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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룡(養龍)

소요유 : 2020. 3. 30. 12:32


양룡(養龍)


이재명을 제법 기특한 인사로 보았다.

헌데, 가끔씩, 곧은 선을 비껴가기도 한다.

사람인데, 어찌 청죽처럼 곧기만 할까나?

옥에도 티가 있는 법.

하기에, 조그만 하자(瑕疵)는 결코 공적이나 인품에 큰 허물이 아니 된다.

하여. 그 동안 그냥 지나치고 말았다.


헌데, 며칠 전, 이재명은 진중권을 나무라는 글을 썼다.


<진중권 교수님, 잔인한 인권침해 그만하시지요>


저는 기본적으로 남의 일에 대한 언론보도나 세간의 속설은 확인되지 않으면 믿지 않습니다. 특히 정치적 의도가 들어있는 공방일수록 더 그렇습니다.


진중권 교수님의 조국 전 장관님에 대한 ‘더 파렴치한 일 운운’하는 일방적 주장 역시 다르지 않습니다.


조 전 장관님과 관련된 진실은 저도 진 교수님도 정확히 알지 못합니다. 이제 유무죄는 법원이 판단하겠지요.


그러나 조 전 장관님은 이제 원하든 원치 않든 최소 2~3년간은 인생과 운명을 건 재판에 시달려야 합니다.


그 고통이 얼마나 큰지 당해보지 않은 사람은 결코 알 수 없습니다. 조 전 장관님의 유무죄는 법원이 판단할 것이고 이제 그분은 공적 영역에서 멀어진 채 사적 영역에서 보통 사람으로서는 견디기 힘든 지난한 투쟁을 벌여야 합니다.


조 전 장관님의 유무죄는 각자 생각이 다를 수 있으니 별론으로 하고 그분이 검찰수사과정에서 당하지 않아도 될 잔인한 인신공격과 마녀사냥을 당한 것은 부인할 수 없습니다.


무죄추정원칙은 차치하고라도 흉악범조차 헌법이 보장하는 최소한의 인권이라는 것이 있습니다.


어디서 들은 말인지는 몰라도 구체적 근거도 없이 더 파렴치한 일도 있었다는 진 교수님의 주장은 그야말로 마녀사냥의 연장이자 인권침해입니다.


총선에서 민주당이 100% 이긴다고 한들 총선 후라면 1심도 채 끝나지 않을 터인데 무슨 수로 치열한 법정공방 도중에 형이 확정되어야 가능한 복권을 논의한다는 말입니까?


쓰러진 사람에 발길질 하는 것 같은 진 교수님 말씀이 참 불편합니다. 그렇게 잔인하지 않고도 할 수 있는 일은 산처럼 많습니다.


교수님께서 뭔가에 쫓기시는 것 같은 느낌을 지울 수 없습니다. 할 일에 집중하고 누군가를 공격하더라도 선을 넘지 말았으면 좋겠습니다.


진 교수님이나 조 전 장관님이나 저나 모두 남은 인생 길지 않고, 제 주장 내세우며 뭔가 도모하는 날은 그보다 훨씬 짧을 것입니다.


모두가 다 잘 되자고 하는 일이라 믿습니다. 먼 훗날 오늘을 되돌아보면 작은 일에 너무 매달렸다는 생각이 들 수도, 아니 어쩌면 기억조차 희미한 일이 되었을 수도 있습니다.


진 교수님 팬의 한 사람으로서 교수님께서 냉정을 되찾아 과거의 멋들어지고 명철한 논객 진중권으로 돌아가기를 진심으로 바랍니다.

(출처 : 이재명 페이스북)


본디 처녀가 애를 배도 핑계를 댈 말이 있고,

아무리 흉악한 죄를 지어도 변명꺼리가 있다.


이재명의 말이 제법 논리 정연하고, 그럴싸하다.

하지만, 언외지의(言外之意)라, 실인즉, 저 말의 속내는 따로 있을 것이다.

조국을 중심으로 좌우로 패가 갈려 한참 싸우는 중이다.

자칫 이 와중에 발을 담그면, 헤어나기 힘들다.

이제껏 초연한 양, 조국에 대하여 아무런 언급을 하지 않던 그가 아닌가?

그러함인데, 뒤늦게 왜 그가 나섰을까?

이 지점에 서면, 얼추 그가 노리는 뜻을 짚어볼 수 있다.


조국은 민주당이 보위하고, 문재인이 아끼는 인물이다.

반면 이재명은 민주당으로부터 이물(異物)로 취급 받고 있다.

그 뿐인가, 양정철, 김경수 등으로부터 적지 아니 시달렸다.

그는 끝내 부랄까지 까 내리며 결백을 밝혀야 하지 않았던가?

비록 민주당에 적을 두고 있지만,

이들에게 어찌 섭섭한 감정이 없을쏜가?


그러함인데도, 새삼 조국을 빌미로, 슬쩍 진중권을 나무라는 일을 하고 있는 것인가?

아마도, 조국 패거리들에게 눈도장을 찍어,

다가올 대권 경쟁에서 저들의 힘을 빌리고 싶었던 게 아닐까 싶다.

그럴 양이면, 공연히 멀쩡한 진중권, 그를 징검다리로 삼지 말고,

차라리 조국을 상대로 닦아 세우는 일에 본격 나서는 것이 한결 떳떳할 것이다. 


조국과 그 일가족의 행위를 보면,

죄다 제 일신과 가족을 위해 저질러진 범죄임을 알 수 있다.

