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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루베리와 화수분

농사 : 2019. 5. 27. 12:27


블루베리와 화수분


블루베리는 곤충 특히 벌을 매개로 수분(受粉, pollination)을 한다.

일반 과수 농장에선 곧잘 인공 수정을 하기도 하지만,

이는 궁여지책인 것이라, 벌에 의한 수분이라야,

과일 무게도 커지고, 맛이나 풍미도 훨씬 뛰어나게 된다.


게다가 일반적으로 자가수분(slef-pollination)이 아니라,

다른 품종간 수분인 타화수분(교차수분, cross-pollination)이라야, 

과실 중량도 커지고, 품질도 좋아진다.

특히 타가수분 의존이 큰 품종의 경우,

품종간 개화시기가 같은 품종 재식 포트폴리오 설계가 필요하다.


(출처 : Pollinating Highbush Blueberries)


특히 블루베리는 다른 식물에 비해,

꽃 속의 꿀(nectar) 양이 적어, 벌에게 그리 매력적인 대상이 아니다.

그러므로 더욱 벌 유인에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농장 주변 환경은 수분이 일어나기엔 점차 좋지 않은 환경으로 변하고 있다.

도시화 진행에 따라, 숲과 농경지가 점차 줄고 있다.

또한 토종벌들이 낭충봉아부패병의 창궐로 90% 이상 괴멸되고 있다는 보고도 잇따르고 있다.

(※ 참고 글 : ☞ 흉장만상(胸藏萬象))


가정에서 몇 그루 키운다면,

손으로 수분을 도와줄 수도 있지만,

규모가 큰 농장의 경우엔 불가능한 일이다.


하여 소위 인공 수분(artificial pollination)을 하기도 한다.

특히 사과 농장의 경우 이게 거의 일상이 되고 있다.

그 뿐인가?

복숭아, 배 등 거의 전 과수나무로 확대되고 있다.


물론 교차수분을 확실히 하고, 결실률과 과실 증량을 목표로,

꾀하여지고 있다 하겠지만,

이리 번거로운 짓을 하는 이유는,

따지고 보면, 수분 매개 곤충이 많이 사라졌기 때문이다.

자연계가 인간의 기술 문화에 의해, 교란, 파괴되자, 

더 이상 곤충들이 생을 제대로 영위하기 어려운 환경으로 바뀌고 있는 것이다.


인공 수분을 하는 농장주들은,

이젠 이게 자연스런(?) 영농행위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이것 결코 자연스런 것이 아니라,

지극히 반자연적이며, 반생태적인 행위임을,

반성적으로 각성, 지속적으로 자신의 의식내로 환기시켜야 한다.

생태 환경의 파괴 현실에 대한,

심각한 우려와 고민이 뒤따르지 않는다면,

식물과 교감하고, 벌, 나비와 벗하며,

억조창생을 부양하는 일을 하고 있다는,

농민이 된 보람을 어디에서 찾을 수 있겠음인가?

실로 통탄스런 현실이라 하겠다.


보통 블루베리 꽃이 피어 절정을 이룰 때,

정오 기준 벌이 나무 한 그루 당 6마리 이상이 나타나야 바람직하다.

적정 벌의 수는,

1 에이커(acre, 4046.8564224 m2(약 1224평)) 당,

30,000~60,000 마리로 본다.

1 에이커 당 꽃의 수를 천 만으로 보고,

벌이 꽃 하나 당 최소 3 번 방문한다고 보면,

실로 벌의 역할이란 상상을 초월한다.

(※ 참고 : 벌 한 통엔 강군인 경우 대략 30,000 마리 벌이 들어 있다.)


(출처 : Pollinating Highbush Blueberries)


일반 꿀벌의 경우엔 3 번 이상 방문하여야 결실 품질이 유지되는데,

호박벌(bumble bee)의 경우엔 효율이 좋아 1 번 방문으로도,

일반 벌 3번 방문한 역할을 행한다.

실제는 일반 벌 기준 10번 이상 방문하여야 기준 이상의 

좋은 품질을 기약할 수 있다.


