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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리부동(表裏不同)

소요유 : 2019. 9. 14. 20:07


표리부동(表裏不同)


내가 조국 사태에 임하여,

여러 생각을 일으키며 마음이 몹시 상하였다.


그 중 하나, 그의 표리부동에 대하여,

옛 말씀에 기대어 생각해보고자 한다.


威儀文辭,表也;德行忠信,裏也。

(揚子法言)


위의(威儀)는 용모, 문사(文辭)는 말과 글을 의미하며,

이들은 밖으로 드러난 것을 뜻한다.


하지만, 性與天道, 즉 성(性)과 천도(天道)는,

늘 드러나는 것이 아닌 즉, 쉬이 알 수 없다.


夫子之文章, 可得而聞也; 夫子之言性與天道, 不可得而聞也.

(論語)


하니까, 

공자의 말씀은 가히 들을 수 있지만,

성(性)과 천도(天道)는 가히 들을 수 없다 하였음이다.


마찬가지로,

덕행(德行)과 충신(忠信)은 속알로,

가슴 속에 숨은 본바탕인즉, 드러나지 않고 숨겨져 있다.

다만 행동을 통해, 지속적으로 입증되어 갈 뿐이다.

마치 조각 벽돌을 쌓듯, 역사적 연속성을 통해 확인된다는 말이다.


헌데, 이번에 조국 사태에 이르자,

그의 속알이 한꺼번에 까발려지고 있는 것이다.

그가 성인이 아닐진대, 얼마나 속알이 무겁기에 깊이 감추어져 있을 터인가?

다만, 이 부박(浮薄)스런 세태에,

sns에 스스로 높이 들어 흔드는 깃발만 요란했으니,

그 누가 있어 굳이 속알심까지 알려 하였겠음인가?


허나, 장관 임명을 앞두고,

삼사(三司)가 옛 전고를 뒤지고, 그의 언행을 맞추니,

언행이 모두 어긋나고 있음이 밝혀지고 말았던 것이다.


검찰 개혁의 당위성에 대하여 그 누가 있어 부정할 수 있으랴?

하지만, 평소 威儀文辭를 닦아,

흘러내린 머리칼을 쓱 치켜 올리고,

거룩한 양, 큰 소리를 많이 한 이가,

실인즉, 德行忠信에 있어서는,

그 일 할, 일 푼도 미치지 못하고 있는 인사가,

이를 담임할 적임자라 어찌 강변할 수 있겠음인가?


아무려면, 조국 말고 다른 인물이 이 땅에 없을까나?

이리 흠결이 밝혀진 인사를 앞장 세워,

어찌 검찰 개혁을 바로 할 수 있으랴?

나는 이게 영 어불성설(語不成說)이라 생각한다.

그는 저들이 입에 달고 외치는 진보의 가치를 허물고,

말을 더럽혔으며, 믿음을 배신하였다.

그는 물러나 자숙하여야 한다.

저런 인물을 아껴, 이 중차대한 자리에 보임하고 마는 임명권자 역시,

나는 동색(同色)의 허름한 인격으로 보지 않을 수 없다.


그는 갖은 비리가 밝혀지자,

말로는 성찰하겠다 하였음이다.


省察


내가 여기 시골 촌 동네에서 하도 많이 들은 말이 하나 있다.

간단없이 농장을 침탈하고, 별 짓을 다 저지르는 이.

이 자를 붙잡아 그 잘못을 논하면,

거지반 돌아오는 대답은 이러하다.


‘알겠다.’


저들은 이 한마디 이상은 반 발자국도 더는 나아가지 않는다.


‘잘못하였다. 미안하다.’


이리 말하여도,

그 말의 미진함을 메울 수 없는 사태임에도,

저들은 태연히 ‘알겠다’ 이 말 법을 더 이상 벗어나지 못한다.


나는 조국이 뱉은 성찰이란 말에서도,

이 장면을 떠올리고 만다.

‘내가 처한 상황을 안다.’

조국은 그래도 이들 촌놈들보다는 한참은 더 배운 이니까,

조금 더 보탤 수 있으렷다.

‘민망스럽다.’

그저, 이런 정도에 머무른 그의 모습을 엿본다.


진정한 省察은 반드시 

反省(negative feed back)이어야 하며, 

즉 되돌아가 살피며, 잘못을 깊이 깨닫고, 교정하려는 노력이 따라야 하며,

이어, 책임을 짊어져야 하는 법이다.

이게 동반되지 않으면,

이것은 威儀文辭 그저 거죽 드러남에 불과하게 된다.


과연 그는 자신의 지난 말과 행동에 대하여 책임을 졌는가?

그러하지 않고 어찌 앞으로 검찰 개혁이란 중차대한 책무를 걸머질 수 있는가?

나는 도대체 이게 납득이 되지 않는다.

언어도단(言語道斷)이다.


君以其言授其事,事以責其功。功當其事,事當其言則賞;功不當其事,事不當其言則誅。

(韓非子)


한비자에선,

자신(신하)이 뱉은 말, 그리고 실제.

이게 맞으면 상을 주고, 어긋나면 벌을 준다 하였다.


그는 자신이 장대 끝에 매달아 높이 흔들며 뱉은 말을,

종국엔 제 행동으로 배신하였음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그러함인데, 제 아무리 주장된들, 그리고 그의 소신이 철석 같다한들,

어찌 검찰개혁이란 무거운 소임을 맡을 수 있음인가?

이 얼마나 부끄러운가?

스스로에게.


그는 威儀文辭 거죽으로 성찰할 일이 아니라,

당장, 지금, 그 자리를 물러남으로써,

德行忠信의 거증(擧證)을 보여야 하는 것이 온당하리라. 


君子居其室,出其言,善則千里之外應之,況其邇者乎,居其室,出其言不善,則千里之外違之,況其邇者乎,言出乎身,加乎民,行發乎邇,見乎遠。言行君子之樞機,樞機之發,榮辱之主也。言行,君子之所以動天地也,可不慎乎。

(周易)


“.... 언행은 군자의 지도리다.

지도리는 발해지면, 영욕의 근본이 된다.

언행은 군자가 천지를 움직이는 원천이니, 어찌 삼가지 않을 수 있으리오.”


문지도리를 한자로 추(樞)라 한다.

이를 돌쩌귀(hinge)라고도 하는데, 문짝은 이를 회전축으로 하여 돌아간다.

추기경(樞機卿)의 樞 역시 이런 뜻을 가지고 있다.

영어의 cardinal 역시 어원적으로는 이와 맥을 같이 하고 있다.

機는 쇠뇌의 발사장치를 의미한다.

그런즉 추기란, 곧 사물의 가장 중요한 요소를 지칭한다.


그러함이니, 말과 행동이 따로 놀고 있다면,

어찌 所以動天地 즉 천지를 개벽할 동력을 자아낼 수 있으랴?

검찰 개혁이 그리 만만한 일인가?


그럴 자격이 없는 이가, 이 일을 맡게 되고, 

그런 이에게 이런 일을 맡기게 되면,

개혁은 실패할 공산이 크다.

아니, 저들은 외려, 실패할 것을 예정하고 있는 것이라도 아닌가?

참으로 해괴망측스런 노릇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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