그들은 조국이 평소 내뱉은 말들과는 전혀 일치하지 않는,

파렴치한 짓을 남모르게 그늘에 숨어 저질러 왔다.

바른 이성을 가진 이라면,

그 누구라도 이를 익히 알 수 있다.


이재명은,

이번에, 혹 조국 패거리로부터 한 줌 점수를 딸 수 있을지언정,

당신의 바름을 따르는 이들을 잃을 수 있다는 것을 모르고 있는 것인가?


龍食乎淸而游乎淸 

螭食乎淸而游乎濁 

魚食乎濁而游乎濁


“용은 맑은 물을 먹으며 맑은 물에서 놀고, 

이무기(螭)는 맑은 물을 먹고 탁한 물에서 놀며,

물고기는 탁한 물을 먹고 탁한 물에서 논다.”


그가 진정 용이 되려 한다면, 맑은 물에 거하며, 맑은 물을 먹을 일이다.

그리하여 하늘로 승천하면 다행이고,

그러고서도, 개골창에 자빠져 죽는다한들,

이 또한 명운이라, 굳이 하늘을 원망할 것도 없다.


헌데, ‘용은 맑은 물을 먹으며 맑은 물에서 논다.’ 

이 말은 반만 옳은 말이다.

제대로 이해하려면, 이 말을 마저 알아야 한다.

‘맑은 물을 먹으며, 맑은 물에서 노는 것을 일러 용이라 부른다.’


거죽만 용이라 하여 모두 용인 것이 아니다.


중국 고대엔 양룡전가(養龍專家)라 하여,

용을 전문적으로 치는 유루(劉累)란 이가 있었다.

이 사람이 오늘날 유씨(劉氏)의 시조가 된다.

이어, 그의 자손인 범씨(范氏)도 그의 시조가 된다.


하지만, 유루 이전에도 용을 기르는 이들이 있었다.


春秋之時,龍見于絳郊。魏獻子問於蔡墨曰:「吾聞之,蟲莫智於龍,以其不生得也。謂之智,信乎?」對曰:「人實不知,非龍實智。古者畜龍,故國有豢龍氏,有御龍氏。」獻子曰:「是二者,吾亦聞之,而不知其故。是何謂也?」對曰:「昔有飂叔宋,有裔子曰董父,實甚好龍,能求其嗜欲以飲食之,龍多歸之。乃擾畜龍,以服事舜,而錫之姓曰董,氏曰豢龍,封諸鬷川,鬷夷氏是其後也。故帝舜氏世有畜龍。及有夏,孔甲擾于帝,帝賜之乘龍,河、漢各二,各有雌雄。孔甲不能食也,而未獲豢龍氏。有陶唐氏既衰,其後有劉累學擾龍于豢龍氏,以事孔甲,能飲食龍。夏后嘉之,賜氏曰御龍,以更豕韋之後。龍一雌死,潛醢以食夏后。夏后烹之,既而使求。懼而不得,遷于魯縣。范氏、其後也。」獻子曰:「今何故無之?」對曰:「夫物、有其官,官脩其方,朝夕思之。一日失職,則死及之;失官不食。官宿其業,其物乃至;若泯棄之,物乃低伏,鬱湮不育。」由此言之,龍可畜,又可食也。可食之物,不能神矣。世無其官,又無董父、后、劉之人,故潛藏伏匿,出見希䟽;出又乘雲,與人殊路,人謂之神。如存其官而有其人,則龍,牛之類也,何神之有?

(論衡 龍虛)


왕충(王充, 27年-約97年)은 논형이란 책을 통해,

용에 대해 논증하여, 세인들 앎의 허구를 밝혔다.


요즘에도 용을 믿는 이들이 있고,

자신들만 영생할 수 있다 믿는 이들이 있다.

그러함인데,

항차, 2,000년 전에, 이의 허구를 논증한 인물이 있었다.

놀랍지 않은가?


이 기록에 따르면, 유루에 앞서, 환룡씨(豢龍氏), 어룡씨(御龍氏)도 역시 용을 길렀다.

이 기록 중엔 흥미로운 대목이 있다.

헌자가 요즘 세상엔 왜 용이 없느냐고 채묵에게 묻는다.

그러자 그가 대답한다.


‘무릇 사물엔 그에 따르는 관직이 있다.

관직이 생기면, 조석으로 궁리를 터서, 직무를 익힌다.

실직하면, 죽임을 당하거나, 음식을 먹을 수 없게 된다.

관직을 잘 지키면 그 사물(용)이 이르고,

만약, 없애버리면 그 사물(용)이 숨어 버리고, 막히면 기를 수 없게 된다.’


기실, 용을 기르는 것(養龍, 畜龍)은 관리요, 이를 감독하는 것은 시민이다.

뭐 별도로 신묘한 용이 있는 것이 아니다.

소도 잘 기르면 신묘한 동물이 되고,

강아지도 정성으로 보살피면 구슬처럼 어여삐 놀며, 주인을 반긴다.


다만, 그러려면,

용이 맑은 물에 놀도록 하고, 맑은 물만 마시도록 하여야 한다.

만약 그가 탁한 물을 즐긴다면,

그 따위 용을 기를 필요가 있으랴?

시민들이 용을 기르려 함인데,

이미 용 노릇을 하지 못할 바에야,

내다 버릴 수밖에.


이재명은 과연 용이 되려 함인가?

이무기나 뱀이 되고자 함인가?


홀짝 홀짝 탁한 물을 탐내며,

뱀을 기르는 이들 비위나 맞추려 한다면,

내 그를 탁수는커녕 개숫물, 구정물에 내다버릴 수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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