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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훤수작(喊喧酬酌)질

소요유 : 2021. 2. 15. 12:07


어제 우연히 동영상을 보았는데, 
이게 제법 재미가 있어, 거기서 별도로 운영하는 카페까지 들렸다.
군대 이야기가 질펀하게 펼쳐지는데, 
거기 이런 말이 큰 교훈인 양, 끝맺음으로 적혀 있었다.

“사”가 잘 통해야, “공”도 잘 통하는 법이여...

저 필자는 선임하사관인데 대대장과 평소 술잔도 나누는 등, 
가까이 지내며, 함훤수작(喊喧酬酌)질도 하였는가 싶다.
(* 함훤수작(喊喧酬酌) : 큰 소리로 외치며 떠들썩하게 서로 주고받는 수작.
   수작(酬酌) : 술잔을 서로 주고받음. 수작질의 어원은 여기에 있음.)

이야기 내용은 이러했다.
자신과 한 팀이 되어 공을 이룬 사병의 포상 휴가가 예정되어 있었는데,
뜻하지 않게 닥친 지휘검열로 인해 이게 무산될 위기에 처했다는 것이다.
하여 한밤에 대대장 관사에 쳐들어가 담판(談判)을 짓고,
휴가 명령지(紙)를 기어이 받아내고 말았단 것이다.

장하기도 하여라.
나는 고참들의 횡포로, 11개월이 지나도록 휴가는 물론 외박조차 나가지 못하였다.

그러면서 그의 주임상사가 평소 가르쳤다는 주옥같은 말씀을,
다시 글 말미에 꾹꾹 새겨 넣은 것이다.

“사”가 잘 통해야, “공”도 잘 통하는 법이여...

만약 이 말을 접하고,
고개를 주억 거리며 옳구나 탄성을 내지르며,
가슴 속에 깊이 새겨두려 한다면 어찌 될 것인가?

그렇다면, 나의 다음 이야기를 마저 듣고 판단을 하여도 늦지 않으리라.

다만, 노파심에 한 말씀 껴넣고 시작하련다.
저 말씀을 한 이를 이하에 이어질 내 말로 공박할 의도 없다.
왜냐?
사적인 일일 터.
나는 일개 개인의 일상엔 관심이 없다.
오직 저 이야기 구도를 공적 영역으로 이끌고 들어와 논의를 펼 뿐이다.
그러즉, 한 개인이 사적으로 무슨 소신을 가지든, 무슨 짓을 하든 그것은 그의 일일 뿐인 것을.
이야기 소재로 취하였을 뿐, 아무런 사적 감정 없은즉,
저 분께 양해의 말씀을 미리 구해두는 바이다.

그대 당신들,
혹여,
저 선임하사가 전한 이야기를 듣고는,
감정이 북받쳐 오르며 앙연(盎然)해 지지나 않았는가?

하여, 마치 커다란 가르침이라도 된 양,
나라 모든 사람들이 받들어 모시고,
그 법식대로 따라 행한다면 나라 꼴은 어찌 될 것인가?

釋公行、行私術、比周以相為也。忘主外交,以進其與,則其下所以為上者薄矣。
(韓非子 有度)

“공적인 일을 버리고, 사익을 위해 술수를 부릴 것이며,
서로 패를 지어, 닦아주고 위해줄 것이다.
군주를 잊고 밖으로만 교제에 힘써,
자기 패거리만 나아가게(出仕) 이끌어,
윗사람을 위한 아랫사람들의 할 도리가 엷어질 것이다.”

대저, 삿된 일로 서로 얽히게 되면,
釋公行、行私術이라,
공적 일은 엷어져 끝내 내다버리게 될 것이며,
모두는 저마다의 사익을 위해 다른 것을 돌보지 않는,
작풍(作風)이 온 천하를 휩쓸게 될 것이다.

오늘날 집권 세력들의 행태를 보고도 내 말을 믿지 못하겠음인가?
현 정권엔 소위 운동권 인물들이 대거 진입해 있다.
저들의 민주화 투쟁이라는 것, 역사적 의의가 어찌 없으랴?
끼리끼리 똘똘 뭉쳐 독재 정권 박정권에 대항할 때는,
그 패거리 의식이 일정분 역할과 기능을 하였을 것이다.
하지만, 공적 영역에 들어와서도,
그 때의 정서에 매몰되고, 습속의 때를 벗어내지 못하며,
패거리 지어 교제에 힘쓰고, 서로 닦아주고, 흠쳐주며,
밀고, 이끌며 나라 살림을 맡게 되면 어찌 되겠음인가?

조폭도, 거죽으로는 의리(義理) 운운하지만,
이게 다 지들 패거리 잇속을 중심으로 뭉쳐,
사물의 정상적인 이치와, 인간의 바른 도리를 어겨가며,
온갖 나쁜 짓거리를 거리낌 없이 저지르는 것이 아니더냐?

조국, 윤미향, 남인순 ...
더 적는 일 그만 두련다.
더는 역겨워 주워섬길 기분이 나지 않는다.

이들이 문제를 일으켰을 때,
저들은 똘똘 뭉쳐 닦아주고, 지켜주기 바빴다.
게다가 돈까지 추렴하여 조국백서까지 만들지 않았던가?
헌데, 조국 부인은 지금 1심 형이 확정 되어 옥에 갇혀 있다.