(출처 : Pollinating Highbush Blueberries)


블루베리의 경우 꽃이 개방되어 있지 않고,

방울 모양을 하고 있으며, 꽃이 작아,

될 수 있는 한 크기가 작은 토착 벌들이 많아야 수정에 유리하다.


블루베리 품종별 개화 시기가 다르다.

농장 가까운 곳에 벌이 없는 경우,

주력 품종과 다른 소수 품종은,

외부 벌의 방문이 끊어져 곤란을 겪을 수 있다.

때문에 벌집, 벌통이 농장 주변 가까운 곳에 있는 것이 바람직하다.


블루베리의 화분(花粉, pollen)은 다른 식물에 비해,

상대적으로 무거워 바람에 날리는 것이 쉽지 않다.

화분은 마치 병에 든 소금 세이커(shaker)처럼 벌이 방문하기 전까지,

꽃밥(anthers)에 저장되어 있다.

그러다 방문한 벌이 윙윙 거릴 때, 방출된다.

이를 buzz pollination이라 한다.

몸체에 이 때 방출된 화분을 묻히게 되고,

다른 꽃을 방문할 때, 다시 암술(stigma)에 전해져 수분이 일어난다.


buzz pollination


모든 식물이 이 방식으로 수분되는 것이 아니다.

지구상 식물의 약 9%(혹은 6~8%)만 이 방식에 의지한다.

(Buchman, 1983)

이런 식물은 꽃밥은 꼭대기에 조그마한 기공이나 틈이 벌려져 있다.

이 구멍은 너무 작아 벌이 꽃밥에 드나들 수 없다.

하지만 특정 주파수 진동에 응해 화분 가루를 방출한다.

(이 부분에 흥미가 있는 이는 다음 자료를 참고할 것.

Buzz pollination of Orpheum frutescens

Buzz pollination in angiosperms)


이는 아마도 자가 수분을 방지하기 위한 전략으로 이해된다.


이런 식물엔 앵초, 블루베리, 크랜베리 따위가 있다.


블루베리 꽃이 개화하면 5~6일 동안 지지 않는다한들,

수분이 일어나면 3일 후엔 더 이상의 수분활동이 거부된다.

이는 거꾸로 말하자면 3일 이내에 추가 수분이 일어난다야 한다는 말과 같다.

수분은 많이 일어날수록 결실 양과 품질이 좋아진다.

수분이 일어나면 조그만 씨가 맺히게 되는데,

이 씨가 호르몬을 방출하고,

블루베리의 성장과 크기를 주도한다.

결국 벌의 방문이 많아, 수분활동이 많이 일어날수록, 씨가 많아지고, 

이에 따라 블루베리 열매의 크기도 증대하며, 맛, 향 등의 품질도 좋아진다.


수분이 충분히 일어나지 않으면,

블루베리 열매는 작고, 숙기가 늦어지고, 일찍 낙과한다.

아무리 일반 재배 관리를 잘한다 한들,

수분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으면,

충실한 결실을 기대할 수 없다.


아, 그러함인데, 

온천하에 벌들이 사라지고 있다.


끔찍하다.


인공수분을 하면서,

이를 당연시 하고 있는 세태 현실.

이 얼마나 비극적인가?

축산업엔 진작부터 우량종 선발, 번식을 하노라며,

인공수정을 하고 있다.


종축(種畜)은,

생식의 즐거움과 사명, 그 의의를 되새길 기회를 박탈당하고,

그저 정액을 만들어내는 사물로 취급당하고 있다.

저들의 정액은 냉동고에 보관되어,

씨받이 암컷의 자궁에 강제로 넣어지는 물질로 전락하였다.


식물계에서도,

역시 똑같은 일이 따라 일어나고 있다.


사람이 있어야 동물의 수정, 식물이 수분이 가능한 세상.

이게 사람이 귀하단 증거인가?


아니다.


만약 사람이 이 지구상에서 사라진다면,

사람이 없어도 수정, 수분은 지금보다 훨씬,

더 자연스럽고, 충분히, 잘, 아름답게 이뤄질 것이다.


아마, 동물, 식물들은,

사람들을 향해 씩씩거리며, 화를 삭이고 있을 것이다.


실로,

무서운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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