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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들

소요유 : 2020. 10. 19. 20:01


부들


산책을 하다가 부들을 우연히 발견하였다.

늘 다니던 곳인데, 이제껏 그냥 무심히 지날 뿐이었다.

헌데, 언뜻 눈에 비추는데,

일반 풀과 다르게 무엇인가 두툼한 것이 끝에 달려 있는 것이 예사롭지 않았다.

가까이 가서 관찰하니 부들이었다.

요즘 부들은 그리 쉽게 보이는 것이 아닌데,

여기 후미진 곳에서 용케도 자리를 잡고 있었던 게다.



부들은 옛적엔 제후들 제사 때 좌석(坐席)으로 쓰였다.

바닥 쪽은 거친 부들 잎으로 두툼하게 만들고,

위쪽은 가는 완초(莞草)로 엮어 만들었다.

완초는 왕골을 말하는데, 부들보다는 비교적 가늘다.

부들은 한자어로 향포(香蒲)라 한다.


일반 백성들은 부들로 돗자리를 만들었으니,

이를 포석(蒲席)이라 부른다.


우리나라에도 옛날에 이것으로 자리를 짜서 사용하였다.

부들자리, 왕골자리 각기 재료별로 따로 짰는데,

왕골자리가 조금 더 고급에 속한다.


기왕에 인연이 닿았으니,

우리나라 사이트에선 잘 소개가 되지 않는 것을 중심으로,

공부 삼아 조금 더 조사를 해보았다.


진(晉)이래, 관원들은 쇠가죽으로 채찍을 만들었다.

이것으로 죄인을 다스렸다.

동한(東漢)의 유관(劉寬)은 위인이 관후하였다.

그가 남양태수(南陽太守)가 되었을 때,

그의 아랫 관리가 잘못을 저질렀다.

이 때 그는 부들 잎으로 만든 채찍으로 벌을 가했다.

그로부터 포편시욕(蒲鞭示辱)은 덕정(德政)을 비유하는 말로 쓰였다.


당(唐)나라의 이밀(李密) 이야기도 흥미롭다.

그는 가세가 빈한하여 남의 소를 기르며 생계를 유지했다.

수양제(隋煬帝)가 어쩌다 그를 발견하고는,

남과 다르게 그의 안광이 예사롭지 않음을 기이하게 여겨,

글 읽을 기회를 주었다.


그러자, 그는 부들로 방석을 만들어서는 소의 뿔에 걸치고는,

그 위에 앉아 공부를 게을리 하지 않았다 한다.

과연 그는 큰 성취를 이뤄, 邢國公에 봉해졌다 한다.


내가 발견한 곳엔 제법 많이 부들이 자라고 있다.

옛날 생각이 나서 하나 꺾어 가지고 왔다.

돌아와 핫도그 하나 사왔다며,

우쭐거리며 생색을 내었다.


핫도그란 말은 좀 천박한 느낌이다.

하지만, 부들은 그에 비하면 얼마나 정감어린가?

아무리 거죽이 비슷하다고, 

감히 핫도그에 비교하다니,

여간 미안한 일이 아니다.


그런데, 가만히 생각하니,

이 생각이 과연 옳은가 의심이 든다.


정감 어리다는 것이 그저 우리 것이니 그런가 싶기도 하다.

가령 우리네 개떡도,

옛 정취가 물씬 길어 올려지는 말이 아닌가?


핫도그는 뜨거운 개떡,

개떡은 차가운 핫도그가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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