(출처 : khan)

자자, 이래도,
“사”가 잘 통해야, “공”도 잘 통하는 법이여...
이게 과연 옳은 말로 생각되는가?

얼치기들이 입만 열면 소통 소통하자고 한다.
이것은 소통이 아니다.
너와 내가 흉금을 터놓고 너나들이 하며, 사이좋게 지내자는 것.
이것 느티나무 아래 모여 동네 사람들끼리 술추렴할 때나 통하는 것일 뿐,
공적 영역에 들어와서도 이 짓거리 하면,
나라가 결딴이 나고 만다.

진정한 소통이란, 사인끼리 어깨 걸고 정분 나눈 것이 아니다.
공적 정보가 어느 한 곳에 은닉됨이 없이 잘 공유되고,
바른 정책이 만들어지고, 집행되기 위한 경로 질서가 확립된 상태를,
이를 때나, 이제서야 쓸 수 있는 말이다.

저들이 말하는 소통은 소통이 아니라,
기실은 그저 정분 쌓기, 쇼통질일 뿐이다.
그러다 보니까,
패거리 짓고, 상대 따돌리고, 이권(利權) 독식하여 나눠 갖고 ...
반드시 이런 경로를 밟게 되는 법이다.

이 이치를 바로 분별하지 못하면,
“사”가 잘 통해야, “공”도 잘 통하는 법이여...
이 따위 말에 함빡 속아 넘어가게 된다.
아니, 속는 것이 아니라,
기실은, 내심 원하는 바대로 나서게 될 뿐인 것을.

만약, 대대장 하나가 있어,
부하들과 술 잔 나누고, 형, 아우하며 지내는 것을 두고,
나 소통 잘하고 있습니다 하고 자랑하고 있다면,
그리고 만일 내가 사단장이라면, 
그 대대장을 단박에 백리 밖으로 멀리 내치고 말았을 것이다.

지휘관이라면,
“사”가 잘 통해야, “공”도 잘 통하는 법이여...
이런 따위의 삿된 말이 부대 내에 유통되는 것을 단호히 차단하여,
공과 사가 엄격히 분리, 작동되는 조직을 일궈내야 하는 책무가 있다.

저런 따위의 말법이 일상화 되면,
부대 기강이 흔들리고,
몇몇 정치군인들이 음습한 곳에 숨어 패거리 짓다,
나중엔 아예 드러내놓고 전두환 당시의 하나회 같은 사조직이 만들어지게 되는 법이다.
저들만의 리그를 벌이며,
사병 급식비 착복하고, 트럭 기름 빼내고, 인사 엉터리로 하고, ...
감춰주고, 부추기고, 닦아주고, 똘똘 뭉쳐 조직 보위에 신명을 바친다.
마침내, 군대가 사병 조직이 되고,
종내 나라가 망하게 되는 것이다.

인터넷 정치 모임에서도,
유난히 소통 강조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
이들을 지켜보면, 노빠, 문빠, 이빠, 박빠 ... 등등
그저 패거리 지어 서로 등 두드려주고, 콧물 닦아주고,
우리가 남이냐며 정분 나누자는 짓거리가 대부분이다.
저들은 모두 다 졸장부들에 불과한 찌끄러기들일 뿐이다.

그럴 양이면, 
어디 그럴싸한 계모임 하나 결성하여, 
관광버스 하나 대절하여, 
산천경개 좋은 곳으로 놀러 가,
술 처먹고, 허리 감싸고, 뱅뱅 돌 일이다.

***

이치가 이러함인데,
행정 수장이라는 작자는 핫바지 저고리 짝이라, 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으니,
나라 꼴이 더욱 엉망으로 돌아가고 있는 것이다.

有言者自為名,有事者自為形,形名參同,君乃無事焉,歸之其情。故曰:君無見其所欲,君見其所欲,臣自將雕琢;君無見其意,君見其意,臣將自表異。故曰:去好去惡,臣乃見素,去舊去智,臣乃自備。故有智而不以慮,使萬物知其處;有行而不以賢,觀臣下之所因;有勇而不以怒,使群臣盡其武。
(主道)

“....
군주가 아무 일도 하지 않아도,
그 실정으로 귀착되어, 밝히 파악할 수 있게 된다.
고로 군주가 바라는 바를 밖으로 내보이지 않아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신하는 잘 보이려 갈고 닦아 꾸며내 보이는 짓을 하게 된다.
군주가 자신의 의사를 드러내지 않아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신하는 특이한 것을 드러내 공을 세우려 할 것이다.
그런즉, (군주가) 좋고, 싫은 것을 내비치지 않으면,
(신하는) 본심을 드러내게 될 것이며,
(군주가) 재주와 지혜를 내지 않으면,
(신하는) 처신을 잘하려 준비하려 할 것이다.
....”

이리 총명하지는 못할망정,
나라의 수장이라는 이가,
실로 흉년에 어디서 빌려다 놓은 보릿자루인가 싶은 형편임이라.

간악한 무리들이 천하에 가득하여 배가 산으로 가고,
수장은 어정쩡 갈 곳을 몰라 하는 형편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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