헌데, 오늘 아침 바깥을 나서니,

바로 문 앞에서 녀석이 입에 무엇인가를 물고 있다.

쥐나 두더지를 잡아 온 것인가?

자세히 보니 아기 고양이이다.


드디어 새끼를 낳은 것인가?

부리나케 박스 안에 방석을 챙겨 넣고 집을 마련해주었다.

그리고는 혹시나 하여 옛집을 살펴보니,

거기엔 세 마리 아기 고양이가 꼼지락 거리고 있었다.

허니, 도합 네 마리를 낳은 것이다.


아하, 이제야 얼추 그림이 그려진다.

녀석이 해산하려고 방안을 탐냈던 것이다.

이게 실패하자, 도리 없이 옛집에다 아기들을 낳은 것이다.

그리고는 이제 하나하나 물어다 방안에다 옮기려 한 것이다.

아무래도 방에 대한 미련을 버릴 수 없었는가 보다.


녀석이 너무 불쌍하다.

내 눈에 아직도 어린 아이에 불과한데,

간밤에 홀로 아기들을 낳느라고 얼마나 놀라고 힘이 들었을까?

그렇다.

얼마나 당황스럽고 놀랐을 것인가?

왜, 동물들은 저 엄청난 일을 홀로 감당하여야 하는가?


天地不仁


天地不仁,以萬物為;聖人不仁,以百姓為芻狗。天地之間,其猶橐籥乎?虛而不屈,動而愈出。多言數窮,不如守中。

(道德經)


“천지는 불인하다.

만물을 풀강아지로 여긴다.

성인은 불인하다.

백성을 풀강아지로 여긴다.


천지간은 풀무와 같지 않은가?

비어 있으나 굽힘이 없고,

움직임은 더욱 더해진다.

말이 많으면 자주 궁해지고,

그저 속에 감춘만 못하다.”


(※ 풀강아지(芻狗)

짚을 묶어 만드는 풀강아지는 제사 때 한 번 쓰고 버린다.

제웅 같은 것을 말한다.

제웅 :

짚으로 만든 사람 모양의 물건. 음력 정월 열 나흗날 저녁에 제웅직성이 든 사람의 옷을 입히고 푼돈도 넣고 이름과 생년을 적어서 길가에 버림으로써 액막이를 하거나, 무당이 앓는 사람을 위하여 산영장을 지내는 데 쓴다. - 국어사전)


天地不仁,天施地化,不以仁恩,任自然也。以萬物為芻狗。天地生萬物,人最為貴,天地視之如芻草狗畜,不貴望其報也。聖人不仁,聖人愛養萬民,不以仁恩,法天地行自然。以百姓為芻狗。聖人視百姓如芻草狗畜,不貴望其禮意。天地之間,天地之間空虛,和氣流行,故萬物自生。人能除情欲,節滋味,清五臟,則神明居之也。其猶橐籥乎。橐籥中空虛,人能有聲氣。虛而不屈,動而愈出。言空虛無有屈竭時,動搖之,益出聲氣也。多言數窮,多事害神,多言害身,口開舌舉,必有禍患。不如守中。不如守德於中,育養精神,愛氣希言。

(老子河上公章句)


천지는 만물을 차별하지 않는다.

인은(仁恩)이 아니라, 다만 자연에 맡길 뿐이다.

만약 차별을 하였다면,

진작에 천지는 결딴이 나고 말았을 것이다.

그렇지 않은가?

가령 착한 것, 예쁜 것만 택하여 길렀다면,

종국엔 만물 가운데 단 하나만 남고 말았을 것이다.

허나, 하나가 만물에 의지하여만 살 수 있을 터인데,

그 때에 이르러서는 자신 말고는 이미 만물은 사라지고 없을 터.

그러하니 어찌 천장지구(天長地久), 천지가 장구할 수 있으랴?


인위(人爲)는 언제나 패(牌거리)를 짓고,

사적 이익을 위해, 상대를 핍박하고, 욕심의 성을 쌓는다.

그런즉, 천지와는 정반대다.

그러하니 천장지구하려면,

이를 천지자연을 닮게 고쳐나가야 한다.

결국 인위(人爲)는 유의(有爲)로 인해 끊임없이 갈등과 문제를 야기한다.

때론, 다시 유의(有爲)를 동원하여 이를 고치려 하는 세력이 나타나곤 한다. 

정치란 현실 세계에서 벌어지고 있는 차별을 고쳐,

천하를 고르게 평안케 하려는 것이어야 한다.


언제나 정치하는 이들은,

표를 구걸할 때는 이를 고치겠다고 말한다.

하지만, 권력을 잡으면,

이 약속을 어기고,

제들 편의와 잇속을 챙기기에 급급할 뿐이다.

당금 오늘의 현실에서도 우리는 이를 목도하고 있다.


聖人不仁,聖人愛養萬民,不以仁恩,法天地行自然。


헌데, 여기 보면,

성인 역시 불인(不仁)하다 하였다.

만민을 애양(愛養)하고,

인은(仁恩)이 아니라, 다만 천지자연을 본받는다 하였다.


나는 성인이 아닐지라도,

블루베리를 기를 때,

천지를 본받아, 최대한으로 인위적 행위를 자제하고,

무투입 농법으로 임한다.


나는 성인이 아닌지라,

천지간에 내버려진,

저들 고양이를 보면,

가슴이 매양 아프다.


도대체,

왜,

저들은,

매양 놀랍고 슬픈 일을 겪고,

실로 이기기 힘든 배고픔과 추위를 겪어야 하는가?


天長地久, 天地所以能長且久者, 以其不自生, 故能長生.


하늘은 너르고 땅이 오래 갈 수 있는 까닭은, 

자기 고집에 따라 그러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오래 살 수 있음이다.


앞의 故萬物自生과 여기 以其不自生의 

自生은 같은 글자이되, 그 뜻은 정반대로,

전자는 절로 자란다는 것이고,

후자는 인위(人爲)를 말한다.


그런즉, 이 문장 양자는 최종적으로 서로 모순되지 않고,

한길을 지시하고 있다.


天地不仁


多言數窮,多事害神,多言害身,口開舌舉,必有禍患。不如守中。不如守德於中,育養精神,愛氣希言。


“말이 많으면 자주 궁색해지고,

일이 많으면 정신을 해치며,

말이 많으면, 몸을 다치고.

입을 열고 혀를 놀리면, 반드시 화가 미친다.


그저 속에 감춘만 못하다.

그 가운데 덕을 지킴만 못하며,

정신을 길러, 기를 아끼고, 말을 적게 할 일이다.”


이 가르침을 다시금 음미한다.


아기 고양이를 보고는,

아무리, 놀라고, 슬프기로서니,

내가 오늘 아침엔 말이 많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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